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로 살아가다 보면 원치 않게 많은 말을 하게 된다. 설교, 글쓰기, 상담, 강연 등등. 종종 많은 말 뒤에 찾아오는 영혼의 공허를 마주한다. 스스로에게 이유를 물었다. 고민 끝에 나름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앎과 삶의 분리였다. 행함 없는 말씀 선포가 영혼을 헛헛하게 만들었다. 지식과 관념에 머무른 소리의 내뱉음이 영혼을 배고프게 했다.

앎과 삶이 일치를 이루는 여정에 완전은 없다. 완전한 행함을 향한 질문과 수행, 노력만 존재할 뿐이다. 신앙인은 죽는 그 순간까지 흔들리며 완전을 향해 걷는 존재 아니던가. 완성과 마침은 죽음과 부활 후로 미뤄 두고 앎과 삶의 일치를 향해 끝없이 걸어야 한다. 그것이 신앙인의 숙명이자, 사명이다.

이와 같은 신앙인의 사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신학교 교수가 있다. 호남신학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는 강성열 교수다.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신학교에서 구약을 가르치면서 농어촌선교연구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어찌 보면 그의 전공과는 다른 영역처럼 보인다. 성서학 분야와 관련된 활동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 강성열 교수. 호남신학대학교 구약학 교수, 농어촌선교연구소 소장, '생명의 망 잇기' 협동조합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 출처 <목회와신학>)

"농어촌 교회에 대한 관심은 우연찮은 기회를 통해 시작되었습니다. 2007년 봄 학기 농어촌 교회 목회자들이 신학교에 방문했습니다. 농어촌 교회와 목회에 관한 강의 개설을 요청했습니다. 그들의 제안으로 강의를 맡게 되었습니다. 강의는 '농어촌 선교 현장과 생명 목회'란 명칭으로 개설되었습니다. 목회 현장을 생각하고 창조 세계와 먹을거리, 농촌 사회와 교회를 살리는 목회를 준비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되었습니다."

강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농어촌 교회와 농어촌 사회, 생명 목회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농어촌 지역사회에서 생명 목회를 실천하는 목회자, 활동가들을 초청해 팀티칭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강 교수도 함께 공부했다. 농촌 사회와 농어촌교회 목회의 현실, 성서적 배경, 과제와 실천의 방향을 질문하고 길을 찾기 시작했다. 강의가 시작된 지 벌써 10년이다. 매 학기 70~80명의 신대원 학생들이 이 수업을 듣는다.

그렇게 강의를 시작한 후 얼마되지 않아 농어촌선교연구소도 개설하게 되었다. 이유인즉, 농어촌 목회자들의 다양한 경험과 고민들을 한데 모으고 농어촌 목회와 관련된 각종 정보의 교환과 교류를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구심점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 신대원에 개설된 '농어촌 선교 현장과 생명 목회' 강의 사진. (사진 제공 농어촌선교연구소)

"예기치 않은 주변의 제의들로 농어촌 교회와 농어촌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제안이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농어촌과 생명 목회에 대한 관심은 구약의 정신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구약의 정신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약자에 대한 보호와 배려, 섬김입니다. 토라는 약자 보호법입니다. 지금 이 시대의 약자는 농민들입니다. 그들이 살고 있는 농어촌 지역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약자들을 위한 삶의 자리는 농어촌이었습니다."

자의 반, 타의 반 시작된 농어촌 선교. 소명의 발견은 지나친 자기 확신보다 물음과 찾아감 속에 있지 않던가. 이론과 실천의 자리를 오가며 묵묵히 10년의 시간을 걸어왔다. 예기치 않게 시작된 여정 속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부르심을 느낀다는 강 교수. 그는 갈수록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농어촌 선교에 한 알의 밀알이 되고자 한다. 여전히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홀로 연구소를 꾸려 간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농어촌 선교 현장으로 기꺼이 발걸음을 옮긴다.

강 교수는 농어촌 교회와 도시 교회의 상생(相生)에 관심이 많다. 이와 같은 관심은 샬롬의 평화를 말하는 구약의 메시지에 근거한다. 높은 것은 낮아지고 낮은 것은 높아져서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이다. 평화(平和)란 무엇인가? 쌀(米)이 모든 사람의 입(口)에 평평하게(平), 골고루 나눠지는 것 아니던가. 평화란 함께 잘 사는 것이다. 타자에 대한 경쟁심과 분리 의식을 내려놓을 때 꽃피울 수 있는 진리의 삶이다.

▲ 농어촌 교회 어린이 초청 서울 나들이. (사진 제공 농어촌선교연구소)
▲ 농어촌선교연구소에서 매년 개최하는 농어촌 교회 어린이 캠프 사진. (사진 제공 농어촌선교연구소)
▲ 농어촌 교회 목회자 장학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사진 제공 농어촌선교연구소)

"교회가 하나님 앞에서 평준화되어야 합니다. 높은 것은 낮아지고 낮은 것은 높아지는 것이 구약이 전하는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도시 교회의 높음이 낮아지고 농어촌 교회의 낮음이 높아질 때 샬롬의 평화가 이뤄지는 한국교회가 될 것입니다."

그의 말처럼 창조 세계는 보이지 않는 하나의 몸처럼 존재한다. 돌보지 못한 누군가의 아픔, 가난한 자의 슬픔이 언젠간 나의 고통이 된다. 누군가의 아픔을 돌보고 그들을 세우는 일은 고난받는 자들만을 위한 삶이 아니다. 너와 나, 우리 모두를 위한 생명의 몸짓이다. 강 교수는 한국교회의 중요한 쇠퇴 원인 중 하나로 개교회 중심주의와 대형화를 꼽는다.

"생명은 성장합니다. 자연을 보십시오. 살아 있을 때 성장합니다. 그러나 끝없이 성장하지 않습니다. 자연은 더불어 함께 성장합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뜻이자, 섭리입니다. 오늘날 한국교회 쇠퇴의 근본적 문제는 끝없이 성장하려는 성장주의입니다. 자신의 교회만 교회로 여기는 개교회 중심주의입니다.

공교회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나만의 교회가 아닌, 우리의 교회를 고민해야 합니다.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대형화를 포기하고 작은 공동체로 분립, 개척하는 교회들이 늘어날 때 한국교회가 당면한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교회는 원론적으론 구원받은 이들의 공동체다. 모임 그 자체가 교회의 본질은 아니다. 구원받은 자들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내게 주어진 구원 은총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를 질문하며 현실의 한복판에서 살아가야 한다.

"모임은 교회의 본질을 완성해 가는 시작점입니다. 교회의 완성은 삶 속에 있습니다. 모이고 받는 내향적 구조를 넘어서 베풀고 나누고 섬기는 외향적 구조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세상 속에 흩어져 빛이 되고 소금이 되고 누룩의 역할을 감당할 때 교회가 완성됩니다. 목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성도들 양육해야 합니다. 또한 자신이 먼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 힘써야 합니다."

▲ 농촌 교회와 도시 교회 상생을 위한 '생명의 망 잇기' 협동조합 이사장으로 활동 중인 강 교수. (사진 제공 '생명의 망 잇기')

많은 말과 지식이 깨달음을 담보하지 않는다. 유창한 글쓰기와 화려한 수사가 진리의 깨침을 증명하지 않는다. 사는 만큼 아는 것이다. 치열한 삶의 한복판에서 질문하고 흔들리며 예수를 찾아가는 구도의 열정이 믿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강 교수는 여전히 질문하고 흔들리며 예수의 길을 쫓고 있었다. 개인의 욕망을 투영시키는 예수의 길이 아닌, 자기를 비워 이웃과 하늘을 섬기는 예배자의 삶을 살고 있었다.

* 생명의 먹을거리 구입하고 농촌 교회도 돕는 생명의 망 잇기
농수산물 나눔터: www.lifenet.kr
블로그: blog.naver.com/good_namu
페이스북 페이지: www.facebook.com/lifenet01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