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박충구 전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나의 대선판 읽기'라는 글입니다. 허락을 받아 전문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판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페친마다 대선 후보들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다. 나름대로 나의 11가지 판단 기준을 제시해 본다. 나의 견해엔 다소 편견이 있을 수 있지만, 나름대로 이유를 밝힌다.

1. 돈이 많은 사람은 좋은 후보가 아니다. 수십 억 이상, 자신이 평생 먹고살고도 남을 만큼 돈이 너무 많은 후보는 선택하지 않는다. 이들이 서민을 이해한다는 말은 공허하기 때문이다. 이명박을 기억하라.

2. 기존의 정치권력과 세력의 덕을 보거나 그 세력을 흡수하는 사람은 결코 정권 교체와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지금 이 시제에 보수의 연대로 지지를 얻는 후보는 지지하지 않는다. 박근혜가 이명박의 지원을 받아 대통령이 된 것을 기억하라.

3. 한반도 분단 상황에 대한 평화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이는 선택의 대상에서 제외한다. 그간 안보 이데올로기를 이용하여 더 큰 적대성을 불러오는 논리는 남북 대결, 긴장 강화, 적대성 증가를 가져왔다. 이명박 박근혜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무엇을 했나? 또 다른 이름의 이명박을 불러들이지 말아야 한다.

4. 인간의 얼굴, 인간의 목소리를 가진 인사를 선택한다. 상대를 짐승으로 비하하는 이는 속에 짐승이 숨어 있는 법이다. 일반의 관심을 얻기 위하여 비범하고 기이한 이미지와 목소리를 내는 이는 자신을 비인격화하는 사람이니 거리를 둔다.

5. 고난을 벗 삼아 눈물을 흘려 본 사람을 선택한다. 타의적 고난을 겪은 이보다 자의적 고난을 겪은 이가 더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 눈물을 흘려 본 사람은 약자의 경험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따듯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6. 나는 영웅담을 떠벌리는 사람은 반민주적인 인사가 되기 쉽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오만하여 평범한 사람들의 곤경을 무능으로 매도하기 쉽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이는 공동체의 합의를 무시하고 망치는 결과를 불러온다. 민주적 가치, 인권 옹호의 정신을 지켜온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

7. 영호남의 파당성을 경계한다. "나라를 팔아먹어도 나는 새누리를 찍어요"라고 막말을 해도 상식으로 통하는 일부 영남의 의식, "호남 대통령"은 당연한 화두고, "부산 대통령"에는 화를 내는 호남인의 의식에는 동조하지 않는다. 지역색을 이용하는 정당은 지지하지 않는다. 영호남 함께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정당의 후보를 지지한다.

8. 일부 종편 편파 보도 화면에 속거나 휘둘리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이 암암리에 지지하는 이는 긍정적 화면과 보도를 내보내고, 지지하지 않는 이는 부정적 모습을 담은 화면을 내보내며 회화화 하는 데 교묘하다. 종편 정치 평론가들이 만든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어떤 것이었나? 이명박이 생산한 종편 정치평론가들의 극우적 의식을 비판할 객관성을 가져야 한다. 그들은 대부분은 지난 10년간 좌파 몰이의 앞잡이들로서 박근혜 정권의 옹호자들이었다. 지금도 박근혜 동정론으로 보수를 자극하고 있다.

9. 유치한 선언, 전략을 사용하는 후보를 경계한다. 뒷골목 깡패들 수준의 언어적 표현,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제안 (둘이 끝장 토론하자), 객관성 없는 주장(내가 이깁니다)으로 상대를 간접적으로 강요, 비하하는 비열한 인사를 지지하지 않는다.

10. 정권 교체를 넘어서서 권력 교체를 할 수 있는 후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후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권 교체가 아니라, 권력 구조의 교체까지 이루어 낼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잘 살펴야 한다. 권력 교체의 자원을 가진 정당을 지지한다.

11. 마지막으로, 극우 목사들의 선동이나 문자에 속지 않는다. 동성애자 인권 옹호는 문명사회의 의무고, 인공유산 문제는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는 선택권의 문제다. 가짜 뉴스를 퍼 나르며, 동성애, 인공유산 같은 문제를 떠벌리며 특정 정치가를 마치 기독교에 적대적인 인사라고 비난하는 목사들은 성직자가 아니라 사악한 정치 선동 행위자다.

박충구 / 전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 생명과평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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