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2016년 한국교회는 반동성애 행보에 앞장서고 있다. 주요 교단장은 신년 대담회에서 동성애 반대가 한국교회 주요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을 비롯한 여러 교단은 전국 단위로 동성애 반대 세미나를 시작했다. 이들 사이에서 기독교인 성 소수자는 갈 곳을 잃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교회에서 활동하거나, 내적 갈등에 부딪혀 교회를 떠나는 이들도 많다.

미국 교회는 한국보다 훨씬 오랫동안 이 문제를 연구해 왔다. 교단마다 성 소수자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지만,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성 소수자를 대놓고 혐오하는 발언을 하지는 않는다.

한국과 비교하면 많이 다르지만 여전히 미국 교계에 만연한 성 소수자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행동에 나선 목사들이 있다.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교단 방침에 항의하려고 지난 11월부터 매일 밤 텐트에서 노숙하는 목사가 있다. 또 다른 교회와 목사는 집에서 쫓겨나 길거리를 배회하는 성 전환 청소년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필요한 물품을 지급한다.

▲ 마이클 터퍼 목사는 지난해 11월 30일부터 매일 밤 텐트에서 잔다. 성 소수자를 배척하는 교단 방침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터퍼 목사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연합감리교회, 성 소수자를 받아 달라

마이클 터퍼(Michael Tupper) 목사는 지난해 11월 30일부터 매일 밤 텐트에서 잔다. 그가 살고 있는 미시간 주의 밤 평균 기온은 섭씨 영하 15도다. 그는 어느 곳에 있든 밤 9시 30분이 되면 길거리에 텐트를 설치하고 다음 날 아침까지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낸다.

잘 곳이 없어 길거리에서 자는 것은 아니다. 터퍼 목사는 미국연합감리교회(The United Methodist Church) 소속이다. 그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굳이 추운 겨울에 밖에서 잠을 자기 시작한 것은 우리 교단이 성 소수자를 배척하고 그들을 교회 밖으로 몰아내는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사실 터퍼 목사는 최근 교단으로부터 치리 절차에 회부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2014년 동성애자 딸의 결혼 서약에 서명했고 2015년에는 동성 연인과 결혼식을 올린 친구 벤자민 허친슨(Benjamin Hutchinson) 목사의 결혼 서약서에 서명했다. 교단은 이 점을 문제 삼았다. 연합감리교회는 현재까지 목사가 동성 결혼의 주례자로 서는 것을 금하고 있다.

집 앞에서만 자는 것은 아니다. 벌써 지역 연회 본부가 있는 인디애나폴리스 시와 위스콘신 주의 매디슨 시에서도 노숙했다. 5월에는 4년에 한 번 열리는 미국연합감리교회 총회장에도 갈 계획이다. 연합감리교회를 대표해 모인 전국의 목사와 평신도에게 성 소수자들도 교회의 이웃이라는 사실을 알릴 생각이다. 그는 "최종 목표는 성 소수자에게 가하는 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입니다. 교단에 속한 성 소수자 교인이 다니던 교회에서 결혼할 수 있고, 성 소수자 성직자도 교회를 섬길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노숙하는 트렌스젠더 청소년에게 집밥을

동성애자를 위한 싸움은 교단별로 전개되고 있지만 트랜스젠더(성 전환자) 이야기로 들어가면 사정은 조금 다르다. 특히 어린 나이에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은 트랜스젠더 청소년이면 더 힘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성 자체를 바꾸고 싶어 하는 자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가 이들을 집 밖으로 내쫓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 '반항과 신성'은 연합그리스도교회 소속이다. 애리조나 주 피닉스 시에서 매주 길에서 사는 성 소수자들이 모여 예배한다. 교회는 이들에게 저녁 식사를 제공하고 길에서 필요한 물품도 제공한다. ('반항과 신성' 페이스북 갈무리)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시의 제프리 디림(Jeffrey Dirrim) 목사는 이렇게 집에서 쫓겨나 길에서 살아야 하는 트랜스젠더 청소년을 돌본다. 주일 저녁이면 교인들과 따뜻한 음식을 만들어 그들에게 제공한다. 따뜻한 식사가 그리운 이들에게 좋은 선물이다. 그는 이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디림 목사는 NPR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부끄러움은 없습니다. 편견도 없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기 위해서 이 일을 하는 것입니다. 오직 건강과 온전함만 생각합니다."

'반항과신성'이라는 이름의 사역 단체는 위험에 놓인 청소년들을 구제하는 한 가지 사명을 갖고 일한다. 연합그리스도교회 소속으로 모이는 이 단체에는 한 달에 한 번 200명 정도의 20대 성 소수자, 노숙하는 아이들, 트랜스젠더 청소년이 모인다. 다른 교회에서는 환영받기 힘든 사람들이다.

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카트리나 알렉산드로스(Katrinna Alexandros)는 남침례교 전통을 가진 보수적인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다. 그는 소년으로 태어났지만 늘 자신을 소녀라고 생각했다. 23세 청년이 된 카트리나는 "여태껏 살면서 기독교인은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곳은 아니었어요"라고 말했다.

모임을 담당하는 디림 목사는 "오늘 밤 우리는 빵을 함께 나눴고 마실 것을 공유했습니다. 함께하는 공동체가 있고 희망과 사랑, 기쁨을 이야기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다친 채 여기 오지만 나갈 때는 얼굴에 미소를 띄고 나갑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교회입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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