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6일 대전 침례신학대학교에서 2016 하나님나라 공동체 수련회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강도현

이상한 수련회가 열렸다. "오늘 프로그램을 모두 마칩니다"라는 광고를 들었을 때 참석자들은 갸우뚱했다. '여름 수련회에서 뜨거운 찬양과 통성기도가 없어도 되는 거야?'

성서한국의 회원 단체인 성서대전, 성서대구, 성서부산, 기독연구원 느헤미야가 공동으로 개최한 여름 수련회 이야기다. 오전에는 느헤미야의 교수들의 신학 강좌, 오후에는 선택 강좌와 문화 활동, 저녁에는 콘서트와 강연으로 꾸려졌다. 지금까지 개최한 성서한국 수련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기존 성서한국 수련회보다 참석자의 연령이 많이 내려갔다. 얼핏 봐도 20대 초반이 대다수였다.

주최 측도 참석자의 연령대가 낮아진 것에 놀라는 눈치였다. 조직위원장 김신일 목사는 "수련회의 주제가 '청년 함께'여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부분은 성서한국 스타일(?)의 수련회에 처음 참석한 청년들이었다. 

멀리 경남 사천에서 청년부 담당 목사와 청년들이 함께 참석한 교회도 있었다. 그들은 "기존 수련회와는 다른 은혜를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참석했다. 처음에는 적응이 힘들었는데 저녁 콘서트를 보며 마음의 힐링을 얻었고 역시 하나님의 은혜는 특정한 모습으로만 임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 첫날 저녁 강사로 나선 한국 갭이어의 안시준 대표는 심지어 기독교인이 아니다. 당연히 강의 내용도 전혀 신앙적인 내용이 아니었다. 주로 청년 시절에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를 이야기했다. 

교회 수련회에 비기독교인을 강사로 세운 의도가 궁금했다. 김신일 목사는 "우리 청년들이 살아가는 현장은 교회가 아니다. 그들이 매일 겪어야 할 현장은 전혀 기독교적이지도 않다. 그런 세상에도 우리가 분별력을 가지고 귀 기울여야 할 사람들이 많다. 그런 부분을 청년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 수련회 주제가 '청년 함께'인 만큼, 강의 참석자 대부분은 20대 초중반 청년들이었다. ⓒ뉴스앤조이 강도현

오전 신학 강의 수준은 상당히 높았다. '청년과 하나님나라'를 주제로 권연경·김형원·김근주 교수가 강의했다. 김형원 목사는 "하나님나라는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든 세계를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죽어서 천국 가는 것만이 구원이 아니라는 설명에 참석자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는 듯했다. 그러나 강사들의 열정적이면서도 논리 정연한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김신일 목사는 "첫날과 둘째 날 저녁 집회 때 기존에 익숙한 찬양, 기도를 하지 않아서 참석자들이 의아해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셋째 날 저녁과 파송 예배에는 진한 찬양과 기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신앙의 모습이 얼마나 다양한지 청년들과 나누고 싶었고 청년들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내고 답을 찾아가는 수련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이번 '청년 함께' 수련회에서는 강사로 섬기지 않는 멘토들이 청년들과 함께 호흡했다. 멘토들은 각 조의 조장이 되어서 조별 나눔을 이끌고 개인 면담도 진행했다. 저녁에는 멘토들과 진행 요원들이 모여 당일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존 수련회와 다르다 보니 청년들이 수련회에서 기대했던 바가 충족되지 못하는 면이 있다"는 평가도 있었고 "찬양과 기도를 강요하지 않고 청년들의 고민을 집중적으로 다루어서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도 있었다.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위험 요소가 있다. 그러나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어떤 발전도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네 단체가 함께 협력하여 진행한 이번 수련회가 참석자들에게 어떤 영향으로 남게 될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기대보다 참석자가 적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물적·인적 자원이 부족하고 한국 주류 교회와는 사뭇 다른 메시지가 여전히 장벽으로 인식되는 듯하다.

교육팀장으로 참여한 성서대구의 최성훈 목사는 "교회가 청년들을 너무 어리게 보고 쉬운 노동자로 인식하는 면이 분명히 있다. 청년들이 주체적인 존재로 세워지는 것을 교회가 두려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청년들을 위해 고민하는 교회도 많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이런 시도가 열매를 맺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나님나라 안에서 청년들이 주체성을 회복하는 것. 아마도 이번 대회를 통해 주최 측이 청년들과 나누고 싶었던 속마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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