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금산에 위치한 받들교회를 섬기는 김명준 목사, 그는 서울에서 자립 목회를 하고 있었다. 편리함과 풍요가 있지만 사람 됨의 가치를 잃어 가는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사람 됨과 생명의 가치, 나눔의 삶을 향한 갈망은 하늘의 부르심으로 다가왔다. 그 소리를 외면할 수 없어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 토박이인 아내와 철모르는 세 살배기 딸아이의 손을 잡고 가진 것 없이 시골 빈농가에 터를 잡았다.

농부 목사로 삶을 시작한 지 4년, 농촌 선교에 헌신하고자 하는 한 신앙인의 선교 헌금을 마중물로 하여 예배당을 짓게 되었다. 이전에 교회 터전을 마련하는 데 들어간 빚도 있었지만 소중한 마음을 기초로 예배당을 짓기로 결정하고 건축의 방향을 다음 세 가지로 잡았다.

첫째, 우리의 정성과 땀이 배어 있는 예배당, 둘째, 생태적인(자연적인) 예배당, 셋째, 한국적인 예배당. 이와 같은 방향 속에서 흙과 나무, 짚을 재료로 하여 소박하고 농촌의 자연환경에 조화로운 흙벽돌 초가지붕의 예배당을 지었다. 이른 봄부터 흙벽돌을 찍어 말리고, 나무껍질을 벗기고 다듬고, 나무로 뼈대를 세우고 서까래를 얹고 너스레를 댄 뒤 흙을 이겨서 얹는 뒤 그 위에 초가를 얹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진행했다.

▲ 김명준 목사는 한 신앙인의 선교 헌금을 마중물로 예배당을 지었다. 김 목사는 한국적이고 생태적인 예배당을 지으려 노력했다. (사진 제공 김문선)

이 과정은 교회 식구들은 물론 마을 주민, 도시의 청년들, 지역의 목회자들의 정성과 땀이 어우러지는 생명의 마당이었다. 생명의 예배당, 모두의 예배당이 그려지고 꽃피웠던 것이다. 김 목사는 예배당에 들어설 때마다 자연의 힘과 신비를 경험하는 것이 크나큰 축복이라고 말한다.

그는 농촌 목회를 통해 만난 하나님과 신앙을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첫째, 하나님의 창조 세계인 우리 농촌이 모든 생명의 품(어머니)이자 뿌리이며 하나님이 일하시는 터전임을 고백한다. 둘째, 생명을 돌보며 가꾸어 나누는 농업이 살림살이의 뿌리이자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임을 고백한다. 셋째, 나를 넘어 이웃과 자연과 하나님과 하나가 되어는 것이 삶의 행복임을 고백한다.

김 목사는 농촌에 둥지를 트고 시작된 첫 번째 삶이 농부가 되어 하나님의 생명 안에 안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나님의 품, 창조 세계에 안기는 것이었다. 매일매일 새롭게 베풀어 주시는 생명의 세계와 친밀해지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안김이 농사를 통해 경험되었다. 새로운 해와 바람, 생명의 기운, 어머니의 품인 대지, 생명의 먹을거리를 가꾸는 농부들과 함께 사는 것이었다. 자기만의 모양과 빛깔과 냄새와 맛을 지닌 풀들, 이름 모를 수많은 벌레들, 밤하늘의 별들과 은하수.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품에 안기는 기쁨이었다.

김 목사는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고 포기하는 벼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농약과 화학비료가 주는 편리함과 생산성을 뒤로하고 생명과 공생하는 유기농업을 시작했다. 청둥오리, 왕우렁이와 함께 논에서 일하고 이른 새벽부터 어둠이 내릴 때까지 논과 밭에서 땀을 흘렸다. 논과 밭에서 나를 찾고, 사람을 찾고 하늘을 찾고자 씨름했다. 생명과 평화의 자리, 사람의 자리, 하늘의 자리를 지키는 길을 걷고자 함이었다.

▲ 김 목사는 논과 밭에서 땀을 흘리면서 생명과 평화의 자리를 지키고자 했다. (사진 제공 김문선)

반딧불이가 되살아오고, 논두렁에 메뚜기가 가득하고, 이름 모를 새들과 보기 힘들던 제비들이 날아오고, 수많은 물속 생물들이 되살아오던 날, 그 신비로움과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은총이였다.

그는 공동체성의 붕괴 위기 앞에 서있는 세상에 대한 대안으로 생명 중심의 삶과 목회는 꿈꾼다. 특히 귀농 귀촌 인구 증가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의 농민과 귀농 귀촌인과의 상생 협력을 위해 영농 조합, 직거래 협동조합, 생태 마을 공동체 등에 관심을 갖고 사업들을 진행 중이다. 또한 농촌 공동체의 어르신들과의 친밀한 관계와 살림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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