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는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든 사건이다. 그러나 그 분노는 결과를 만들지 못하고 각 사람의 마음속에 묻히고 있다. 아직도 진상 조사는 오리무중이고 남겨진 학생들은 혼자 숨죽여 울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거대한 벽 앞에서 좌절을 느끼게 되었으며, 앞으로 이러한 재난이 일어나거나 주변에서 고통스러운 일들이 발생하면 자녀들에게 외면하고 발을 빼라고 종용할 것이다.

집단적으로 삶의 이야기가 왜곡되고 상실 되어 버리는 경험, 즉 세월호와 같은 민족적 사건을 직간접으로 경험한 사람들은, 그것 또한 자기 삶의 이야기의 한 부분이지만, 표현하지 못한 채 그저 살아가는 데 집중하게 된다. 상실과 고통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집단 토론극은 역사적 상처 치료 방법으로써, 전쟁·재난에 대한 다양한 측면의 조망과 더불어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한 퍼포먼스와 추모 의식이라 할 수 있다. 가해자·피해자 집단이 참여할 수도 있지만 그들이 참석하지 않고서도 진행되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를 통해 억눌려 있는 이야기를 드러내고자 함이며 우리의 분노가 내 자녀, 내 이웃에게 전염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억눌린 감정은 개인에게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다. 집단적으로 억눌릴 때, 집단의 상처, 민족의 상처로 남게 된다. 그래서 이러한 집단 드라마 치료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질문해 보고 대상자들을 만나 보고자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역사적 상처가 많은 민족이다. 일제 침략, 한국전쟁,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민족의 상처와 더불어 삼풍백화점, 대구 지하철, 성수대교 등 다양한 재난적 상처를 가지고 있다. 이 과정 속에서 우리가 경험한 것은 무엇일까? 재난과 상처를 그냥 운명으로 인식하고 각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버렸다. 정신적·심리적으로 접근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오히려 굿이나 종교적 초월에 의지가 강했던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인간 정신 문제와 집단 트라우마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은 발전을 거듭해 왔다. 이스라엘과 독일 민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 중국과 일본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은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 소수의 무리에서 시작됐다. 남미에서 독재 시절 실종되었거나 죽임을 당했던 사람들을 위한 드라마 치료적 접근이 있었으며, 이는 하층민 청소년들의 교육과 치료에 사용되기도 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단지 세월호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기 위한 노력으로, 현대드라마치료연구소는 <뉴스앤조이>와 함께 8월 23일 주일 오후 7시, 삼성제일교회(www.sfirst.org)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집단 토론극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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