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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뺄셈'에 갇힌 농촌 목회
30년간 '농어촌 선교'에 몸담은 목회자 3인 인터뷰
  • 김재광 (today@newsnjoy.or.kr)
  • 승인 2016.04.05 18:44

농촌 목회를 주제로 글을 쓰거나 말을 하는 사람마다 꼭 가져다 붙이는 서두가 있다.

"농촌 목회가 위기입니다"
"농촌 목회가 위기라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농촌 목회가 위기라는 사실은 여러분 모두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굳이 위기론을 앞세우지 않더라도, '농촌 목회'를 주제로 한 대부분의 말과 글의 요지에는 모두 '위기론'이 전제로 깔려 있다. '다들 어렵다는데 이런 교회도 있다, 다들 무너져 가는데 그래도 이 방법을 써 보면 어떨까.' 보통 이런 식이다.

거슬러 올라가 보자. 10년 전, 20년 전, 30년 전. 서두는 마찬가지였다.

1965년 5월 25일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춘추는 '신학생 백서, 신학 지망 동기 및 현 상태 조사 보고서'를 펴 낸다. 50년 전, 그때도 '농촌 목회'는 위기였을까.

보고서에서 김규당 학생과장은 이렇게 진단한다.

"농촌 교회는 피폐 상태에 있다. 농촌 교회의 실정은 중병 환자와 같다. 지금과 같이 약간의 학력이라도 가진 자는 모두 도시로 빠져나가는 실정으로는 농촌의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신학교를 졸업하는 이들이 농촌으로 진출해야 한다."

50년 전에도 농촌 목회는 위기 상태였다.

   
▲ 농촌 목회 위기의 역사를 되짚어 보기 위해 농촌 선교에 30년 가까이 몸담아 왔던 목회자 3인을 만났다. 사진 왼쪽부터 김기중 목사, 한경호 목사, 차흥도 목사.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위기의 뿌리를 보자

반 세기에 걸친 문제라면 이미 곪을 대로 곪아 있을 것이 분명하다. 위기 역사의 궤적을 한번 살펴보기로 했다. 30년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관록의 농어촌 선교 전문가들을 찾아 나섰다. 한국농어촌선교단체협의회 총무 김기중 목사, <농촌과 목회> 편집위원장 한경호 목사, 기독교대한감리회 농촌선교훈련원 원장 차흥도 목사를 차례로 만났다.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30년째 반복되는 농촌 목회 위기론을 어떻게 보는가.'

한경호 목사는 잠시 멈짓하더니 슬며시 미소를 띄웠다. 천천히 입을 떼는데 눈빛은 한없이 깊었다.

"어떻게 보긴 뭘, 다 아는 걸."

김기중 목사도 차흥도 목사도 반응은 비슷했다.

차흥도 목사는 30년 전 탄광촌 교회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이야 탄광촌이 쇠퇴 국면이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탄광촌 교회라고 하면 제법 뜨는 교회 축에 끼었다. 많게는 1,500명이 모이는 대형 교회도 있었고, 대부분의 교회가 수백 명의 교인들이 모이는 중형 교회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30명도 채 모이기 힘든 교회가 많아졌고, 그마저도 문을 닫는 교회가 태반이다.

마을에 사람이 없으면 교회가 도태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차 목사는 "농촌의 현실이 곧 농촌 교회의 현실이 된다. 교회가 마을과 분리될 수 없는데, 자꾸 마을은 빠지고 교회의 위기만을 말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들린다. 농촌에 사람이 없어지는데 교회가 승승장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거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한경호 목사는 위기론의 양상이 최근 들어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했다.

"예전에는 농촌 교회의 위기가 농촌 교회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농업의 위기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이것이 비단 농촌 교회와 농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농촌 교회의 위기는 농촌 교회만의 위기가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의 위기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농업의 위기 역시 마찬가지다. 농업의 위기는 한국 사회 전체의 위기라고 하는 인식이 점차 확대됐다."

한 목사의 지적이 이어졌다.

"우리 사회가 유기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이 망가지면 거기만 망가지는 게 아니다. 다 연결돼 있지 않은가. 특히 농업은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생존의 절대 영역인데, 그 생존의 절대 영역을 망가뜨리고 그 위에 교회와 문화와 사회가 어떻게 건강하게 설 수 있겠는가. 못 선다."

정거장 목회에서 정주 목회로

위기 일변도의 농촌 목회를 바라보는 목회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김기중 목사는 "농촌 사회가 극심하게 공동화되던 70~80년대, 한국교회 대다수 목회자들 사이에서 농촌 목회에 대한 기피 현상이 나타났다"고 회고했다. 김 목사는 "70~80년대가 어떤 때인가. 한국교회가 온통 도시 대형 교회를 좇던 때 아닌가. 성장주의가 유행을 끌면서, 교회의 성장이 곧 목회자 개인의 성공으로 비춰졌다. 자연히 농촌 목회는 실패한 목회라는 인식이 생기게 됐다"고 했다.

차흥도 목사는 "그때 농촌 교회에 '정거장 목회'의 바람이 불었다"고 했다. 도시로 진출하기 전 잠깐 머물다가 가는 곳으로 농촌 목회를 이해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일부 교단의 '농촌 목회 의무 기간 제도'와 맞물리면서 하나의 현상처럼 굳어지게 됐다. 젊은 목회자가 어쩔 수 없이 잠깐 머물다가 2~3년 의무 기간만 채우고 다시 도시 교회로 떠나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한경호 목사는 "가뜩이나 정적이고 답답한 농촌 사회에 젊고 똑똑한 친구들이 버틸 수나 있었겠나"하고 그 시절을 돌이켜 봤다.

하지만 90년대 후반부터 정거장 목회에 대한 반성이 일었다. 차흥도 목사는 96년부터 '정주 목회 운동'을 주창한 당사자다. "정거장 목회가 아닌 정주 목회만이 농촌 교회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라고 주장하면서, 감리교 안에서 1년에 4차례 각 지역을 순방하며 현장 목회자들을 교육하고 서로 연대의 끈을 모색했다고 한다. 10년, 20년 정주 목회를 해야 의미 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게 농촌 목회 회생을 위해 꺼내든 화두였다. '정주 목회 운동'은 타 교단으로까지 번졌다.

김기중 목사도 2000년대 초반의 변화된 흐름을 짚었다. 도시 교회의 지원으로 연명하던 농촌 교회 미자립 현실을 타파하자는 목소리가 이때부터 소장파 농촌 목회자들 사이에서 유포됐다. 목회자들이 교회 울타리를 넘어 마을 사역, 유기농/친환경 농법 보급, 복지 사업 확대, 소농 자립형 목회 등 다양한 시도를 활성화했다. 이같은 노력은 정부의 농어촌 지역 살리기 정책과 소농 지원 사업 등과 맞물려 탄력을 받았다.

차흥도 목사, 김기중 목사, 한경호 목사는 한목소리로 소수의 흐름이긴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분명 의미 있는 변화를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김기중 목사는 정주 목회와 마을 사역이 맞물려 가면서 농촌에서도 목회가 행복할 수 있고 농촌 교회도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사는 연결망을 만들자

그렇다면 지금의 과제는 뭘까. 미래를 어떻게 내다보고 있는지 물었다. 백발이 성성한 목회자 세 명은 지금도 '농촌 선교'에 여념이 없다. 김기중 목사는 올해 3월부터 '농촌 목회 학교'를 열었다. 진짜배기를 키우기 위한 미래 준비라고 했다. 세미나 몇 번 해서는 농촌 목회의 철학도 정신도 자립 가능성도 배양하기가 힘들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러면서 지역마다 모델을 키우고 지역 연대망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건강하게 자립하고 마을을 살리는 교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호 목사는 작년부터 소속 교단에서 발족한 온생명소비자협동조합 발기인회 총무로 활동하고 있다. 한 목사는 "작고 약한 교회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뜻과 힘을 모으고 도시 큰 교회들이 이들의 활동을 뒷받침해 주는 것은 새로운 협력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고 했다. 온생명소비자협동조합은 서울, 경기 지역에서 교회 열 곳 내외, 지역의 광역권 도시 교회에서 한 곳씩을 시범 교회로 선정해 소비자 협동조합을 구축하고, 농어촌 교회 중심의 생산자 협동조합과 지속적인 연대망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차흥도 목사 역시 '생명의 망 잇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마을 목회에 관심을 가졌다면, 이제 좀 더 넓은 범위의 지역 연결망을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의 농촌 마을은 한 단위에서 교육과 문화, 생산과 소비가 순환되기 힘들다고 지적하면서, 최소 지자체 단위의 연결망을 만들어 지역 안에서 생활 구조가 순환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지역의 교회들이 '생명의 망'으로 연결되어 서로 협력하고 상생할 수 있는 운동을 펼쳐 가야 한다고 했다.

차 목사가 제기한 또 하나의 기회는 바로 '귀농, 귀촌 현상'이다. 작년에 최초로 귀농, 귀촌 인구가 도시 유입 인구를 역전했다고 한다. 그만큼 귀농, 귀촌 인구가 늘어가고 있는데, 농촌 교회든 도시 교회든 이러한 현상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차 목사는 "도시 교회는 교회 안에 귀농, 귀촌 학교를 열어야 하고, 농어촌 교회는 귀농, 귀촌 인구를 어떻게 맞을지 대비를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50년, 농촌 목회는 '뺄셈'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소수의 현장 목회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는 움직임이 10년여간의 지형을 바꾸어 놓았다. 30년 동안 농촌 선교에 몸담아 왔던 세 명의 목회자들은 이제 농어촌과 도시 간, 농어촌의 광범한 지역 안에서의 연결망을 고민하고 있다.

목회멘토링사역원은 지난 4년 동안 '마을을 섬기는 시골 교회 워크숍'을 열어 마을 목회, 자립 목회를 위해 20년 가까이 현장에서 변화를 도모한 사례를 소개해 왔다. 올해는 5월 2일(월) 대전 늘사랑교회(정승룡 목사)에서 제6차 워크숍을 연다. 농촌 목회의 현실과 앞으로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하고 협력의 기회를 엿보는 만남이 되기를 바라며, 여러 목회자, 신학생, 농촌 목회에 관심 있는 여러분들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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