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세요? 예수가 신이에요? 인간이에요?"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목사 둘, 예수쟁이 둘, 비기독교인 하나가 모인 토크 콘서트. 한 목사가 청중에게 질문했다. "신", "신이자 인간"이라는 답이 청중석에서 들려왔다.

패널로 참가한 기독교인은 예수가 신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예수에게 사용된 '구세주', '동정녀에게 잉태됐다'는 칭호는 아우구스투스 황제 등 당대 유명했던 사람들에게 모두 쓰였던 말이라고 했다. 기독교가 국교(國敎)가 되면서 사람들에게 진짜로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했다.

이야기를 듣던 목사도 "예수는 메시아 호칭을 좋아하지 않았다. 인자라는 호칭을 좋아했고 많이 사용했다. 성경만 봐도 그렇다. 그는 자신이 사람임을 늘 강조했다"고 말했다. '예수=절대 신'이라고 생각하는 기독교인들 앞에서 패널들은 왜 이런 이야기를 했을까.

▲ '사람 예수로 살기'란 주제로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섯 사람이 모였다. 황 목사의 비밀 해제를 진행하는 황순기 목사, 현장에서 노래하는 야마가타 트윅스터, 비기독교인이자 사회 활동가 '둥굴이' 박성수 씨, 평화통일 운동하는 이적 목사, 황 목사와 함께 팟캐스트 출연 중인 김윤중 씨(오른쪽부터). ⓒ뉴스앤조이 최유리

기독교인이여, 거룩함을 깨라

10월 13일(목) '사람 예수로 살기'를 주제로 다섯 명이 모였다. 인간 예수를 논하고, 그를 주로 고백하는 기독교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말하는 자리였다.

팟캐스트 '황 목사의 비밀 해제'를 진행하는 황순기 목사(작은자교회), 이적 목사(민통선교회), 비기독교인이자 사회 활동가 '둥글이' 박성수 씨, 황 목사와 함께 팟캐스트에 출연하는 '5대째 기독교 신앙을 이어 온' 집안 출신 김윤중 씨, 현장에서 노래하는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패널로 나왔다.

황순기 목사는 한국교회가 예수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로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교회에서는 예수를 신이자 인간으로 가르치지만, 경배할 대상으로만 여길 때가 많다. 이 때문에 많은 이가 예수를 믿긴 하지만 스스로 예수처럼 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예수는 자신이 죽어 남을 살렸다. 그러나 그렇게 살지 않는다. 예수는 분명 '내가 그랬던 것처럼 너희도 십자가 지고 나를 따르라. 그렇지 않으면 합당하지 않다'고 했다. 따르는 사람들에게도 나처럼 죽어서 남을 살리라고 말씀하셨다. 그게 핵심이다. 그러나 교회는 맨날 신만 강조하고 이 부분을 빼놓고 이야기한다."

김윤중 씨는 예수를 제대로 알고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 예수가 공생애 때 한 일은 사회 하층민과 함께 지내고, 십자가에서 죽은 일뿐이라고 했다. 예수가 3년간 거룩한 척하는 기득권을 타파하고, 억압된 자들을 해방했다는 것.

김 씨는 예수의 가르침을 따라 기독교인이 율법과 거룩한 척하는 것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십일조 내지 않는다고 암에 걸리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교회가 성전이 아니고, 주일만 거룩한 날이 아니라고 했다. 김윤중 씨는 이 지점만 잘 알고 있다면 예수를 신으로 믿든, 인간으로 믿든 관계없다고 말했다.

▲ 이적 목사는 예수가 성경에서 인자라는 호칭을 즐겨 썼다고 했다. 기존에 기독교인이 갖고 있던 신론도 중요하지만 인간 예수를 쫓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현장에서 뛰는 기독교인들이 느끼는 예수

유일한 비기독교인 패널 박성수 씨는 형이 목사지만 기독교에서 희망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회에 무관심하던 기독교인들이 이라크 전쟁, 핵 폐기장 사업, 사드 배치 등을 찬성하고, 이것이 하나님 뜻이라고 주장하는 걸 보면 '저들이 믿는 신은 무엇일까'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적 목사는 박 씨와 같은 고민이 있는 사람들에게 '향린교회'를 소개했다. 모든 제도 교회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건 아니고 약자와 평화를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교회도 있음을 강조했다.

이적 목사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 삼청교육대 진상 규명 활동을 했다. 지금은 반미 운동과 더불어 김포에 있는 민통선에서 목회 활동을 한다. 그는 자신을 철저한 반미주의자라고 소개했다. 20년 넘게 현장을 살펴보니 한국에 멀쩡한 분야가 한 곳도 없었다. 그는 이런 구조적 모순, 분단, 불화를 만든 당사자가 미국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예수를 따라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뮤지션 야마가타 트윅스터도 입을 열었다. 그는 홍대 두리반을 시작으로 꾸준히 현장에서 노래하고 있다. 공연마다 성령이 계신다는 걸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령이 있기 때문에 현장에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종종 희망이 없는 현장을 보면서, '세입자가 쫓겨나지 않고 이길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두렵기도 하다. 그때마다 교회에서 기도하고 연대하면서 싸웠다. 첫 연대인 두리반은 531일 만에 이겼다. 그 이후로는 현장이 즐겁다.

▲ 야마가타 트윅스터. 그는 홍대 두리반을 시작으로 연대가 필요한 곳곳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좌절감과 두려움을 있지만 현장에서 성령이 계심을 믿는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왜 나는 교회 안에만 갇혀 있을까

대화를 나누며 '해방'이라는 주제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황 목사는 해방을 두 가지로 설명했다. 하나는 기독교인 다수가 진리로 받아들이는 '죄와 사망'으로부터의 자유, 다른 하나는 '가난과 악한 사회 구조'로부터의 해방이다. 황 목사는 인간 예수가 공생애 때 표방한 건 후자인데, 왜 기독교인들은 죄로부터의 자유만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기독교인들이 현장에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로 용기 부족을 꼽았다. 그 자신도 처음 현장에 갈 때 '괜찮을까?'라는 두려움이 있었고, 현실 앞에서 좌절하거나 체념할 때도 있었다. 현장에 가기 주저하는 사람들도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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