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에너지팜 김대규 대표는 7년간 전도사로 활동했다. 학교에서 인정받는 신학생이었다. 졸업 후에는 미국 유학길에 오를 계획이었다. 하지만 갈수록 목회와 삶에서 분명한 목적을 찾기 어려웠다. 계획을 접고 돌연 네팔로 떠났다.

그곳에서 현지인의 삶을 봤다. 교육과 동떨어진 아이들, 하루종일 물만 기르는 소녀, 치료받지 못해 눈이 먼 소년, 불을 떼다가 얼굴에 화상 입은 아이가 있었다. 마음이 무거웠다. 당시 같이 여행을 떠난 친구가 그에게 물었다.

"what is the biggest desire in your life?"(네 삶에서 가장 큰 열망이 뭐야?)

친구의 질문에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결론을 냈다. 지인에게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적정기술을 배워 가라"는 조언을 들었다. 태양에너지를 비롯한 대체에너지를 공부하며 회사 '에너지팜'을 설립했다. 1인 회사로 시작해 8년이 지난 지금, 직원 5명과 함께 이 일을 하고 있다.

11월 3일 에너지팜이 위치한 부천에서 김대규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에게 교회를 떠나 사회로 들어간 이야기, 대체에너지 분야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을 물었다.

아래는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 전도사로 사역하던 김대규 대표. 우연히 찾아간 네팔에서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전도사로 7년 일했다. 목회 대신 대체에너지 사업을 선택한 이유가 뭔가.

전에는 목회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목회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목회자는 교인이 어렵게 번 월급에서 낸 십일조로 사례비를 받는다. 어떤 목사는 그 헌금으로 택시도 타고 뷔페에서 맛있는 걸 먹기도 한다. 헌금으로 그렇게 산다는 게 불편했다. 그래서 목회 대신 신학 공부에만 매진하려 했다.

그러다 우연히 네팔에 갔다. 삶에서 희망을 찾지 못할 때였다. 거기서 아이들을 만났다.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선교사에게 조언을 구했다. 선교사님이 "열정만 있으면 실제적인 도움을 못 준다. 그러니 유용한 틀을 가져가라"고 했다. 그때 추천해 준 게 자연 농업, 적정기술였다.

이 이야기를 듣고 경남 산청군에 있는 민들레공동체에 들어갔다. 2년 동안 볼런티어로 활동했다. 태양열 조리기 발명가 볼프강 쉐플러(Wolfgang Scheffler)의 강의도 듣고 워크숍도 진행했다. 그때 서른셋이었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을 때도 있었다.

- 그러다 1인 회사를 차렸다.

경남 산청군에 있을 때 만들었다. 기술과 이윤을 사회에 환원해 빈곤한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어려운 사람에게 웃음을 주려고 시작한 일이었으니까.

시간이 지나자 내면에 갈등이 생겼다. 자본주의에서 탈피해 이웃과 더불어 살고 싶었다. 그래서 네팔에 가겠다고 마음먹은 거고 기술까지 배운 거였다. 그런데 결국 한국에서 기업을 차렸다. 숨만 쉬어도 급여와 월세가 나갔다. 그 딜레마를 수용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대기업도 무너지는 시대에 8년 동안 버티면서 스트레스가 많았다. 3년간 우울증 약도 먹었다.

▲ 개발도상국에서 현지인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자 대체에너지에 관심을 관심을 쏟았다. 경남 산청군에 있는 민들레공동체에서 볼런티어로 활동하며 기술을 배웠다. (사진 제공 김대규)

- 가치 충돌 외에 실제적인 어려움은 없었나.

전공이 신학이다. 대체에너지를 공부한 적도 없고 기계를 전문적으로 만져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오면 워크숍을 해야 하고 물건을 주문하면 만들어야 한다. 방법을 모르니 처음에는 애먹었다.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욕먹으면서 아저씨들한테 물어보면서 배우고, 100군데 전화해서 가장 싼 가격에 배터리를 구했다.

그렇게 시작했다. 신기하게 일이 하나씩 들어왔다. 손에 익으니 가로등도 설치하고 풍력발전기도 개발했다. 캄보디아 선교 간다며 태양광발전기 설치해 달라는 요청도 들어왔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현지인과 자전거 발전기를 만들었다. 첫해 매출이 8,000만 원이었다. 당시에는 지출이 많지 않았다. 내 월급 100만 원, 기자재 값만 들어갔다. 남는 순이익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생각했다. 첫해 순이익이 2,000만 원이었다.

- 캄보디아 현지인에게 주기적으로 기술을 가르쳐 준다고.

2011년 처음 들어갔다. 중소기업청이 "개도국에 사는 현지인이 직접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기술을 이전하자"고 에너지팜에 제안했다. 3회기로 나눠 솔라쿠커(태양열을 이용한 조리 기구) 제조법을 이전했다. 이들과 100대 정도를 함께 만들어 현지인들의 기업 활동을 돕는 시드 머니를 마련했다.

이후 현지인들과 함께 마을을 돌아다니며 시장조사했다. 캄보디아인이 어떤 환경에서 사는지 확인하고 현지에서 자재를 수급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했다. 캄보디아로 들어간다고 했을 때 사람들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교육도 못 받은 이들이 어떻게 태양열발전기를 만드냐"고 물어봤다. 그런데 대단한 일이 발생했다. 현지인들이 무리 없이 따라왔다. 같이 코이카 프로젝트에도 참가했다.

▲ 에너지팜은 캄보디아, 아프리카 등 해외에 대체에너지 기술이전을 시행 중이다. (사진 제공 김대규)

전기세 1만 원 = 말 88마리 1시간 전력 질주

- 대체에너지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국내에서 워크숍 요청이 들어오고 있지만 대체에너지는 원자력발전소(원전)보다 사용 단가가 높아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 부분도 있을 거 같다.

그렇다. 국내 매출이 많이 높지는 않다. 자본주의사회에서 화석연료의 경제성을 이기기는 어렵다. 집에 전기가 들어오는데 누가 60만 원 들여 자전거 발전기를 사고, 80만 원으로 태양열 조리기를 사겠는가. 일본만 봐도 알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있었지만 여전히 그들은 원전을 운영 중이다.

자발적 가난의 영성과 가치 중심만이 답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독일 경우, 전기와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8:2 정도다. 시민 20%가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셈이다. 사용 요금이 전기 사용비보다 4배 비싸지만 사람들은 가치를 선택한다. 독일과 한국 현실을 비교해 보면, 당장 우리한테는 어려운 일이다.

대체에너지 개발과 함께 국민이 이야기해 할 담론이 있다. 전기 사용량이다. 우리는 원전을 폐쇄해야 한다. 그런데 당장 원전을 폐쇄한다고 해 보자. 지금까지 사용했던 전기량을 대체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을까. 답이 없다. 태양에너지로 충당하기 위해 태양열발전기를 세우면 집 지을 공간이 없어진다. 그만큼 전기 사용량이 많다. 그래서 조금 생산하고 조금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플러그를 뽑는 거다. 이 방식이 소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5,000만 명이 하면 에너지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특히 전기밥솥 플러그 뽑기, 뽁뽁이 붙이고 보일러 사용을 줄이기가 도움이 된다. 요금 3만 원 이상은 줄일 수 있다.

사람들은 전기 요금 1만 원을 대수롭게 생각한다. 1만 원을 말의 운동에너지값으로 환산하면 엄청나다. 말 1마리가 88시간, 사람 1명이 200시간 뛰는 운동에너지값과 같다. 절대 작은 수치가 아니다. 결코 태양열 에너지로 충당하기 어렵다. 우리가 이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 교회에 제안하고 싶은 실천법은.

교회의 경우, 사용량을 줄이고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다. 주차장·교육관 짓는 대신 가치를 선택한다면 해 볼 만하다. 기계 설치로 주일에 쓰는 에너지는 넉넉하게 충당할 수 있다. 또 선교에 관심 있다면, 현지 교회에 태양광이나 자전거 발전기를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에너지팜은 최근 태양광발전기 '네스팜'을 개발했다.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캄보디아에서 태양광발전기를 사용하는 네스팜은 유용하게 사용된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에너지팜은 대체에너지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과 워크숍을 진행하고 대체에너지를 활용한 제품을 판매한다. 자전거 발전기, 태양열발전기, 태양열 조리기, 태양열 오븐, 하이브리드 가로등 등이 있다.

최근에는 독립형 태양광발전기 '네스팜'도 개발했다. 네스팜은 태양광 모듈과 본체로 나눠져 있다. 옥상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 태양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집 내부에서는 본체에 가전제품 플러그를 꽂아 축적된 태양에너지를 전기로 사용할 수 있다. 전기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캄보디아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자세한 제품 소개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