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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만 원 지불하면 설교 수천 편이 내 손에
저작권 위배되는 설교 자료 매매…차명 계좌 이용으로 금융실명법도 위반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6.05.23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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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어느 날 메일함을 여니 '호산나' 씨가 보낸 '좋은 목회 자료를 소개합니다'라는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회사 계정도 아닌 개인 계정이었는데 신기할 따름이었다. "존경하는 목사님 안녕하세요. 감사드립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메일은 2GB 분량의 각종 설교 자료를 5만 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목사가 아니기에 무시하고 넘어갔다.

이틀 뒤, 같은 제목의 메일이 또 도착했다. 이번에는 보내는 사람이 '총회'로 돼 있었다. 왜 이름을 바꿔 가며 반복적으로 메일을 보내는지 궁금했다. 찬찬히 훑어봤다. 내용은 거의 비슷했다. 같은 내용의 메일을 총 5통 받았다.

대형 교회 유명 목사들의 설교, 예화, 신학 자료, 성경 연구 자료, 성경 공부 교재 모음을 메일로 보내 준다는 광고다. 단, 두 번째 메일에서 제시한 가격은 지난 메일보다 5,000원 낮은 가격이었다. 결국 마지막에는 가격이 2만 원까지 내려갔다.

직접 받아 보기로 하고 메일에 안내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2만 5,000원을 계좌로 송금하면 2GB 분량의 설교 자료를 대용량 메일로 보내 준다고 했다. 쓰여 있는 계좌로 송금했더니 다음 날 메일이 도착했다. 판매자 호산나 씨 말대로 2GB 분량의 자료가 5개의 압축 파일로 나뉘어 왔다.

   
▲ '호산나' 씨가 보낸 폴더에는 유명 목사 설교, 논문 자료, 성경 강해 설교 등 다양한 자료가 담겨 있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클릭 한 번으로 내려받는 설교 자료

각 파일을 내려받아 자료를 살펴봤다. 대형 교회 목사들의 설교문이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곽선희·김삼환·김동호·이동원·홍정길·김상복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목사들 설교가 문서 파일로 저장돼 있다. 이미 인터넷에 공개된 설교를 문서로 정리해 한데 모아 놓은 경우도 있다. 그뿐 아니라 성경 각 권별로 폴더를 만들어 성경 장만 입력하면 관련 설교를 손쉽게 찾을 수 있게 해 놓았다.

교회 행사 또는 절기에 맞춰 분류한 폴더도 있다. 특별 새벽 기도는 교회에서 흔히 하는 대로 7일·20일·40일 단위로 정리했다. 각 폴더에는 그에 맞는 성경 말씀과 설교 전문이 게재돼 있다. 전도 행사용 폴더도 있다. 새신자가 왔을 때 하는 설교도 있고 ㅅ교회 담임목사가 결석 교인에게 쓴 편지들도 그대로 문서 파일 형태로 담겨 있다.

'기독교 관련 논문' 폴더는 신학·선교·목회·역사·교육·성경이라는 하위 폴더로 분류했다. 그 안에는 꽤 유명한 교회의 성장사가 담긴 글을 비롯해 영어로 쓰인 논문, 목회학 석사과정에 있는 학생이 작성한 '복음 전도'라는 논문이 있다. 1990년대에 쓰인, 제법 오래된 논문도 문서 파일로 저장돼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금방 찾을 수 있는 것들이다. 논문을 쓴 저자의 출신 학교는 교단별로 다양했다. 내용은 많았지만 주제만 있으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구조다.

남의 설교 돈 받고 파는 행위, 명백한 저작권법 위반

호산나 씨가 제공하는 설교 자료는 사실 조금만 시간 들여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설교 자료가 있으면 검색할 수고조차 필요 없다. 2만 원만 내면 클릭 한 번으로 모든 자료를 손쉽게 받아 볼 수 있다. 호산나 씨가 한 일이 있다면 인터넷에 올라온 누군가의 설교문을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문서 파일로 만들어 모아 놓은 것이다.

이렇게 인터넷에 올라온 남의 설교를 되파는 행위는 저작권법에 저촉된다. 불법이라는 말이다. 1,000GB 분량의 설교 자료를 판매한다는 다른 광고에는 저작권에 위반되는 일부 성경 주석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책으로 출간된 주석에만 저작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위원회 저작권상담팀은 설교·논문·책이 모두 어문 저작물로 분류되어 저작권 보호를 받는다고 했다. 이런 종류의 저작물은 저작권자가 생존해 있는 동안 또는 사후 70년까지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

저작권법 16조와 18조에 따르면 저작권자만 자기 저작물을 복제하고 공중 송신(메일로 저작물을 보내는 행위 - 기자 주)할 권리를 가진다. 이를 위반할 경우 저작권법 제136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저작권법 위반 처벌 여부는 저작권 소유 당사자가 고소해야 이뤄지는 '친고죄'에 속한다. 하지만 저작권법 140조를 보면 "저작권을 위반한 사람이 영리 목적으로 저작권을 위반하거나 상습적으로 위법 행위를 할 경우에는 그러지 아니하다"고 쓰여 있다.

 
   
▲ 위 사진은 설교 자료는 4만 원에 판매한다는 것이고, 아래 사진은 같은 자료를 2만 5,000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이다. 자세히 보면 메일 주소와 전화번호는 같지만 돈을 받는 통장이 다르다. (관련 자료 갈무리)
 

호산나 씨는 설교 자료 판매를 웹 사이트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각 교단 총회나 신학대학원 자유게시판처럼 아무나 글을 올릴 수 있는 기독교 관련 사이트에서 호산나 씨의 글을 찾을 수 있다. 늘 비슷한 패턴의 글에 같은 메일 주소, 같은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연락처는 동일하지만 돈을 받는 계좌는 두 개라는 것이다. 어떤 경우는 김경O, 어떤 때는 김주O이다. 한 사람이 자기 계좌 외에 적어도 한 명의 차명 계좌까지 관리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가명 혹은 무기명 거래를 금지하는 금융실명제를 위반하는 행위다. 2014년 11월 29일부터 시행 중인 개정 '금융 실명 거래 및 비밀 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에 따르면 불법으로 획득한 재산을 숨기거나 자금 세탁 및 조세 포탈 등 불법을 목적으로 차명 거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차명 거래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차명 계좌의 주인이 이 통장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이는 속칭 '대포 통장'에 해당한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1호는 "본인 명의의 금융 거래 통장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양도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설교 표절 유혹에 노출된 목회자들

목회자의 설교 표절 문제는 해가 지나도 개선되지 않는 해묵은 문제다. 신학자들은 설교 표절이 도둑질과 같은 심각한 범죄라고 지적하지만 담임목사의 설교 표절을 바라보는 교인들 시각은 좀 다르다. 목회자가 설교를 표절했다 하더라도 교인들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거나 문제 제기조차 꺼린다.

평소 목회자 설교 표절 문제를 제기해 온 김진규 교수(백석대 구약학)는 인터넷에서 설교를 사고파는 행위가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목회자들이 설교 표절 유혹에 너무 쉽게 노출된다. 신학교에서 배운 대로 말씀을 묵상하고 그것을 토대로 받은 은혜를 나누는 것이 설교인데, 그런 과정 없이 남이 써 놓은 설교를 베끼는 것은 목회자 양심에 어긋나는 짓"이라고 했다.

여기에 더해 김 교수는 인터넷에 떠도는 출처 없는 자료의 위험성도 동시에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찾은 누가 썼는지도 모르는 자료를 설교에 인용하는 것 또한 큰 문제다. 이미 학계에서 정립이 끝난 주제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터무니없는 주장이 실린 글을 볼 수 있다. 이단이 작성한 글이 섞여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목회자 설교 표절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이를 명문화한 곳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채영남 총회장)뿐이다. 예장통합은 2015년 100회 총회를 맞아 '목회자 윤리 강령'을 발표했다. 강령의 생활 윤리 부분에 '나는 설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표절을 부정직한 행위로 거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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