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를 절약한다는 게 어려운 문제라는 걸 실감했어요. 저희 집은 꼭 멀티탭을 사용했어요. 사실 불편하죠. 멀티탭 없이 콘센트에 바로 꽂으면 편하잖아요. 계속 꽂아 놓기도 하고요. 그래도 캠페인하면서 아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10월 25일, 부천참된교회. 여기저기서 경험담이 터져 나왔다. 할 이야기가 많았다. 멀티탭을 설치해 불필요한 전기 사용을 차단한 집사,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이용하고 전기밥솥을 사용하지 않은 권사, 수련회에서 자전거 발전기 체험을 하고 소등한 뒤 촛불을 켠 전도사, 여전도회와 함께 천연 염색 활동을 한 목사, 교회 건물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한 교회 이야기가 나왔다.

교회에 모인 이들은 7월부터 8월까지 한국교회환경연구소(전현식 소장)가 진행한 캠페인에 참여했다. 콘센트 뽑고, 스위치를 끄면서 자신이 그 전까지 별생각 없이 전기를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꼭 에어컨을 쓸 수밖에 없을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불편하지만 절약에 대한 경각심'을 잊지 않는 마인드가 생겼다고 고백했다.

'바이오-가스'로 라면 끓여 먹자

한국교회환경연구소는 2014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한국교회 역할을 고민했다. 전기값이 싸고 다른 에너지보다 원자력발전 사용률이 높은 한국 사회 현실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작은 실천이지만 가정과 교회에서 전기를 절약하고 대체에너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올해 3주년을 맞는 '경기 지역 교회 에너지 절약 실천 사업'에 9교회, 290가정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이번 캠페인으로 작년보다 10~30% 에너지를 절약했다.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유미호 실장은 자리에 온 참가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지난 몇 달간 실천하면서 힘드셨을 거 같아요. 결과만 보면 우리가 절약한 양이 많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작은 희망과 가능성을 보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대체에너지를 알리는 사회적 기업 '에너지팜' 김대규 대표가 강의했다. 에너지팜은 캄보디아에서 현지인에게 대안 에너지를 만드는 기술을 교육하고 함께 일한다.

그는 강의를 시작하며 석유 의존도가 높은 현 상황의 한계를 설명했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가 사용하는 물품 중 석유가 포함되지 않은 게 없다. 옷, 플라스틱 제품 등 공산품을 만드는 재료로 석유가 사용된다. 수입·수출할 때도 석유를 연료로 한배에 실어 나른다.

많은 사람이 석유가 바닥나는 상황에서 대체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석유를 수입할 재정적 여유가 없는 개발도상국만 보더라도, 석유를 대신할 에너지 마련은 시급하다.

▲ 에너지팜 김대규 대표는 한국에서 대체에너지를 사용해 왔다. 1년 6개월간 바이오-가스로 라면도 끓여 먹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그는 한국에서 쓸 수 있는 대체에너지를 소개했다. 김 대표가 직접 만들고 사용해 본 사례를 토대로 태양열 에너지, 바이오-가스, 바이오디젤을 설명했다. 태양열 에너지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방법이다. 태양광발전기로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태양열 오븐으로는 밥, 달걀찜을 할 수 있다.

바이오-가스는 미생물을 사용해 생산된 수소 등과 같은 가스 상태의 연료다. 드럼통에 물과 소똥, 잡초를 넣고 가스를 만들면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다. 화력 조절도 가능하다. 김 대표도 1년 6개월 동안 시골에서 바이오-가스로 라면을 끓여 먹었다. 김 대표가 활동 중인 캄보디아에서도 가정에서 전기 대신 바이오-가스를 쓰고 있다.

바이오디젤은 식물성 기름을 원료로 한다. 폐식용유로 비누를 만드는 방식과 유사하다. 폐식용유에서 글리세롤만 추출해서 남은 기름을 사용하면 된다. 김 대표는 치킨집에서 기름을 받아 와 바이오디젤을 추출해 자동차 운전을 하기도 했다. 이 방식은 시골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대체에너지다.

▲ 전통적인 방식으로 음식물을 말리는 건조기도 직접 만들어 봤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강의 후에는 '마을기술센터 핸즈'와 함께 음식물 건조기를 제작해 봤다. 캠페인 이후에도 교회 안에서 에너지 문제를 기억하도록 실습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목사와 교인들이 목장갑을 끼고 드릴, 망치, 본드를 들었다. 알려 주는 대로 재료를 재단하고 하나씩 척척 만들어 갔다. 다들 처음 해 보는 일이지만 쉽게 따라 할 수 있었다.

음식물을 말리는 가전제품이 사용하기는 편하지만 그만큼 전기 사용량이 늘어난다. 사람들이 만든 건조기는 햇빛에 말리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건조기 통에 음식물을 넣어 두고 통풍을 시키면 1~2일 안에 마른다. 태양이 없는 경우를 대비해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도 있다.

한국교회환경연구소가 진행하는 캠페인은 끝났지만, 일반 교회도 관심만 있으면 녹색 교회로 변신할 수 있다. 멀티탭 사용, 냉장고에 있는 불필요한 음식 처분, LED 전구 교체로 전기 사용량을 줄인다. 밤에는 종탑 십자가에 불을 켜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교회 건물 옥상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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