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교회에서 한바탕 춤판이 벌어졌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추는 탈춤부터 골반을 튕기며 추는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까지, 20대부터 70대까지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 신명 나게 춤을 췄다. 마음과 따로 노는 몸을 달래며 그렇게 음악에 몸을 맡긴 채 땀을 흘리고 나니 처음 시작할 때 어색함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마음껏 추세요. 배워서 추는 것도 좋지만 몸이 원하는 대로 가게 놔 두는 것도 좋은 춤입니다. 우리 몸 자체가 영성적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만드신 그 모습 그대로 음악에 몸을 맡겨 보는 겁니다. 춤에는 정답이 없어요."
이날 모임의 선생님인 조성진 씨(한국영성예술협회 아트 디렉터)가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춤을 전문적으로 추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 아니다. 영성댄스동호회가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 온 사람들이다. 두 시간 동안 신나게 몸을 움직이고 나니 힘들 법도 한데 78세 최고령 참가자의 얼굴이 시작할 때보다 더 밝아졌다. 마음속에 있던 무언가가 쑥 내려갔다고 한 참가자도 있었다.
영성댄스동호회는 예술목회연구원(예목원·손원영 원장)이 춤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모임이다. 예목원 손원영 원장은 서울기독대학교 기독교교육과 교수다. 예술신학에 관심이 깊던 그는 예술과 교회 현장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고민하며 4년 전 예목원을 설립했다.
교회와 예술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사람들은 '예술'이라고 하면 전문 영역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손원영 교수는 우리 존재 자체가 예술이라고 이야기한다. 세상을 창조하신 분이 하나님이시고 하나님의 창조 행위 자체가 예술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우리도 예술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것은 결국 예술성 회복과 연관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현재 한국교회는 예술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요즘 주일예배에서 찬양 시간에 드럼, 일렉 기타, 베이스 기타 등은 쉽게 접할 수 있다. 연주를 잘하는 사람들도 많다. 기능적으로는 분명히 진일보했지만 교인 개개인이 모두 예술에 참여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손 교수는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예술 체험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예술을 어렵게 전문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근대 사고의 산물입니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표현하는 행위 자체가 예술입니다. 모두가 다 예술가여야 하고 예술적 표현을 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예술 체험은 하나님 체험과 아주 가깝습니다. 전문적인 예술가들이 보기에는 허접할 수 있죠. 하지만 각자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표현함으로써 예술에 이르게 됩니다. 자신이 없어지면서 하나님과 함께 있다는 체험, 예술 체험과 신앙 체험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손원영 교수는 기성 교회에 실망하고 떠난 사람들도 예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실제로 예목원이 주관하는 12개 분야의 예술 동호회에 참여하는 사람들 네 명 중 한 명은 가나안 성도다. 그는 교회에는 안 다닐지라도 스스로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동호회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신앙적으로 의미 있는 성지를 개발해서 함께 여행을 가기도 하고, 예술이라는 안경으로 성경을 다시 읽을 수 있는 교재를 만들어 올해 안에 배급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각종 예술 동호회를 통해 교인들간의 친교를 극대화할 수도 있죠. 누가 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함께 어울려 배우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전도의 문이 닫히는 시대에 예술이라는 도구가 복음을 전하는 데 또 하나의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12개 분야를 동호회 분야로 선정한 것은 예수님이 열두 명을 제자로 뽑은 것과 관련이 있다. 건축디자인·놀이(스포츠)·문학·미술·사진·여행(순례)·영화(드라마)·요리·음악·춤·포도주·커피 이렇게 열두 개다. 요리, 여행, 포도주, 커피처럼 현대인들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분야도 포함됐다.
예목원은 매월 목회자와 교인들이 조금이라도 예술을 친숙하게 대할 수 있도록 분야별로 주제를 선정해 예술 목회 특강을 계획했다. 2월에는 '문화로 읽는 와인', 3월에는 '교회와 사회의 다리, 미술' 등의 주제로 모인다. 참가 신청 또는 더 자세한 내용을 알기 원하면 예술목회연구원 또는 손원영 교수(010-3891-5679)에게 문의하면 된다.
제25차 예술 목회 특강 주제: "문화로 읽는 와인" 제26차 예술 목회 특강 주제: "교회와 사회의 다리, 미술" 제27차 예술 목회 특강 주제: 부활절기념 성음악감상회 제28차 예술 목회 특강 주제: 뮤지컬 예배-"하모니" 제29차 예술 목회 특강 주제: 그림영성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