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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여기 법을 싫어한 두 목사가 있다.

두 목사 모두 유학파 박사 학위 소지자다.

한 목사는 박사 학위가 두 개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미국에서 각각 신학 박사, 목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남아공에서 쓴 논문은 15년 후 표절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에서 쓴 논문은 그 표절한 논문을 재표절한 것이었다.

다른 목사는 영국에서 기독교사회윤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직까지 그의 논문이 표절이라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논문 표절 목사는 미국에서 큰 교회를 일궜다. 한국에서는 큰 교회를 더 크게 만들었다. 예배당을 새로 짓는 데 3,000억이 들었다. 공공 도로 지하 일부를 점용하고, 지하철 출구와 교회 입구가 이어지게 공사했다.

또 다른 목사는 영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작은 교회를 목회했다. 그가 담임하는 교회는 돈이 있어도 예배당을 소유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도 그 교회는 지역 복지 시설을 일요일에만 빌려 예배당으로 사용한다.

큰 예배당 목사는 매년 억대의 사례비와 목회 활동비를 받고 여름 휴가비, 심방비 등은 모두 따로 받는다. 그래도 목회 활동비가 모자란다. 큰 교회를 목회하니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도 많다. 특별 새벽 기도 CD를 교인들에게 팔고 그 금액을 자기가 썼다. 교회 서점 수익금 1/3도 자기가 썼다. 아, 그의 목회 활동에는 개인 골프 레슨도 포함돼 있다.

예배당을 빌려 쓰는 목사는 사례비 외에 목회 활동비를 따로 받지 않는다. 언젠가 그는 자신도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살고 싶다고 했다. 하나님도 그걸 원하신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믿는 하나님은 자신뿐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이 그렇게 되기를 바라신다고 했다. 그는 그날이 올 때까지 가난하게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억대 연봉 목사의 관심은 글로벌이다. 그의 비전을 담기엔 한국 땅이 너무 작다. 전 세계가 그의 목회 대상이다. 큰 예배당 짓고 이제 독수리 날개 치듯 비상해야 하는데, 뭐 특혜다 논문 표절이다 반발하는 소수의 사람이 그를 괴롭혔다. 그들이 왜 자꾸 시비를 거는지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

사례비밖에 못 받는 목사의 관심은 사회의 불평등이다. 권력에 고통받는 사람 하나를 가슴에 담기에도 벅찼다. 평생을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과 연대했다. GDP 3만 불 시대, 이제 좀 양극화가 좁혀져야 하는데, 여전히 사람들은 거리로 내몰렸다. 도대체 왜 자꾸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전 세계를 목회하는 목사는 2012년 8월, 100명이 넘는 부교역자 앞에 섰다. 새 예배당 건축이 한창이던 그때, 그는 "도로점용을 포기하는 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거다. 이제 이런저런 소리 나오면 안 되고 집중해서 나아가야 한다. 출사표 던졌고 영적 배수진을 쳤다"면서 부교역자들에게 확신을 심어 줬다.

고통받는 사람과 함께한 목사는 2016년 6월, 국가의 무능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 토건 세력에 신음하는 사람들 앞에 섰다. 그는 "하나님 사랑이 얼마나 끔찍한지 목사로서 아주 미치겠다. 내 맘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불을 내려서 권력자들을 불살랐으면 좋겠다. 왜 아직도 참고 계시는지 모르겠다"며 하나님을 원망했다.

글로벌 목사는 큰 예배당을 짓는 데 거추장스러운 법이 맘에 들지 않았다. 사실 법이 막아도 상관없었다. 하나님의 '성전'을 짓기 위한 것이니 어떻게든 형통할 것을 확신했다. 법 위에는 '영적 제사법'이 있으니까.

가난한 목사도 법이 맘에 들지 않았다. 왜 자기 삶의 터전에서 일방적으로 쫓겨나야 하는가. 그는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틀린 게 아니라고 했다. 기죽지 말라고 했다. 저항하라고, 그 법을 때려 부수고 법을 새로 만들라고 했다. 법 위에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영적 제사법'이라는 단어는 신령해 보였다. '여기 사람이 있다'는 말은 불온해 보였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누가 진짜 목사인가. 누가 목사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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