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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똥밭에 무릎 꿇고 하나님 찾았더니
자급자족 신앙 공동체 꿈꾸는 합천 애향교회 주영환 목사
  • 최승현 기자 (shchoi@newsnjoy.or.kr)
  • 승인 2016.06.0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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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향교회 주영환 목사가 기르는 닭들에게 사료를 주고 있다. 주 목사는 '공장식 양계'가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다며 닭을 풀어 키우고 있었다. '야마기시 공동체'에서 영감을 받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닭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중요한 대화를 나누는데 눈치 없이 치고 들어오는 "꼬끼오" 소리가 산통을 깬다. 4,000마리 닭들도 저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다. 몇몇 닭들은 홰치며 마당을 질주하기도 하고 마당 잡초를 뽑아 대기도 한다.

앞서 소개한 경남 합천군 삼가면 외토리 '외토하늘가교회'에서 10km 남짓 떨어진 삼가면 동리 애향교회 이야기다. 2008년 이곳에 교회를 개척한 주영환 목사가 자립의 일환으로 양계를 시작하면서 교회 마당은 '닭판'이 됐다.

'그저 그런' 목회에서 생명농으로

서울에서 나고 자란 '도시 사람' 최재호 목사와 달리, 주영환 목사는 합천 출신 토박이다. 신학교 공부를 마치고 산청 등 인근 동네에서 목회했다. 처음에는 최 목사도 일반적인 목회 형태를 따랐다. 상가에 건물 얻어서 목회하고, 시골 교회를 전전했다. 주 목사 표현에 따르면 '그저 그런' 목회를 해 온 목사 중 하나였다.

변화의 계기가 찾아왔다. 평소 교분이 있던 공동체로부터 '양계'를 권유받았다. 제안을 받아들여 시작하긴 했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닭들을 꼼짝달싹 못하게 케이지에 가둬 놓고 항생제와 성장 촉진제를 맞혀 가며 쉴 새 없이 무정란을 만들어 내는 '공장식' 양계는 성경 가치에 맞지 않는다는 걸 알고는 있었는데, '생명농' 방식을 하려 하니 단순히 친환경 사료 먹인다고 될 일은 아니었다. 머리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한살림생활협동조합, 정농회 등 생명농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받고 도움을 얻었다.

주 목사가 모델로 삼은 건 일본 야마기시 미요조(山岸巳代藏, 1901~1961)가 만든 '야마기시공동체'. 생명 농법으로 닭을 키우며 공동체를 일군 곳이다. 주 목사가 야마기시 모델이라고 설명한 닭장을 보니, 넓은 공간에 닭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4,000여 마리 닭이 움직이려니 공간이 꽤 넓다. 바깥 공기를 쐬라고 닭 몇 마리는 앞마당에 풀어놓았다. 10cm도 자유롭게 못 움직이는 공장식 양계장과는 확연히 달랐다.

주영환 목사는 이렇게 키운 닭들이 훨씬 더 건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항생제를 놓지 않아도 될 정도다. AI 영향이 이곳까지 뻗친 적은 아직 없지만, 닭들이 웬만한 전염병에는 감염되지 않고 어쩌다 걸려도 전염시키지는 않는 수준이라고 했다.

생명농으로 키우려면 돈이 더 들 것 같지만, 경제적으로도 훨씬 낫다. 닭들이 건강해 각종 주사를 놓지 않아도 되고, 유기농 식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사 먹는 데다가, 공장식 양계는 공급과잉으로 가격경쟁이 일어나 출혈이 심하기 때문이다. 주 목사는 매월 7만 개에서 8만 개를 납품하고 있다. 모두 유정란이다. 달걀을 구워서 팔기도 하는데, 교회 사이에 입소문이 퍼졌다. 부활절 주간에는 구운 달걀만 1만 개가 팔렸다.

   
▲ 상태가 좋지 않거나 보호가 필요한 닭들은 마당에 풀어놓는다. 이렇게 하면 닭들이 훨씬 더 건강하다. 생산성도 높다. 사료를 주려 하자 닭들이 주 목사 주변으로 몰려든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종착지는 공동체

양계를 시작한 지 제법 됐지만 주 목사 목표는 돈을 벌어 풍요로운 생활을 하는 게 아니다. '야마기시' 같은 공동체를 이루는 게 주 목사의 종착지다.

"농사요? 목사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고 혼자 해도 안 됩니다. 노동하고 마을 섬기는 일은 공동체가 함께 해야 할 일이예요."

그러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양계부터 문제다. 처음에 빚내서 시작하긴 했는데 아는 게 별로 없어 갖은 고생을 했다.

"시작하고나서 얼마 안 됐을 땐데, 콕시듐이라는 병이 돌았어요. 닭한테 오는 장염 같은 거예요. 닭들이 픽픽 쓰러지고 한 번에 900개씩 나오던 알이 300~400개로 줄고, 색깔도 비리비리하고… 뭐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고요. 항생제를 안 놓고 자연요법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뭘 알아야죠. 누구는 마늘을 갈아서 닭한테 먹이라고 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는데도 안 돼요. 닭똥 가득한 닭장에 무릎 꿇고 기도하게 되더라고요. '하나님 은혜'로 닭들이 기적처럼 건강해지기는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맨손으로 어떻게 지금까지 왔는지 모르겠어요."

공동체에 대한 교인들 인식도 극복해야 할 장벽이다. 보수 신앙이 강한 농촌이다 보니, 우선은 신앙의 틀부터 깨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열다섯 명 남짓한 교인 중에는 새벽 기도 안 하면 죽는 줄 알던 사람도 많았다. 주일이라고 닭들이 알을 안 낳는 것도 아니라 일을 해야 하는데, '안식일'에 일했더니 하나님이 치시더라는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교인들도 있어 충돌할 때도 있었다. 새벽 기도 하고 싶은 사람은 집에서 자유롭게 하시라고, 예배에 얽매이지 마라고 꾸준히 말하고 있다. 해야 할 일이 이래저래 많다.

지역사회에도 잘 보여야 한다. 외부인들 몇 명 들어와서 울타리 쳐 놓고 게토를 만들어서는 '농촌 교회'라고 할 수 없다. 주 목사는 수시로 마을 사람들에게 닭도 잡아 대접하고 계란도 갖다 주면서 친분을 쌓았다. 마을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어이 주 목사" 하고 부르면, 주영환 목사는 "행님 어데 갑니꺼?" 되받아치는 사이가 됐다. 교회 부지에 내년쯤 산업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라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자, 마을 주민들이 와서 떠나지 말라고 막는다고 했다.

"농사짓는 목사, 더 많아져야 돼요"

유정란 판매를 시작하면서 주영환 목사가 꾸는 꿈이 있다. "외부 도움받아서 연명하는 농촌교회 말고, 농촌을 섬기는 교회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비단 주 목사와 애향교회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후원받아 살 생각 말고, 농사짓는 목사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얘기였다.

물론 농사라는 게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님을 잘 알고 있다. 해야 할 일,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걸 경험으로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주영환 목사는 최재호 목사나 인근 지역 목회자들이 함께 농사짓지 않았더라면 혼자만 일하기는 어려웠을 거라고 말했다.

지난해 애향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이 선정한 ‘농어촌 모범 교회’가 됐다. 앞으로 시골로 내려올 후배 목회자들에게 주영환 목사는 "머리가 굳어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자신이 고생해서 얻은 노하우를 다른 목회자들과 공유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이 많아지면 국내건 해외건 양계를 통해 목회와 농촌 선교에 이바지할 기회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주영환 목사 부부는 그저 그런 농촌 목회가 아닌, 자활할 수 있고 농촌을 살릴 수 있는 목회 공동체를 꿈꾼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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