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가 11월 27일 인천순복음교회를 찾아 세습 결정을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 방인성 목사는 "1년여의 기간이 남았으니, 그동안 지혜롭게 결정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성규 목사는 "양해해 달라"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표명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인천순복음교회가 11월 22일 최성규 담임목사의 후임으로 큰아들 최용호 목사를 세웠다는 사실이 <뉴스앤조이> 보도를 통해 알려진 후, 세습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었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김동호·백종국·오세택 공동대표)는 27일 인천순복음교회를 방문해 최성규·최용호 목사에게 세습 결정에 대한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각종 의혹들에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지금이라도 최용호 목사가 청빙 수락을 철회하고 독립 목회를 하기 바란다고 했다.

세반연이 문제를 제기하자, 최성규 목사가 직접 해명하기 위한 자리를 만들었다. 최성규 목사는 이날 아들 최용호 목사와 장로 대표, 평신도사역본부장 등 교회 중직 5명과 함께 나왔다. 세반연에서는 실행위원장 방인성 목사와 사무를 맡은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부교역자 중 최용호 목사만 '부목사' 호칭, 제직 4,000명 중 400명만 투표

방인성 목사는, 최성규 목사만큼은 세습하지 않을 것이라 굳게 믿었지만 결국 세습이라는 결정을 내려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방 목사는 교회가 헌법대로 후임자를 선정했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아들에게 물려주려 했던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난다고 했다.

방 목사는 인천순복음교회 청빙위원회와 당회가 최용호 목사를 후임자로 만장일치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최성규 목사님이 평소 북한 공산당과 지도자들을 싫어하는 것을 잘 안다. 그런데 지금 과정을 보면 북한의 모습과 흡사하다. 전원 찬성, 만장일치 이런 것들은 북한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인데 인천순복음교회가 이것을 따라해서야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청빙위원들이 후임자 선정을 위해 첫 투표를 10월 말에 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됐다는 것도 지적했다. 투표는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였을 뿐,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그러한 정황 중 하나로, 30여 명의 부교역자를 두고 있는 인천순복음교회에서 왜 굳이 최용호 목사만 '부목사'라 호칭하고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인천순복음교회 재적은 1만 명, 출석 인원은 지교회 포함 약 8,000명에 이른다. 그중 서리집사를 비롯한 제직은 3,000~4,000명이다. 그러나 수천 명 중 청빙 투표를 위해 제직회에 참석한 인원은 400명이 채 안 됐다. 참가 대상을 미리 신청한 사람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세반연은 이 점을 이야기하며, 불과 350명의 찬성표가 수천 명의 성도들을 대신했는데 이것을 진정한 교인들의 총의로 볼 수 있는지를 지적했다.

두 차례에 걸쳐 만장일치로 후보자 선정…최성규 목사, "제직회 결정은 교단 헌법으로도 문제없어"

이러한 세반연의 지적에 최성규 목사가 대답했다. 그는 지난 22일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던 후임 청빙 과정을 세반연에도 설명했다. 장로들뿐만 아니라 권사, 안수집사, 청년들로 구성된 청빙위원이 자유롭게 원하는 후보 목사를 적어 내기로 했는데, 두 차례에 걸쳐 만장일치로 최용호 목사를 후보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북한처럼 억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강요해서 된 것이 아닌,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만장일치가 문제될 건 아니라고 했다.

2013년부터 청빙 문제를 논의해 왔다는 홍광화 장로는 "신문에 사실 후임 청빙 공고를 내려고도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 '우리가 공고 내면 형식적으로 공고 낸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세습을 위한) 제스처로 본다는 것이다"고 했다. 인천순복음교회의 '효 사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지원할 사람이 어차피 없을 텐데, 공고를 뭐하러 내냐는 것이었다. 최성규 목사도, "미리 공고하면 중간에 '꾼'들이 생긴다. 그래서 10월 모인 자리에서 '여기서 성령이 인도하는 대로 하자'고 말했다"고 했다.

최성규 목사는 "교단 헌법에 제직회원이 100명 이상인 교회는 제직회가 공동의회를 대신할 수 있다"며 문제될 것은 없다고 했다. 제직회의 결정은 교인들의 총의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만약 교단 헌법에 세습 금지 조항이 있었다면 아들을 후임으로 선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부목사가 왜 한 명인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도 수백 명의 부교역자가 있는데 부목사는 딱 두 명이다. 교단 헌법이 그렇다"고 했다. 옆에 있던 최용호 목사는, "부목사는 어시스턴트 패스터(Assistant Pastor), 넘버 투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다른 목사들은 '부목사' 대신 '부교역자'로 불리고, 저마다 '교구목사' 등의 직함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최성규 목사는 최용호 목사가 1992년부터 23년간 인천순복음교회에 몸담았고, 두 번째로 경력이 오래된 교역자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아들이 후임자로 선정된 것은 하나님이 하신 일"

세반연의 의혹 제기에 대해 최성규 목사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우리 교회의 상황은 다르다"고 했다. 오히려 최성규 목사는 "후임자 선정 과정을 이 정도로 깨끗하게 했으면, 수고했다고 해 달라"며, 자신은 세습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최대한 공정하게 했다고 말했다. 충현교회나 다른 교회들의 세습 과정과는 전혀 다른 사례라고 했다. 최 목사는 "아들이 해서 더 잘한 경우도 있지 않느냐. 충현교회 같은 경우는 일찍부터 목회 준비를 잘못해 왔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하면서, 결과적으로 아들이 후임자로 선정된 것은 하나님이 하신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인성 목사는 "최성규 목사의 은퇴 시기가 1년 1개월가량 남았는데, 그 기간에 한국교회와 인천순복음교회를 위해 최용호 목사가 결단을 내려 달라. 교인들을 세습한 교회의 성도들로 남기시려 하느냐"고 했다. 그러나 최성규 목사는 "강요가 아니라 성도들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니 이해해 달라. 한국교회 문화가 한 번에 바뀔 수는 없어도 천천히 바뀌어 가지 않겠느냐"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보였다.

다음은 세반연이 발표한 인천순복음교회 세습 결정에 대한 성명서. 

인천순복음교회 세습 결정에 대한 우리의 입장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이하 세반연)는 인천순복음교회(담임목사 최성규)의 담임목사직 부자 세습 결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유감의 뜻을 밝힙니다.

1. 인천순복음교회는 지난 11월 22일 제직회를 열어, 담임 최성규 목사의 장남인 최용호 목사를 후임 담임목사로 확정하였습니다. 세반연은 이미 지난 2013년 기자회견을 통해 인천순복음교회의 세습 의혹을 공식적으로 제기하였습니다. 당시 30여 명이 넘는 부교역자가 사역하고 있었음에도 최용호 목사에게만 부목사라는 직위를 부여하고 최성규 목사와 더불어 주일예배 설교를 도맡는 등 실제적으로 담임목사에 버금가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었다는 제보를 수차례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하여, 인천순복음교회는 '담임목사의 은퇴에 관한 연령 규정이 없으며, 은퇴 계획과 청빙 계획이 서게 된다면 교단이 정한 규정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서면으로 답변하였습니다. 의혹에 대해 명쾌하게 해답을 주지 않은 채, 애매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일단의 논란을 피해 가려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세반연이 의혹을 제기한 이후 최용호 목사는 1년여 기간 동안 교회를 떠났다가 올해 3월 복귀하였고, 교회는 그 시점에 맞춰 본격적으로 후임자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최성규 목사의 은퇴 시점은 2016년 말로, 1년여의 충분한 기간에 남아 있음에도 교회는 교인 총회라는 최소한의 공동체적 합의 과정도 거치지 않고 제직회에서 후임자 선정을 졸속으로 처리하였습니다. 교회에 쏟아질 사회적인 비판과 여론의 주목을 피하기 위함이 아닌가 의구심이 듭니다.

최성규 목사는 개척 목사로, 오랫동안 인천순복음교회에서 헌신하며 교회를 성장시켰습니다. 주지하듯이 담임목사는 교회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권력과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최용호 목사는 설교를 통해 교인들의 영성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후계자로 교회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영향력은 커져 갔을 것입니다. 교회의 중차대한 결정이 담임목사의 의중에 좌우될 소지는 매우 큽니다. 교인들이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여 청빙했다 하더라도 그 결정이 설득력을 갖기는 어렵습니다.

후임 목사가 아무리 훌륭한 재능을 지녔다 하더라도, 담임목사가 거의 절대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한국교회의 정책 결정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교회 세습은 용인될 수 없습니다.

2. 한국교회는 1970년 이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물질을 맹신하는 가치를 그대로 흡수하고, '그것이 하나님이 함께 하시고 축복하시는 증거'라는 왜곡된 신학 체계를 만들어 냈습니다. 외형적 가치들, 즉 교인의 수와 교회의 재정 규모 등이 교회의 존재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처럼 한국 사회의 경제성장에 맞물려 동반 성장을 이루었던 많은 교회의 목사는 '교회의 안정을 도모하고 성장을 보장한다'는 명분하에 담임목사직을 자녀에게 대물림해 왔습니다. 하나님의 주권을 우선 가치에 두기 보다는 성장지상주의라는 세속적 가치가 교회를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세습이 안정적인 리더십 교체를 가능하게 하여 리더십 이양기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의 여지를 줄이고, 성장을 지속하게 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허상에 불과합니다. 원로목사와 후임 목사 간에 갈등이 발생하는 데에는, 은퇴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교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원로목사의 욕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세습을 단행한 교회들의 담임목사를 살펴보면, 교단의 총회장이나 한기총과 같은 연합 기구 총회장 출신들이 많았습니다. 

3. 충현교회와 같이, 많은 교회들이 세습을 선택함으로 인해 심각한 내홍을 겪었고, 이로 인해 한국교회가 입은 손실은 실로 막대했습니다. 교회의 사회적 신뢰 지수는 급격히 추락하고 있으며, 교회 밖 사람들은 교회를 향해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는 곧 교회의 공신력 약화로 이어졌으며, 교세가 감소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교회가 아무리 열심히 봉사와 구제에 힘쓴다 할지라도 이미 일반 시민들은 교회가 가진 진정성을 믿지 않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공적 영역에서도 혈연의 사적 이해관계를 배제하는 것이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기도 합니다. 한국 사회에 팽배해 있는 반종교적 정서와 거부감을 더욱 부추길 것이 자명합니다. 그렇기에 인천순복음교회의 담임목사직 세습은 결코 개교회의 문제로 한정될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건강한 성장을 이루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를 모든 이들이 염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교회를 이끌어 가는 진정한 주권이 목회자 개인에 달린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속해 있음을 고백하며, 인천순복음교회가 이번 결정을 철회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또한 한국교회가 새롭게 거듭나고, 교회의 주인 되신 하나님의 주권이 바로 세워질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전향적인 결단을 기대하며 그 과정을 기도하는 심정으로 지켜보겠습니다.

2015년 11월 27일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공동대표 김동호·백종국·오세택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