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안토니오제일장로교회는 시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다. 1846년 세워져 현재 매주 2,200여 명이 모이는 대형 교회로 성장했다. 교회는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미국장로교회의 방침에 반대해 교단을 탈퇴하기로 결의했다. (샌안토니오제일장로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동성 결혼이 미국 전역에서 합법화됐지만 교회 내 갈등은 여전하다. 개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은 교단은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지만 동성 결혼을 인정한 교단은 구성원들의 의견차로 교단을 탈퇴하는 교회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장로교회(Presbyterian Church in USA) 이야기다.

미국장로교회는 2015년 3월 17일 결혼의 정의를 '남과 여 사이의 결합'이 아닌 '두 사람 사이의 결합'이라고 바꾸는 규례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목사가 동성 결혼을 주례해야 한다는 강제성은 없지만 동성 커플 교인이 결혼을 원할 경우 미국장로교회 목사가 주례를 서고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됐다.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미국장로교회 교회들은 교단을 탈퇴하기 시작했다. 2월 2일 미국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 시에서 가장 오래된 장로교회도 미국장로교회를 떠났다. 샌안토니오제일장로교회는 매주 2,200여 명이 모이는 대형 교회다. 1월 31일 주일예배 후 공동의회에서 미국장로교회를 탈퇴하고 복음주의장로교언약회(A Covenant Order of Evangelical Presbyterians)에 가입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미국장로교회를 떠나려면 교회가 속한 지역 노회와 협의를 봐야 한다. 미국장로교회는 교단에 소속된 교회 재산의 대부분을 노회가 관리하기 때문이다. 각 노회는 교회가 교단을 탈퇴할 것을 대비해 '은혜로운 결별 과정'을 마련하고 있다. 떠나는 교회가 노회와 교회 재산을 어떻게 분할할 것인가 결정하는 과정이다.

샌안토니오제일장로교회는 노회에 약 18억 2,600만 원을 지불하고 교회 건물을 유지하기로 했다. 적은 액수가 아니지만 교회는 현재 상황에서 이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교회 대변인 행크 체리(Hank Cherry)는 "교회가 법적으로 노회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법정에서 재산권을 행사할 수도 있지만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나 비용을 고려할 때 노회와 합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미국장로교회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장로교단이지만 1973년 여성 목사 안수 문제로 한 차례 분열을 겪었다. 여성 목사 안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PCA(Presbyterian Church in America)를 설립했다. PCA는 이후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장로교로 성장했다. 2000년대 이르러서는 동성 결혼 이슈로 또 다시 분열 위기에 놓이게 됐다. 동성 결혼 문제로 PCUSA를 탈퇴한 교단은 대부분 복음주의장로교언약회에 가입했다. 복음주의장로교언약회는 2012년 미국장로교회에서 동성 결혼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교단 탈퇴 후 만든 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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