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최부옥 총회장) 100회 총회는 9월 15일 '성 소수자 목회 지침 마련을 위한 연구 및 연구위원 구성 헌의'를 기각했다. 기장은 전 세계와 한국 사회에서 성 소수자에 대한 논의는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교단 차원에서 먼저 성 소수자에 대한 목회 지침 마련을 목적으로 연구위원과 예산 200만 원을 청구했으나 총대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헌의를 올린 교회와사회위원회(교사위) 김경호 위원장은 성 소수자에 대한 시대적 인식이 변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교회에서 성 소수자로 커밍아웃한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그들이 목회적인 돌봄을 요청했을 때, 목사들이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성애에 대한 찬반 결론을 내는 것이 아닌, 목회 현장에서 성 소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연구해 목회 지침을 마련하자는 의미다.

▲ 김경호 목사(교회와사회위원회 위원장)가 헌의안을 올린 취지를 설명하고 원안대로 허락해 줄 것을 요청해으나 결국 기각됐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그러나 연구만 하자는 것임에도 총대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미국에서 살 때 교회에서 성 소수자 문제가 얼마나 큰 파급을 일으키는지 직접 경험했다는 박종만 장로(강원노회)는 "이 안건이 통과되면 기장이 동성애에 찬성하는 결의를 했다고 신문에 보도된다. 성 소수자 연구를 하는 것은 좋지만 목회 지침까지 만들자는 것은 너무 앞서 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영선 목사(인천노회)는 성 소수자 문제가 단지 동성애에 대한 문제가 아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문제라는 입장을 보였다. "성 소수자를 찬성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목회 '지침'이라는 단어가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목회 '방향'이라고 바꾸면 좋겠다"고 했지만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동성애 문제는 어떤 입장을 내놓아도 찬반 양측의 원성을 살 것"이라고 말한 송건성 목사(충남노회)는 "만약 목회 지침을 연구하기로 했다가 내년에 반동성애 입장을 결의하면, 성 소수자들이 회의장으로 몰려와 데모도 하고 농성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동성애를 찬성하게 되면, 창조질서를 어기는 교단이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란 우려도 밝혔다. 그는 "동성애는 뜨거운 감자이기도 하고 아직 사회적 논의가 진행 중에 있으니 기각했으면 좋겠다. 성 소수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면 신학연구소에서 조용히 하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총대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최부옥 총회장, 배태진 총무도 나서서 교단이 어느 한쪽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를 정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배 총무가 외국 교단들도 이 이슈는 중요하게 생각해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한 총대는 "그럼 연구한 끝에 캐나다, 미국 교회처럼 우리도 동성애 찬성으로 갈 가능성이 있으니 아예 기각하자"고 했다. 총대들은 이미 마음을 굳힌 듯했다.

▲ 총대 사이에 공방 끝에 거수로 '성 소수자 목회 지침 마련을 위한 연구 및 연구위원 구성 헌의' 결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찬성 74, 반대 258로 이 헌의안은 기각됐다. 총대들이 손들 들어 헌의안에 반대 의사를 표하는 중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교사위 김경호 위원장은 원안대로 표결을 제안했다. 여기저기서 '표결', '기각' 등을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거수로 진행된 투표는 찬성 74, 반대 258로 기각됐다.

일부 총대는 진보적인 기장마저 이럴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총대는 왜 동성애 얘기가 총회까지 올라오느냐고 화를 내기도 했다. 뜨거운 감자인 동성애 이슈는 아예 건드리지 않는 쪽이 좋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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