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평양노회 재판국이 전병욱 목사의 성범죄에 대한 판결을 일주일 뒤로 미루었다. 새로운 증거들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경찰청 통계로는 최근 5년간 강간이나 성추행 등 성범죄를 가장 많이 저지른 전문직은 성직자라고 한다(성직자 376건, 의사 311건, 예술인 162건). 교회 특성상 은폐된 사건까지 치면 그 수는 대략 열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 같다.

왜 목회자들은 성범죄에 취약할까? 미국의 전 플로리다 아동 성범죄 전담 검사였으며 리버티 법대 교수(Liberty University School of Law)인 보즈 치비잔(Boz Tchividjian)은 기독교 지도자의 성범죄에는 늘 같은 패턴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1) 목회자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그에 대한 절대적 순종이 미덕인 분위기.
2) 성범죄를 피해자 탓으로 몰아감.
3) 성범죄는 남성 목회자에 의해 저질러짐.
4) 성경의 가르침은 위의 세 가지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됨.

그의 설명은 한국교회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사실로 증명된다. 한국 사회는 유독 권력자의 성범죄가 많다.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사회와 마찬가지로 교회에서 일어나는 성범죄는 "권력을 쥔 남성이 약한 여성을 상대로 그 짓을 한다"는 것이다.

즉, 한국교회의 성범죄는 유독 가부장적인 구조 안에 있는 권력 문제다. 특히 목회자의 성범죄는 '영적 위계질서'라는 명분으로 피해자를 강제적으로 따르게 하는 힘인 권력이 남용되는 구체적인 경우다. 담임 목회자의 마음대로 성도를 움직이는 힘은 권위가 아니라 잘못된 권력이다. 목회자에게 필요한 것은 권력이 아니라 권위다. 이를 혼동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목회자가 권력을 추구하면서 그것이 목회에 필요한 권위라고 합리화하고 착각할 때 성범죄에 취약해 질 수밖에 없다.

권력자의 성범죄는 사실 가부장적이고 힘없는 이들을 함부로 대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할 수밖에 없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는 "사람은 어느 지위에 오른 순간, 마음의 에너지가 다르게 쓰인다. 평소에 도덕적인 사람도 본능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면서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권력에 따른 성범죄는 개인의 문제일까? 구조의 문제일까? 아마도 그 답은 둘 다일 것이다. 목회자도 인간이다. 남자는 성적 유혹에 취약하다. 특히 금욕적인 구조의 교회 생활에 충실(?)했던 목회자들에겐 성적으로 억압된 심리가 오히려 외롭거나 우울할 때 위험한 폭탄으로 작용하기 쉽다. 사실 큰 교회일수록 담임목사의 생활 방식을 보면 성적 타락에 빠질 기회가 넘쳐 난다. 교회가 클수록 목회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교인에게 존경받으면 받을수록 이면에 외로움을 느끼기 쉬운 위치다. 또 일부 여자 성도들은 담임목사를 존경하는 차원을 넘어 사랑(?)하기까지 한다. 따라서 그에게 성적 타락의 기회가 제공되는 것을 원칙적으로 막아야 한다.

그럼 이런 성범죄를 막는 데 교회에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가?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싶다.

첫째, 목회자는 자기 관리를 잘해야 한다. 목회자도 어떤 면에서는 감정 노동자다.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정기적인 운동과 취미 생활은 필수다.

둘째, 목회자도 자신의 가정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교회는 그의 시간을 너무 빼앗지 말아야 한다. 일부 교인들은 담임목사를 잘 대접하면 하나님에게 복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성경엔 결코 그런 말이 없다. 정말 복을 받으려면 주변에 소외된·가난한 자를 돌보아라. 성경에 가난한 자를 도울 때 하나님이 갚아 주시겠다는 약속은 수도 없이 많다. 큰 교회 담임목사라면 대접받는 것도 고역이다. 대접을 거절하면 섭섭해하는 성도가 너무 많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대접받는 횟수가 너무 많으면 목회자는 괴롭다. 목회자도 가정을 위해 시간을 보내야 하고 그럴 시간을 누려야 한다. 목회자와 친해지고 싶어서 혹은 하나님의 복을 받으려고 목회자를 대접한다고 시도 때도 없이 그의 시간을 빼앗는 수많은 교인 중 하나가 되지 마라. 늘 시간에 쫓기는 목회자라면 교인들보다는 가족이나 친구들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할 것이다.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을 허하라. 남자는 스트레스가 지나치면 술이나 색에 빠지기 쉽다.

셋째, 교인들은 목회자 직분에 대한 터무니없이 잘못된 생각을 버려야 한다. 놀랍게도 담임목사가 성범죄를 저지른 교회를 보면 다음과 같은 신앙관이 드러난다. "목사님은 영적 아버지다", "목사님을 통해 복을 받는다", "목사님을 비판하면 하나님의 저주를 받는다", "목사님은 하나님만이 판단하신다" 등 무속종교에서나 통하는 이런 내용은 신약성경에 전혀 근거하지 않는 신앙관이다. 이제 '목사의 성도'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성도'라면 위와 같은 미신을 버리고 건강한 성도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목회자가 절대 권력자가 되면 그는 성적으로 타락하기 쉽다.

넷째, 목회자에 대한 맹신을 버려야 한다. 그리스도의 성도라면 맹목적으로 섬기는 것에서 건전하게 섬기는 건강한 자세를 배워야 한다. 목회자도 연약한 사람이다. 그를 너무 위대한 인물로 보지 마라. 위대한 분은 오직 하나님뿐이시며 인간은 단지 연약한 그릇일 뿐이다. 하나님의 자녀는 목회자의 추종자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추종하는 이고 삶의 기준은 목회자의 말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말씀이 되어야 한다. 즉, 목회자의 말이라도 무조건 믿지 말고 늘 성경적인가 묻고 사유해야 한다. 목회자의 성범죄는 지나친 권력의 문제다.

다섯째, 교회의 구조와 재정은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하며 담임목사는 원칙적으로 많은 이를 섬기는 직분이지 섬김의 대상이 아님을 구조적으로 확립해야 한다. 교인은 목회자를 존중하고 존경하며 말씀을 잘 전하고 목회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그의 생계에 신경 써야 한다. 사실 한국교회 목회자 90%는 중산층 이하의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 일부 대형 교회를 보면 담임목사에 대한 대우가 지나치다. 교회는 목사에게 최고급 외제차와 호화 주택 등 최고 사치품을 제공하며 절대 권력을 지닌 왕으로 모셔서는 안 된다. 이런 대우를 받는 목회자 중 꽤 많은 이가 성범죄를 일으킨다. 절대 권력은 타락하기 마련이다. 성도는 목회자를 탓하지만, 성도가 목회자를 망치는 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여섯째, 목회자의 성범죄보다 더 사악한 죄악은 권력자에 대한 맹신으로 혹은 하나님의 교회를 지켜야겠다는 명분으로 가해자를 옹호하는 것이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동이다. 힘 있는 자의 편에 서는 것은 세상 사람들의 특성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외손자인 차비잔 교수는 그의 경험상 미국 목회자가 성범죄 피해자의 편에 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대부분 가해자를 돕기 위해 힘을 쏟는다고 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교회에서 어떤 소녀들이 성추행을 당했어요. 아버지가 목사를 찾아갑니다. 그럼 목사는 이렇게 말하죠. '들어보세요, 가해자도 충분히 회개하고 있습니다. 교회를 봐서라도 그를 품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 일에 대해서 깊이 회개한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경찰에 신고하는 건 아니지 않나요?'"

이 현상이 교회에서 인기 있는 담임목사와 성도 간의 문제일 때 교회는 지나치게 목회자의 편에 선다. 물론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래서는 안 된다. 예수님이 누구 편이였는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교회는 목회자가 자신의 잘못을 깊게 반성하고 피해자에게 충분히 사죄할 때 용서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조건 없는 용서'란 절대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 성경에서 하나님은 한 번도 강자의 편에서 그의 죄악을 옹호하신 적이 없다. 일부 교인들의 잘못된 사고로 '세속적인 교회'는 지켜질 수 있을지 몰라도 '하나님나라'는 붕괴된다.

일곱째, 초교파적으로 성범죄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성범죄 전담 기관을 창설해야 할 것을 제안한다. 특히 외부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해야만 한다. 한국 정서상 손은 늘 안으로 굽기 때문이다. 이런 전문 기관이 성범죄에 대한 모함으로 오히려 피해자가 되어 고통당하는 목회자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다.

여덟째, 페이스북 친국 임성배 형제의 의견처럼 “범죄를 저지른 대부분 인간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강한 처벌을 받는 사례들이 등장하게 되면 많은 부분 경각심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단호한 처벌과 경각심을 가지게 하는 것은 분명 교회의 성범죄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목회자의 성범죄는 개인의 인격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 존재하는 권력의 문제다. 제왕적 권력을 누리는 목회자 치고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경우를 보긴 어렵다. 물론 남자의 경우다. 근본적으로 담임목사의 성범죄를 원치 않는다면 여자에게 담임목사를 맡기면 된다. 교회 성범죄는 거의 남자들의 문제다.

이민규 / 한국성서대학교 신약학 교수, <신앙, 그 오해와 진실>(새물결플러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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