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스서원 '설교 쓰기 워크숍'은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됐습니다. - 기자 주

[뉴스앤조이-이찬민 기자] 목회자는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강단에 올라 설교한다. 묵상과 기도로 준비한다지만, 매주 돌아오는 설교 시간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목회자가 있을까. 설교문 작성에도 창작의 고통이 따르기는 마찬가지다.

설교 쓰기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목회자들을 위해 로고스서원이 워크숍을 준비했다. 로고스서원 대표이자 <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복있는사람), <글 쓰는 그리스도인>(성서유니온선교회) 저자 김기현 목사가 강사로 나선다. 설교 쓰기 워크숍은 3월 2일부터 6월 15일까지 진행하는 15주 과정으로, 매주 월요일 서울영동교회(정현구 목사)에서 열린다. 온라인으로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강의를 연 취지와 설교에 대한 김기현 목사 생각을 자세히 듣기 위해 2월 19일,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목사는 "(목회자가) 해야 할 수십 가지 사역 중에서 제일은 누가 뭐래도 설교"라며, 이번 워크숍이 "책 읽는 것은 재밌고, 글 쓰는 것은 어렵지만, 모임은 신나는" 수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목사는
김기현 목사는 "설교문을 쓰려면 최소 10~20시간 든다. 설교문을 쓴다는 것은 말씀 준비에 그만큼 헌신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목회자는 쓰는 사람
설교문 작성은 헌신의 증거
실습 위주로 커리큘럼 진행

- 설교 쓰기 워크숍은 어떻게 열게 됐나.

목회자는 하나님 말씀을 섬기는 사람이다. 설교 쓰기는 최소한의 섬김이다. 하나님 말씀을 잘 전달하고 교인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하려면 설교문을 써야 한다. 쓰는 데만 최소 몇 시간이 든다. 쓰기 위해 읽고 정리하고 예시를 찾는 과정까지 최소 10~20시간 든다. 설교문을 쓴다는 것은 말씀 준비에 그만큼 헌신했다는 증거다. 그래서 설교 쓰기를 강조한다. 목회자는 말하는 사람이자 쓰는 사람이다.

목회자들이 어떻게 설교를 써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일주일에 최소 A4 5~6페이지의 설교문을 준비한다면, 1년이면 300쪽짜리 책 한 권 분량이 나온다. 1년에 쓰는 설교 분량이 장편소설 한 권보다 많다. 목회자는 어떤 직업보다 글을 많이 쓰는데도, 어떤 글 쓰는 직업보다 훈련을 못 받은 직업이기도 하다.

나는 신학교 3년 동안 리포트 첨삭 한 번 받은 적이 없다. 글쓰기 수업도 없었다. 최근에는 설교학 시간에 3~4번 실습한다고 하던데,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설교하는 법은 배우지만 어떻게 쓰는지는 안 배운다. 이런 고민을 하는 목회자들을 위해 설교 쓰기 워크숍을 마련했다.

- 워크숍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기본 커리큘럼은 있지만, 실습 위주다. 수강생들이 매주 설교를 하나씩 써 온다. 이론적으로 100번 얘기한들 소용없다. 직접 써 봐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보통 각자 A4 3~4장 분량으로 설교를 준비한다. 수업 시간에 원고들을 띄워 놓고 첨삭하고 코멘트하며 강의를 진행한다.

- 글쓰기 수업을 여러 차례 열었다. 어떤 식으로 가르쳐 왔는가.

50주짜리 글쓰기 과정을 해 왔는데, 강의를 들은 사람이 지금까지 총 300명 정도 된다. 만족도를 따지면 별 5개 만점에 4개 반 정도 될 거다.(웃음) 과정을 수료한 사람들이 '정말 좋다', '재밌다'고 말해 주더라. 우리 수업 캐치프레이즈가 "책 읽는 것은 재밌고, 글 쓰는 것은 어렵고, 모임은 신나고"인 것처럼, 수강생들이 즐거워한다.

이건 영업 비밀인데, 우리 수업은 칭찬을 많이 한다. 먼저 수강생이 자기가 써 온 설교문을 낭독한다. 직접 낭독하는 과정 자체도 중요하다. 발표가 끝나면 청중이 박수를 보낸다. 일명 공산당 박수라고,(웃음) 100번 정도 열광적으로 친다. 그러면 엄청난 에너지가 나온다. 그 후 돌아가면서 코멘트한다. 비판이나 지적보다 장점을 많이 찾아서 얘기한다. 발표자는 쑥스러워하면서도 황홀해한다. 평생 언제 그런 박수와 칭찬을 받아 보겠나.

그 후 한 주 뒤에 내가 원고를 첨삭해 돌려준다. 처음에는 칭찬을 많이 하고, 과정 중반쯤 되면 고칠 점을 많이 얘기하는 편이다. 친밀한 관계를 맺기 전에는 좋은 의미로 하는 지적도 감정을 상하게 하는 칼이 된다. 관계를 형성하고 어떤 점을 고치면 좋을지 이야기하면 흔쾌히 받아들인다.

김기현 목사가 진행한 50주짜리 글쓰기 강의를 수강한 사람은 300명 정도 된다. 김 목사는
김기현 목사가 진행한 50주짜리 글쓰기 강의를 수강한 사람은 300명 정도 된다. 김 목사는 "글 쓰는 것은 어렵지만, 모임은 언제나 신난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김기현

"교인이 스스로 이해하고 깨닫고
실천하도록 하는 게 좋은 설교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지 충실하면
세대 뛰어넘어 성령이 깨닫게 하셔"

- 설교 쓰는 법을 가르치려면 '좋은 설교'란 무엇인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목사님이 생각하는 좋은 설교란 무엇인가.

성경을 잘 설명해 주었는지가 1차 기준이다. 좋은 설교는 교인들이 이해하는 설교다. 설교의 목표는 교인들이 성경을 이해하고 깨닫고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다. 설교를 듣고 집에 돌아가서 성경을 펼쳐 오늘 본문을 한 절 한 절 읽을 때, '목사님 설교가 이런 뜻이었구나' 이해할 수 있으면 좋은 설교다.

목회자들의 비밀인데, 자기 설교에 스스로 은혜가 안 될 때도 많다. 내 설교가 나한테도 은혜가 될 때, 오늘 설교를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쁜 설교는 성경을 펼쳐 놓고 딴 얘기만 하는 것이다. 설교는 기본적으로 성경 본문을 잘 설명해 줘야 한다. 자기 계발 이야기만 할 거면 성경을 펼쳐 놓을 이유가 없다. 교인들은 목회자의 인격체를 거쳐 나온 하나님의 말을 듣고 싶어서 온 것이지, 목사 개인 생각을 듣고 싶어서 온 게 아니다. 일반 강연처럼 해서는 안 된다.

설교하다 보면 결국 삶에 적용하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자기 계발 메시지가 담긴다.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성경이 말하는 바를 충실히 전달해야지, 본문 하나 읽고 자기 계발적 결론부터 내면 성경을 이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성경을 제대로 설명 안 해 주고 어떻게 성경대로 살도록 가르치겠나.

교회는 신학교와 다르다. 신학적 전문성과 더불어 대중성과 현장성도 있어야 한다. 설교자의 신학적 관점에 따라 현장성을 더 많이 이야기할 수는 있다. 나 같은 경우는 본문 설명을 70~80% 하지만, 어떤 목회자는 50% 정도 한다. 현장을 강조하는 신학적 관점은 존중해 줘야 한다.

- 한국교회에는 '어떻게 감히 목사님 설교를 평가할 수 있나'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나쁜 설교'도 수용하게 된다.

참 어려운 문제다. 사도행전 17장에 베뢰아 사람들 이야기가 나온다. 바울이 설교하니까 베뢰아 사람들이 그 말씀이 그러한가 따져 보았다고 한다.

"베뢰아 사람은 데살로니가에 있는 사람보다 더 신사적이어서 간절한 마음으로 말씀을 받고 이것이 그러한가 하여 날마다 성경을 상고하므로(행 17:11)."

초대교회 당시에는 신약성경이 없었다. 바울은 출애굽기나 이사야서, 예레미야서 등 구약을 펼쳐 놓고 예수님 이야기를 한 거다. 그것들이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말한다고 하는데, 베뢰아 사람들은 바울이 제대로 해석한 것이 맞는지 따져 보았다. 우리는 신약성경으로 예수님 얘기를 한다. 베뢰아 사람들이 바울에게 그랬던 것처럼, 교인들도 우리 목사님이 과연 이 본문을 제대로 해석한 것인지 날카로운 질문을 해야 한다. 그 과정을 금해서는 안 된다.

다만 전제는, 성경을 아는 사람이 질문해야 한다. 성경을 읽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사람은 못 한다. 베뢰아 사람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말씀을 받았다"고 했다. 뜨거운 마음 없이 머리로만 판단하는 사람이 있다. 사도행전은 베뢰아 사람들이 "신사적"이라고 기록했다. 경건한 모습이라는 의미다. 간절한 마음 없이 비판만 있다면 대학 강의실이지 교회가 아니다. 한편으로는 간절한 마음만 있고 지적인 면이 없는 사람도 있다. 교인들이 성경을 스스로 읽을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 교인들이 이해하는 설교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목사님은 어떤 방식으로 설교하는지 궁금하다.

우리 교회는 좀 독특하다. 각자 묵상하고 공동체에서 나누는 방식으로 설교를 전한다. 주일 하루만 예배를 드린다. 우리는 <매일성경> 큐티 책으로 같이 묵상한다. 주일 설교는 일주일 본문 중 하나를 뽑아서 한다. 금요일에 본문을 공지하면 교인들이 토론거리를 준비해 온다. 내가 설교하기 전 교인들이 20~30분 나눔을 한다. 내 설교는 15~30분이다. 나는 설교 본문을 10~15번 정도 읽으며 묵상하고, 주석을 많이 참조하는 편이다.

요즘에는 설교를 유튜브에도 올린다. 어떤 후배는 내 설교가 강의식이라고 말하더라. 칠판을 놓고 신학적 포인트를 요약·정리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얘기한다. 매일 큐티한 내용을 발전해 설교하면 되니까 설교하는 부담은 많이 줄어든다.

- 청소년부터 청년·장년·노년까지 설교를 듣는 사람은 다양하다. 이럴 때 어떤 기준에 맞춰 설교를 준비하나.

부목사 시절 설교하는데, 예배당 뒤에서 70대 후반 여자 집사님 두 분이 내내 맞장구를 치더라. 내 설교가 그분들 대상으로 준비한 게 아닌데 '우리 이야기'라며 공감해 줬다. 작은 경험이지만 그게 기억에 남는다.

성경 말씀을 잘 설명하면 교인은 자기 얘기로 듣는다. 20대는 20대 이야기로, 80대는 80대 이야기로 듣는다. 우리 안에 성령이 깨닫게 하신다. 청자 입장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김기현 목사는 교인들과 같이 일주일간 큐티한 내용을 나누고, 신학적 포인트를 요약·정리하며 설교한다고 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김기현 목사는 교인들과 같이 일주일간 큐티한 내용을 나누고, 신학적 포인트를 요약·정리하며 설교한다고 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신문 보고 설교하지 마라
목회자도 한계 있어
모르는 부분 말고 성경에 집중
설교 표절은 게으르고 악한 것"

- 목회자들이 설교할 때 사회문제를 섣불리 꺼냈다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는 일이 발생한다. 목사님은 설교 시간에 사회문제를 언급하는 편인지.

사람들은 내가 많이 언급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되도록 안 한다. 원칙적으로 안 하면 좋겠다는 입장이지만, 하려면 실천이 있는 분들이 하면 좋겠다. 행동하지 않으면서 말만 하는 것은 반대한다. 현장에 없는 사람들이 엉뚱한 소리를 한다. 농촌문제에 대해 말하려면 농촌 운동을 하는 교회가 해야지, 농촌은 하나도 안 도우면서 갑자기 정부 농촌 정책이 잘못됐다고 설교하면 안 된다.

평소 목회자들에게 "신문 보고 설교하지 말라"고 한다. 내 첫 번째 책 <공격적 책 읽기>(SFC출판부)에서도 그렇게 주장했다. 보수 신문 혹은 진보 신문만 보고 설교하는 것은 문제다. 성경 관점으로 세상을 해석한다고 말하지만, 교인들이 듣기에는 신문 보고 해석하는 거다. 교인들도 다 아는 내용을 가지고 목회자들이 많이 아는 것처럼 착각한다. 그럴 바에는 안 하는 게 낫다.

목회자들도 한계가 있다. 목회자는 성경을 잘 설명해 주면 되지, 갑자기 국제 외교 전문가, 중국 전문가, 질병 전문가가 된다. 너무 오버하는 것이다. 전문가적 소양이 있거나 사회적 실천을 하는 사람이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 예언자들은 자기 목숨을 걸고 사역했는데, 목회자들은 박수받는 소리만 하려 한다. 박수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지 않나. 그런 목회자들은 사회문제에 대한 발언을 절제하는 게 낫다.

- 목회자의 설교 표절 문제도 심심찮게 불거진다.

설교 표절과 논문 표절은 다르다. 설교할 때 다른 사람 문장 몇 개 가져온 거로 표절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표절과 참조도 다르다. 목사 서너 명 설교를 짜깁기하는 것도 어찌 보면 창조일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수준이 아니라 다른 사람 설교를 통째로 가져오는 경우가 있다. 어떤 분은 다른 사람이 쓴 책 한 권을 순서대로 읽더라.

교인들은 목사라는 인격을 통해 전해지는 하나님 말씀을 듣기 위해 교회에 나온다. 다른 교회 목사 말을 그대로 옮긴다면 그 교회를 다닐 이유가 없다. 그것은 게으름이고 영적인 죄다. 악한 것이다.

- 지금까지 여러 책을 썼다. 그중 설교자들에게 추천해 줄 만한 책이 있다면.

<내 안의 야곱 DNA>(죠이북스)를 추천한다. 내가 우리 교회에서 12주 동안 설교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설교자들이 참조할 만한 하나의 샘플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로고스서원 설교 쓰기 워크숍은 3월 2일부터 6월 15일까지 15주간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 30분에서 오전 1시까지 열린다. 장소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서울영동교회 본관 B113호다. 수강을 희망하는 사람은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된다. 회비는 30만 원이다.

문의: 051-468-7375, http://cafe.daum.net/logos-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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