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경석 목사(왼쪽에서 넷째)도 단식 행렬에 동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최성규 목사(왼쪽에서 셋째), 이광선 목사(오른쪽에서 둘째) 등이 참석했다. (사진제공 한기총)
개정 사립학교법의 재개정을 촉구하며 4월 5일부터 무기한 금식기도에 들어간 우세현 목사에 이어 서경석 목사도 4월 6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서경석 목사는 4월 6일 오전 11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이용규 목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 사학법이 재개정될때 까지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서 목사는 "우세현 목사의 결단이 헛되지 않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단식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 목사와 내가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많은 기독교인들이 단식의 대열에 합류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서 목사는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는 이유에 대해 "교회가 기득권을 위해 투쟁한다는 비난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사학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이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는 길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자신과 우 목사는 사학과 전혀 연관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는 "유독 우리나라만 사학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이런 법은 어느 선진국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지금 열린우리당이 교회에 취하는 태도는 과거 일제시절과 군사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것이다"며 "기독교인들을 낙심과 절망으로 빠트리는 정당에는 미래가 없다"고 덧붙였다.

서 목사의 단식은 서울 장충동에 있는 기독교사회책임 사무실에서 이루어진다.

다음은 서경석 목사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사학법 재개정 촉구를 위한 무기한 단식을 시작하면서  
 

1. 
예장합동 홍은돌산교회의 우세현 목사님이 지난 4월 3일부터 사학법 재개정 촉구를 위한 단식기도를 한기총사무실에서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그 다음 날인 4월 4일 오후 늦게 알았습니다. 우세현 목사님의 결단이 도대체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하루 종일 우 목사님에 대한 염려가 저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우 목사님은 제가 전혀 모르는 분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우 목사님의 심경을 제 마음을 들여다보듯이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우세현 목사님의 뒤를 따라 많은 분들이 단식기도에 합류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세현 목사님만 희생양이 될 수 있습니다. 4월 5일 아무리 신문을 뒤져도 우 목사님의 단식기도 소식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각다 못해 저라도 우 목사님의 뒤를 따름으로써 우 목사님의 결단이 헛되지 않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부터 저는 우세현 목사님의 뒤를 따라 사학법 재개정촉구를 위한 단식기도를 시작합니다. 저는 단식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과거에 조선족 동포의 권익옹호를 위해 5번 단식을 했었고 그 중 한 번은 23일간 단식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저는 사학법이 재개정될 때까지 단식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우세현 목사님과 제가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단식의 대열에 합류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다만 저는 장충동에 있는 '기독교사회책임' 사무실에서 일상생활을 하면서 무기한 단식을 하고자 합니다.

2.
이 시간에 저는 왜 우리가 사학법 재개정을 그토록 원하고 있는가를 다시 한 번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첫째로 우리가 사학법 재개정을 촉구하는 이유는 사학 비리를 옹호하기 위함이 절대 아닙니다. 사학비리는 당연히 척결되어야 합니다. 다만 사학비리는 현행 제도로 얼마든지 척결될 수 있습니다. 더욱이 개정 사학법에서 개방형 감사를 두고,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고 있는데 교회는 이러한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혁을 전폭 지지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법이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정조만 보호하듯이, 사학의 자율도 지킬만한 가치가 있어야 국민이 이를 보호하려 할 것입니다. 사학이 자율적으로 운영되어 보았자, 재단의 비리와 전횡만 커질 뿐이라면 국민은 그런 사학의 자율을 보호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교회가 수호하려는 자율은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자율입니다.
 
둘째로 우리가 지키려는 사학 자율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근간입니다. 시민단체의 자율, 언론의 자율, 종교의 자율, 그리고 사학의 자율이 지켜질 때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게 됩니다. 지금의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의 많은 수가 지난 날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투쟁했을 것입니다만 사학 자율은 바로 민주세력이 쟁취하고자 애썼던 민주주의 제도의 중요한 구성요소입니다. 그래서 사학자율을 훼손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훼손시키는 것입니다. 개방형 이사를 두는 것도 좋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학자율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셋째로 교육의 선진화를 위해서도 사학 자율이 지켜져야 합니다. 지금 전 세계가 선진화 경쟁에 나서면서 민간의 창의와 자율을 최대한으로 신장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만 사학의 자율을 훼손시키고 있습니다. 사실은 현행 사학법 자체를 폐지해야 합니다. 이런 법을 가진 선진국은 지구상에 없습니다. 그러나 당장에 사학법 폐지가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사학 자율만큼은 지켜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점은 기독교사학에 있어서의 사학자율의 문제가 선교자유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기독교가 사학자율 문제에 관한 한 한 치도 양보할 수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렇게 교회가 이 문제를 선교자유의 문제로 이해하고 간곡하게 호소할 때에는 열린우리당이 불문곡직하고 이를 수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열린우리당이 수권정당이라면 교회의 간곡한 요구를 이렇게까지 저버리면 안 됩니다. 지금 열린우리당이 교회에 대해 취하는 태도는 과거 일제시대에도, 군사독재 시대에도 없었던 일입니다. 기독교인들을 말할 수 없는 낙심과 절망으로 빠뜨리는 정당에게 미래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의 사학법관련 문제제기로 한국의 사학들은 큰 반성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은 이미 할 일을 다 한 셈입니다.  

3.
그런데 왜 하필이면 무기한 단식이냐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저도 제 자신에게 이 문제가 과연 무기한 단식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교회가 목회자의 삭발로부터 시작해서 여성 신도들의 삭발에 이르기 까지 그렇게 치열하게 투쟁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교회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삭발투쟁을 한다고 폄하했습니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너무도 화가 나고 자존심이 상했었던 사람은 저 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교회가 기득권을 위해 투쟁한다'는 비난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私學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이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세현 목사님과 저는 私學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나 우세현 목사님을 보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한다는 말을 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또 신앙적인 이유에서 목숨을 바치는 사람은 있어도 이해관계나 기득권을 위해 자기의 목숨을 내어 놓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에 씌워진 잘못된 누명에서 벗어나려면 교회가 말 그대로 순교를 각오해야 합니다. 정말로 피하고 싶은 '무기한 단식'이지만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 방법 외에 교회로 하여금 억울한 누명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안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이 역사를 주관하심을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에스겔서 37장과 같이 마른 뼈들이 살아나서 군대를 이루는 놀라운 역사를 이루실 것을 믿습니다. 그렇다면 더 이상 무기력하게 있을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순교를 각오하고 분연히 일어나야 합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