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통에 반응하는 사람들 모습은 대개 비슷하다. 저자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고통을 묵상하는 것을 강조한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어릴 때 나는 비관적인 아이였다. 눈물이 많았다. 조금이라도 억울한 일이 생기면 쉽게 울었다. 사춘기를 보내며 눈물샘은 말랐지만 자기 연민은 그대로 남았다. 첫사랑에게 실연당했을 때, 부모님이 나를 의심할 때, 친구들과 싸울 때 나는 나를 연민했다.

그때 받은 상처는 지금 생각해 보면 별것 아니지만, 흔적은 오래 남았던 것 같다. 고통에 반응하는 내 모습이 주로 자기 연민이었으니. 한참 후, 고통에 올바른 태도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받은 고통은 대개 병(病), 이별, 실패, 궁핍 등에서 오는 것들이었다. 하나님은 고통받은 내 영혼을 치유하는 존재였다. 수련회 때, 불이 꺼진 어두운 집회장에서 무릎 꿇고 내 아픔을 잔뜩 토로하면, 누군가 내 마음을 만지는 것 같았다. 나는 이렇게 고백했다. 하나님께서 나를 정금과 같이 단련시키기 위해 고난을 허락하셨다고.

내 고백은 오래 안 갔다. 사회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을 때부터다. 국가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긴 사람이 신문에 보도됐다. 억울한 일을 호소하는데 그 말이 허공에 힘없이 흩어졌다. 진도 팽목항에 갔을 때 왜 이러한 고통이 우리에게 닥친 걸까 질문했다. 내 질문도 허공에 힘없이 흩어졌다.

어떤 이는 다른 사람 고통을 쉽게 얘기한다. 그로 인해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한다. 고통은 함부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 <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복있는사람) 저자 김기현 목사는 고통 그 자체에 반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고난에 하나님을 의심하고 원망했던 하박국처럼 말이다. 이 책은 삶에서 부딪히는 고통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안내서로, 고통을 마주한 한 사람의 이야기다.

저자는 하박국에게 우리들 모습을 투영한다. 전능하신 하나님이 이 고난을 해결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기적을 바라거나(15장), 죄 때문에 이런 일이 내게 닥쳤다며 회개한다(10장). 내게 상처를 입힌 원수에게 저주를 내려 달라고 기도하기도 한다(13장).

하지만 명심할 것이 하나 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 고통에서 건져 줄 것이라는 사실이다(16장). 저자는 고통의 이유를 쉽게 진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 자신을 포함해 하박국, 욥, 예레미야, 요나 이야기를. 고통 앞에서 정직하게 반응하며 인내했던 이들이 결국 어떤 고백을 하게 되는지를 보여 준다.

예기치 못한 고통에 몸부림치던 하박국은 탄식과 침묵 끝에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259쪽).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먹을 것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 (합 3:17-18)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