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란 누구인가? 다른 이들보다 한두 걸음 더 예수를 따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이들이라 생각한다. 예수를 따르고 있는가? 떠나지 않는 질문이다. 목사가 된 후, 이 질문은 더 생생하게 내 마음을 울리고 있다.

예수는 분명히 말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마 7:13-14)

목사가 된 이후 목사의 정체성과 삶에 대해 고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면에서 솟구치는 욕망과의 씨름 때문이리라. 높은 곳에 서고 싶다. 사람들의 칭송이 그립다. 풍요로운 재물을 소유하고 싶다. 예수께서 40일 동안 광야에서 시험을 받으신 돈·명예·권력에 대한 유혹이 내 안에도 서슬 퍼렇게 살아 있다.

한국교회는 낮은 곳을 향해 가려하는가? 한국교회 목사들은 예수처럼 좁은 길, 협착한 길을 가고 있는가? 아니면 넓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길을 가고 있는가? 한국교회에 대한 지탄의 목소리는 커져만 간다. 그 중심에 욕망에 도취된 목회자들과 세상보다 더 세상적인 삶의 방식을 지향하는 교회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농촌 교회를 방문하기 시작한 지 일 년이 넘었다. 농촌 교회 목회야말로 좁은 길임을 깨닫는다. 이유는 자명하다. 농촌 목회에 대한 소명감을 갖고 찾아오는 목회자가 적은 곳이기 때문이다. 안수받기 위한 과정으로 잠시 머물다가는 젊은 목회자들은 있다. 그러나 농촌에 뿌리를 내리고 생명 돌봄의 목회를 지향하려는 젊은 목사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농촌 교회 탐방 일 년 만에 40대 초반 최연소 목사를 만나게 되었다. 전남 곡성 선한이웃공동체 이형균 목사다. 그는 39세가 되던 해 도시 교회 부목사 생활을 정리하고 농촌으로 내려와 5년째 생활하고 있다. 이형균 목사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가 생각하는 교회와 목회, 생명 농업이란 무엇일까? 설렘과 기대를 안고 전남 곡성을 향했다.

▲ 이형균 목사. (사진 제공 김문선)

하나님은 약한 곳에 계신다

이형균 목사는 농촌 목회를 결심하기 이전, 한국교회 현주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 그 중심에 물질로 인한 목회자들의 타락이 있었다. 하나님보다 재물을 더 사랑하는 목회자와 교회에 예수는 없었다. 이 목사는 말한다.

"교회가 저를 낳고 품고 키웠습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시대를 선도하고 사회의 등불이 되어야 할 교회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 현실 속에서 어디로 가는 것이 예수의 길인지 물었다. 그리고 그는 농촌을 자신이 가야 할 예수의 길로 선택했다. 이유를 물었다.

"저의 성향과 기질적인 부분이 농촌 목회와 맞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개인적인 신앙의 체험과 신학이 있었습니다. '약함'입니다. 하나님의 능력은 약한 곳에서 많이 나타났습니다. 또한 약한 곳에 하나님이 계시고 그곳에 하나님의 일이 많음을 깨달았습니다. 이 시대에 그리고 나에게 약한 곳은 어디일까 질문했습니다. 그곳이 바로, '농촌'이었습니다."

이 목사는 농촌 목회를 결심한 후, 보나쿰공동체에 들어가 1년을 살았다. 그곳에서 농촌 사회와 농업을 품는 목회를 꿈꾸게 되었다. 교회의 본질을 물으며 교회가 회복해야 할 신학적 가치를 고민했다. 이듬해 농촌 목회를 위한 지역을 선택하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으로 가족들과 함께 내려갔다. 여정은 특이했다.

▲ 이형균 목사는 한국교회 현주소를 고민하다가 농촌 목회를 선택했다. 도시 부목사 생활을 정리하고, 곡성으로 내려왔다. (사진 제공 김문선)

목회지의 기준을 교회가 아닌 지역(local)으로 삼았기 때문. 임지가 있는 곳으로 가지 않았다. 교회 역할이 필요한 곳을 찾아갔다. 이 목사는 말한다. 

"요즘 목회지가 없다고 힘들어하는 젊은 목회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분명히 말하고 싶습니다. 교회의 개념을 건물에 가두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제 자신이 이미 교회입니다. 예수를 따르는 한 영혼, 영혼이 교회입니다. 건물과 제도에 갇혀 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교회가 필요한 곳, 예수의 정신이 필요한 곳을 찾는다면 지금도 가야할 곳은 분명히 많습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닌 '삶' '관계' '모임'

농촌 목회를 향한 이 목사의 첫 도전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 목사는 농촌 목회를 준비하며 자연 양계를 배웠다. 첫 번째 목회지로 선택한 마을은 이 목사의 양계를 반기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예상했던 민원이 들어왔고, 다른 마을로 옮겨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그는 지난날을 회상하며 말한다. 

"농촌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생각만 바르게 하면 된다고 믿었습니다. 실패를 통해 농촌 사회에 대한 이해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선한이웃공동체는 건물 없는 교회를 지향한다. 교회 건물을 따로 지을 생각이 없다. 같이 사는 것 그 자체를 교회로 여긴다. 그에게 교회는 건물이 아닌 삶이고 관계이며 모임이다.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함께 모여 예배하는 그 자리가 바로 교회다. 현재는 이 목사 가정에서 모여 성도들과 함께 공동체 모임을 갖고 있다. 그는 말한다. 

"예수 믿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교회입니다. 제가 속한 이 마을 공동체가 저에겐 교회입니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마을 회관에서 예배드리는 날을 꿈꾸고 기다립니다." 

이 목사에게 목회란 돌봄이다. 그가 생각하는 목회의 대상, 돌봄의 대상은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이다. 사람이 있는 곳이 자신의 목회 현장이라면 그들의 생명을 북돋우면 된다. 사람이 없는 곳이라면 내가 만나는 자연 만물의 생명을 돌보면 된다.

▲ 이형균 목사는 자연 양계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김문선)

"목회는 모든 생명을 돌보는 것" 

이 목사에게 농촌 목회는 교회에 국한하지 않는다. 농촌과 농업이란 현실 속에서 예수의 생명을 꽃피우는 영역까지 확장된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목회와 함께 자연 양계를 하고 있다. 양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농촌 사회 현실에서 1차 농산물은 자급자족을 위한 식량 역할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존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자금순환이 빠르고, 생산품으로 지역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양계였습니다. 좋은 농업을 위해선 좋은 거름이 필요합니다. 이런저런 측면을 고려해 양계를 선택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시행착오와 갈등, 상처와 어려움이 왜 없었겠는가? 이 목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행복한 목회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말과 행동에는 겸손한 소신과 보람, 기쁨이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느린 보폭의 목회를 지향한다. 살아 있는 생명들과 친밀한 소통의 목회를 펼치고 있었다. 그동안 걸어온 5년의 시간은 앞으로 그가 걸어갈 5년의 시간이기도 하다. 소리 없이 하늘의 소리를 전할 이 목사의 목회 여정을 기대하며 응원한다.

* 생명의 먹을거리 구입하고 농촌 교회도 돕는 생명의 망 잇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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