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1년 이전 기사를 검색하기 원하시면 + 버튼을 눌러 주세요.
조용히 찾아온 새로운 종교개혁을 만나다
[서평] 톰 라이트 <이것이 복음이다>(IVP)
  • 노종문 (newsnjoy@newsnjoy.or.kr)
  • 승인 2017.03.09 19:52

종교개혁의 본질이 복음의 재발견이라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는 새로운 종교개혁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하버드대학의 두 교수는 지난 세기를, 한편으로는 가장 잔인한 세기(니얼 퍼거슨)로, 다른 한편으로는 가장 평화로운 세기(스티븐 핑커)로 평가했다. 20세기는 분명 혼란과 진보, 위기와 희망이 뒤섞인 세기였다. 그런데 기독교 신앙의 측면에서 보면, 기독교 선교가 눈부시게 발전한 세기이자 성경 연구가 획기적 진보를 이룬 세기이기도 했다.

우리는 500년 전 루터와 칼뱅보다 예수님 당시의 유대교와 초기 기독교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역사적, 언어학적 지식을 갖추게 되었다. 근대의 효율적인 학문 연구 시스템의 도움으로 전 세계 수많은 학자의 방대한 연구와 그 결과물을 체계적으로 축적했고 활용 가능해졌다. 이것은 성경을 훨씬 더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연구하게 했으며, 수많은 연구물의 숲 속에서 과거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수준의 통찰이 창발하고 있다.

한때 교회는 전문가들의 자유분방한 학문적 성경 연구에 막연한 두려움을 품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물론 주류 연구자들이 항상 옳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지난 세기의 누적된 연구 결과를 교회에 유익한 방식으로 통합해 낼 수 있는 톰 라이트와 같은 대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또한 진리의 말씀으로 영감을 받은, 구름처럼 많은 소장 연구자가 성경 연구로 교회의 성숙을 위한 기름진 토양을 생산하고 있다. 우리를 비관하게 만드는 뉴스가 홍수처럼 넘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 희망의 이유를 간단히 저버릴 필요는 없다.

20세기 성경학자들의 위대한 업적은 예수님의 하나님나라 복음을 다시 발견한 일이다. 달라스신학교의 대럴 복(Darrell L. Bock)은 이러한 부흥의 출발점을 19세기 말 요하네스 바이스(Johannes Weiss, 1898)와 알베르트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 1901)의 저술로 본다. 그들은 예수님의 하나님나라 사상의 유대교적 배경에 처음으로 주목한 인물이다. 그 이후, 기라성 같은 학자들이 좌충우돌 논쟁하며 엄청난 양의 논문과 작품들을 쏟아 냈다. '급진적 종말론', '실현된 종말론', '시작된 종말론', '이미 그러나 아직' 등 몇 가지 중요한 개념과 표현들이 학문의 전쟁터로부터 일반인의 세계로 튀어나오고는 했다.

학자들이 논쟁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서 정리하는 것과 그 학문적 논쟁들의 결과 분명해진 지식의 도움으로 교회가 성경을 새롭게 읽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그리고 이제 이 두 번째 일이 톰 라이트 같은 몇몇 선생들의 기여로 막 시작되려 한다. 루터 이후 개신교회가 보물처럼 간직해 온 성경을 읽는 지도가 100년간의 조용하지만 근본적인 혁명을 통해 이제 새것으로 교체되고 있다.

<이것이 복음이다> / 톰 라이트 지음 / 백지윤 옮김 / IVP 펴냄 / 270쪽 / 1만 3,000원

톰 라이트는 학자들의 전쟁터에서 걸어 나와서 목사와 교사의 옷으로 갈아입고 전쟁을 구경하던 우리에게 싸움들의 중요한 결과가 무엇이었는지 짚어 준다(예를 들어, 가장 최근의 결과가 반영된 부분은 제국과 묵시문학 주제이다). 이 책은 비록 작은 책이지만, 지금까지 그들이 발견한 묵직한 진실들을 반영하여 그려 낸 새로운 지도가 어떤 모습인지를 설명해 주려고 시도한다.

이 책에는 인용하는 주석도 없고, 획기적인 명제들을 뒷받침하는 학문적 근거도 제시되지 않는다. 그런 정보를 찾으려면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그의 작품 '기독교의 기원과 하나님의 문제' 시리즈(현재 6부 중 4부까지 출간)를 들춰 보아야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어느 문제에 관해 수천 페이지 중 어느 부분을 보아야 하는지 알려 주지는 않는다. 긍정적으로 뒤집어 생각하면, 수천 페이지를 읽어야 어렴풋이 그 윤곽을 볼 수 있는 지도를 이 작은 책 한 권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어쨌든, 학문적인 세부 정보에 대한 관심을 일단 접어 두고 그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며 지도의 큰 그림을 관람하며 음미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다. 그런 즐거움을 주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그렇다면 지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하나님나라 복음은 지금까지 교회가 지녔던 복음과 무엇이 다른가? 이 책의 내용 중 몇 가지 핵심을 살펴보자(라이트가 중요하게 다루는 천국, 부활, 종말론, 모더니티, 주기도 이런 주제들은 지면 관계상 접어 두었다).

첫째로, 그는 시종일관 복음이 본래 '충고'가 아니라 '소식'이었음을 강조한다(1장과 2장). 지금까지 복음은 종종 '죽은 후에 천국에 가는 방법'을 알려 주는 충고처럼 제시되었다. 또한 일부에서는 좋은 삶을 사는 방법을 안내해 주는 성인 예수의 윤리적 가르침으로 이해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예수님과 그 제자들이 선포한 하나님나라 복음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이라는 사건을 통해 세상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되었다는 소식이다(15~16쪽).

이 소식의 효과는 과거, 미래, 현재의 세 가지 영역에서 드러난다. 복음은 한 사건 때문에 세상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을 수 없는 그런 사건(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이 일어났으며, 그 사건은 또 미래에 일어날 필연적인 사건을 기다리게 하며(만유의 회복, 새 창조, 최후 심판과 하나님 통치의 완성), 그 사건의 결과로 지금 당장 우리의 삶의 모든 영역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시작된 새 창조 안에서 살아가는 삶)(24~25쪽, 42쪽). 이 소식은, 선포되며, 그에 반응하는 새로운 백성을 낳으며, 그들 안에서 마지막에 완성될 새 창조가 지금 이미 시작된 증거를 능력으로 드러낸다.

둘째로, 그는 지금까지 서구의 기독교 전통에서 복음을 왜곡해 온 중세의 유산, 합리주의, 낭만주의 등의 영향을 설명한다(4장).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익숙한 옛 지도의 바탕 그림을 제공했던 중세의 유산 부분을 살펴보자.

"하나님이 계시는데, 이 하나님은 인간의 죄 때문에 그들에게 진노하신다. 이 하나님은 우리 모두를 벌할 권리와 의무와 의지를 가졌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모두 지옥의 영원한 형벌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런데 이 진노의 하나님이 자신의 분노를 다른 누군가-마침 죄가 전혀 없었던 누군가-에게 돌리기로 결정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 자신의 아들이었다! 그리하여 그분의 진노가 풀렸고, 더 이상 우리는 끔찍한 운명을 맞이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믿기만 하면 우리는 안전할 것이다." (108~109쪽)

예수님과 사도들이 전했던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은 오랫동안 이런 바탕 그림 위에서 설명되었다. 그런데 이 그림은 중세 시대에 생겨난 그림으로서 성경이 제시하는 더 큰 이야기인 창조와 언약의 이야기와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109~110쪽, 115~116쪽). 물론 종교개혁자들과 그 후계자들은 이런 배경 그림에도 불구하고 복음을 설명할 수 있는 정교한 체계를 발전시켰지만, 이 배경 그림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이 주제는 아래 항목과 연결된다.

셋째로, 톰 라이트는 창조주이자 구원자이자 만물을 회복하시는 사랑의 하나님을 중심으로 복음의 이야기를 재진술한다(7장). 하나님나라 복음을 감싸고 있는 가장 큰 배경 이야기는 창조주 하나님의 귀환이라는 이야기이다(57~58쪽). 예수님은 자신과 함께 이 하나님이 돌아오셨다고 선언하셨으며, 그분이 바로 창조주이시며, 심판자이시며, 사랑하는 아버지시라고 가르치셨다.

"[하나님이 창조주이시며 또한 사랑의 하나님이시라는] 이것은 다른 모든 좋은 소식의 기초다. 우주의 배후에 있는 힘은 눈먼 우연이나 잔혹한 힘이 아닌 사랑이다. 그것은 창조세계의 모든 부분에 담겨 있는 선함과 특별함, 기이하고 눈부시며 생동하는 창조세계 전체를 경축하고 기뻐하는 사랑이다. 가장 작은 생물과 가장 먼 곳에 떨어져 있는 별들까지 관심을 갖고 돌보는 사랑이다. 아주 특별한 피조물인 인간을 만들어,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과 창조주의 의도를 이해하고 그것을 위해 일할 수 있는 특별한 소명을 나누고 그 일을 함께 완성하고자 하는 사랑이다. 세상에는 이 위대한 진리를 보지 못하게 하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예수님의 좋은 소식은 우리에게 이 진리를 끊임없이 상기시킬 뿐만 아니라, 먼저 우리를 변화시킴으로써 우리 역시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이 되도록 하기 위해 존재한다." (206~207쪽)

이 책의 아쉬운 점은, 복음의 핵심 부분인 십자가의 의미와 신비를 깊이 묵상하고 본격적으로 해설하는 일을 다음 기회로 미루고 있다는 점이다(205쪽). 이 책에서 톰 라이트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광포한 악이 예수님 자신을 공격하며 스스로 소진되게 하신 사건으로 기술한다. 그리고 예수님의 부활은 예수님의 가르침이 옳았음을 확증해 주었으며, 이 세상을 만드신 하나님이 이 세상을 회복시키고 새롭게 하실 것임을 보여 주는 증거였다고 설명한다(203쪽). 아쉽고 부족하다.

또 많은 독자가 그 십자가와 부활이 개인의 구원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좀 더 풍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을 텐데, 이 책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겨우 세 페이지만 할애했다(179~181쪽). 그러나 민감한 귀를 가진 사람들은 이 책 전반에서 울리는 그 음률을 들을 수는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했던 지도 대신에 새로운 지도를 가지도록 설득하는 책이다. 이 지도 책자는 길을 그려 줄 뿐, 그 길을 여행하는 것 같은 간접경험을 주지는 않는다. 설교집은 아니다. 그러므로 여기서 새로운 방식의 '복음 설교'를 듣고자 기대했던 사람들은 아쉬움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500년 된 지도 대신에 새로운 지도를 받아들이라는 것 자체가 거대한 도전이며, 이 작은 분량의 책에서는 많은 말을 압축해야만 했을 것이다. 또 우리가 알았던 복음의 많은 부분이 왜곡된 배경 그림에서 나온 편견과 오해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그 다음 단계로 나가는 데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한 많은 사람들이 그 옛 지도를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그들에게는 이 새로운 지도가 성경을 따라 예수님을 알고 하나님을 만나도록 돕는 참되고도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다. 새로운 지도에 관한 한,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될지도 모른다.

노종문 / 대학생 선교단체 IVF 캠퍼스 간사로 사역했고,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과 미국 예일대학교 신학대학원(신약학 석사)에서 공부한 후, IVP 편집장으로 일했다. '하나님나라 복음과 제자도' 시리즈 강의(6강 12시간)와 다음 세대 제자 훈련 프로그램인 '하나님나라 복음과 제자 훈련'(3년 과정)을 개발 진행하면서 21세기 한국교회를 위한 대안을 찾아 나가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제작됩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http://www.newsnjoy.or.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노종문의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line 루터의 삶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교훈 루터의 삶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교훈
line '복음서들' 의식하면 예수 이해하는 문 열린다 '복음서들' 의식하면 예수 이해하는 문 열린다
line '전가의 보도' 로마서 13장 다르게 읽다 '전가의 보도' 로마서 13장 다르게 읽다

추천기사

line [종합] '불법 건축물' 된 3000억짜리 사랑의교회 서초 예배당, 공공도로 원상회복 위해 허물 위기 [종합] '불법 건축물' 된 3000억짜리 사랑의교회 서초 예배당, 공공도로 원상회복 위해 허물 위기
line 대법원, 사랑의교회 도로점용 허가 취소 대법원, 사랑의교회 도로점용 허가 취소
line 갑질 아닌 상생 택한 프랜차이즈 사업가 이야기 갑질 아닌 상생 택한 프랜차이즈 사업가 이야기
기사 댓글 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