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의 대표적인 대형 교회 중 하나인 인천순복음교회가 11월 22일, 최성규 목사의 후임으로 최 목사의 큰아들 최용호 목사를 선정했다. 교인들은 이날 제직회에서 87.7%의 찬성으로 최용호 목사를 청빙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인천순복음교회가 11월 22일 최성규 목사의 아들 최용호 목사(46)를 2대 담임목사로 선정했다. 교회는 이날 오후, 제직회를 열고 찬반 투표로 후임자 선정을 확정했다.

제직회는 외부인의 출입을 금한 채 시작됐다. 회의 시작 30분 후, 결과가 정해진 듯 보였다. 문 너머로 박수와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최용호 목사가 인사를 하러 들어갔고, 박수 소리는 더 크게 났다. 제직회에 참석한 399명 중 350명, 87.7%가 최용호 목사 청빙에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는 46명, 11.5%였다.

"침례받은 교인이 500명 이상이고, 제직회원이 100명 이상인 교회는 제직회가 공동의회를 대행한다"는 인천순복음교회 소속 교단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헌법에 따라, 최용호 목사는 제직회에 통과하자마자 정식으로 인천순복음교회 2대 담임목사가 됐다.

인천순복음교회는 최성규 목사가 1983년 인천에 여의도순복음교회 인천 지교회를 개척하면서 시작했다. 교회는 거듭 성장했고, 1990년 지교회에서 독립한 후에는 재적 5만 명에 이르는 인천 지역 최대 교회가 되었다. 현재 송도·검단·영종·대전 등에 지교회가 있고, 주일 출석 인원은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인천순복음교회가 세습 논란에 휩싸인 지는 오래됐다. 지난 2013년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가 제기한, 세습 의혹이 있는 대형 교회 7곳(명성교회·안산제일교회·안양새중앙교회·연세중앙교회·은혜와진리교회·인천순복음교회·임마누엘교회)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30여 명의 부교역자 목사가 있었지만 '부목사' 호칭을 단 사람은 최용호 목사가 유일했다. 주일예배 설교도 수차례 그가 도맡아 하는 등 교회 내에서 영향력을 키워 왔다는 이유였다.

2013년 세반연 발표로 세습 논란이 불거지자 최용호 목사는 1년 2개월 동안 교회를 떠났다가 올 3월 복귀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후임자 선정 문제도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최성규 목사의 정년 은퇴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기하성 헌법에는 목회자 정년이 75세로 되어 있다. 이에 따라 1941년생인 최성규 목사는 내년 말 은퇴한다.

▲ 최성규 목사도 세습 논란에 대한 부담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후임자 선정은 자신의 뜻이 아니라, 교인들이 결정한 것이라면서, "교인들이 최용호 목사만 한 인재가 없고, 인천순복음교회 사역을 가장 잘할 것으로 본 것 같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최성규 목사, "교인들 뜻 따라 후임 선정…후임자 성(姓)도 안 꺼내"

제직회 후 <뉴스앤조이> 기자는 최성규 목사를 만났다. 최 목사는 후임자 선정과 관련해 자세하게 이야기하면서, 후임자 선정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임자 선정 과정에서 자기가 밀어붙인 게 아니라, 교인들이 자유롭게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자신이 전혀 도와주지 않아 아들이 섭섭해 하지는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인천순복음교회는 후임자 청빙을 위해 지난 10월 청빙위원회를 구성했다. 최성규 목사는 여기에 장로들뿐 아니라 안수집사, 권사, 남선교회장, 여선교회장과 대학·청년부회장까지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최 목사는 "1차 무기명 투표에서 모두 최용호 목사를 뽑았다. 혹시 나 때문에 그럴 수 있으니 '내가 빠지겠다. 투표를 다시 하라'고 했지만, 2차 투표에서도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후 당회와 전체 장로들도 만장일치로 최용호 목사를 후임자로 세우자고 했다.

최 목사는 청빙위원들에게 기하성 교단 목사이기만 하면 아무나 추천해도 된다고 했다면서, 자신은 후임자 이름의 성(姓)도 거론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교인들이 다른 목회자를 추천하지 않고 만장일치로 최용호 목사를 적임자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그는 최용호 목사가 서울대학교와 고든콘웰신학교를 나온 인재로, 교회가 내세우는 효(孝) 사역과 하모니 사역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교인들이 2대 담임목사로 원하는 것 같다고 했다. 교단 내에서 최 목사만 한 목회자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는 "수천 명 모아 놓고 '반대 있습니까' 물으면 반대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거수나 박수로 후임자를 추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이번 제직회에서 90% 이상이 찬성할 줄 알았는데 반대하는 사람이 예상보다 더 나왔으니 최용호 목사도 교인들의 뜻을 헤아리며 목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최성규 목사는, 담임목사직에서 물러나면 교회 내부 일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수장을 맡았던 그는, 은퇴 이후 한기총·한교연 통합 등 한국교회 정치 문제에도 관여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다만, 성산효대학원대학교 등에서 자신이 평생 중점적으로 해 온 효·하모니 사역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승계 일정 등과 같은 세부 내용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최성규 목사는 "오늘부터는 (최용호 목사를) 담임목사로 불러야 하지 않겠나. 다만 원로목사가 되는 문제와 은퇴 시기, 최용호 목사의 담임목사 취임 예배 시기 등은 어떻게 할지 아직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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