믿는페미가 교회와 여성을 주제로 팟캐스트 방송을 한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교회 안에 '갈비뼈 논리'가 있다. 여자가 남자의 갈비뼈에서 만들어졌다는. 그 논리 때문에 교회 안에서 배제되고 소외되는 여성들이 생겨난다. 교회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보면 '갈비뼈 논리가 또 시작됐구나' 싶다. 거기서 해방될 수 없는 것 같다."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한국교회에서 '여성 리더'는 아직도 불편한 존재다. 일부 보수 교단에서는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주지 않는 게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한다. 목사 안수를 주는 교단에서도 여성이 담임 목회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목회자뿐 아니라 '청년부 회장'만 해도 그렇다.

교회 안 페미니스트 운동을 벌이는 '믿는페미'가 6월 18일 '교회와 여성'을 주제로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했다. '믿는 페미, 교회를 부탁해'. 이들은 여성의 시각에서 본 한국교회를 이야기한다.

첫 방송에는 사역 중 여성을 차별하는 교회 문화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믿는페미 운영진 '달밤', '더께더께', '오스칼네고양이'와 함께 신학생 '희년', 모태신앙인 '신난당'이 패널로 나왔다. 신난당이 먼저 말을 꺼냈다.

"페미니스트로서 교회 다니기 퍽퍽했던 경험을 생각해 봤다. 고등학교 때 기독교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10년 넘는 역사 중 늘 리더는 남학생, 부리더는 여학생이었다. 나는 한 번도 남자에게 서브로 존재한 적이 없었다. 학교에서 늘 반장을 했다. 그러나 기독교 동아리는 아니었다. 리더를 도와 동아리 살림을 잘 꾸릴 거 같다며 나에게 부리더를 시켰다. 선배들은 내가 여자라는 이유로 살림을 잘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듬해 리더·부리더를 선출했는데, 남학생만 리더를 하는 문화가 이상했다. 성서를 근거로 제비뽑기를 하자고 했고, 여성이 리더로 선출됐다. 동아리 역사상 처음이었다. 그랬더니 선배들과 담당 선생님에게 불려 갔다. 여학생이 리더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믿지 않으시는 거냐'고 선생님에게 반문했다. 그 해 리더는 몫을 잘 감당했고, 잘 꾸렸다. 이게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이런 경험은 여성 사역자들도 피해 갈 수 없었다. 전도사로 활동했던 달밤은 교회 내 여성은 시행착오를 겪을 기회도 얻지 못한다고 했다. 여성이 남성을 서브하는 역할만 하다 보니, 교회 안에서 여성이 더 잘할 수 있는데도 계발이 멈추고 퇴화한다는 것이다.

"2년 정도 전도사 생활을 했다. (전도사를 그만두니) 지금은 앞에 나서는 게 불편하지만, 그때는 앞에 나서서 설교하는 게 당연했다. 무대에 서는 권한을 주고 누군가 칭찬해 주면 실력이 늘고 점차 잘하게 된다. 남성은 여성과 달리 무대에 설 기회를 계속해서 얻는다. 여성은 그런 기회가 별로 없다. 한 번 못하면 '여자가 그렇지 뭐'라고 반응한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남성과 여성의 능력 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신난당은 달밤 이야기에 공감했다. 신난당의 지인 역시 공동체 안에서 리더였지만, 여성이 부리더였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공동체 구성원들은 여성 리더에게 새로운 시도를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과 다르지 않은 사역, 정도를 지키는 사역을 하길 바랐다. 사역을 잘하더라도 돌아오는 피드백은 인정이 아니라 "여자도 할 수 있나 보다" 정도였다. 신난당은 정도를 지키기 원하는 교회 안에서 여성은 전문적일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한다고 했다.

신학생 희년 역시 남성 중심적인 교회 안에서 여성이 넘어야 할 벽이 높다고 봤다.

"교회 안에서 찬양 인도를 했다. 나는 성량이 크고 목청이 높은데, 찬양을 부를 때면 가성을 써야 했다. 찬양 음역대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남성이 부르면 안정감 있게 부를 수 있는데, 내가 부르면 아니더라. 음역대가 높으니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어도 부르지 못했다. G나 D코드 노래만 하다 보니 가사도 한정적이더라. 목청껏 부르면 교회 분위기에 맞지 않는다고 하고, 삑사리 나면 뭐라고 하고. 그러면서 찬양 인도할 사람이 없으니 나보고 하라고 하고. 그럼 대체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냐.

설교할 때도 그렇다. 교회 안에서 설교할 기회가 있었는데 일부러 목소리 톤을 낮춰서 설교했다. 일단 남성 리더들은 목소리가 묵직하고 믿음직스러운데, 여성 목소리는 카랑카랑하고 신경질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 목소리 톤 때문에 애써 준비한 설교문이 묻힐까 봐 톤을 낮췄다. 이런 걸 경험하면서 교회 안에 벽이 높다고 생각했다."

패널들은 각자 나눈 이야기에 공감했다. 교회 안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배제되는 상황을 비판했다. 더께더께는 "능력 있는 여자가 소외당하는 것도 화나지만, 능력 없는 남자가 '남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리를 꿰차는 것도 화가 난다"고 말했다.

믿는페미는 첫 방송을 시작으로, 2주에 한 번씩 팟캐스트 방송을 업로드할 예정이다. 사연도 받고 있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구글 시트를 통해 사연을 알릴 수 있다. 믿는페미 운영진 달밤은 "팟캐스트를 통해 교회 곳곳에 있는 믿는 페미를 알리고 용기를 북돋고 싶다. 서로 연결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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