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01일째인 8월 29일.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과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아직까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미수습자들의 복귀를 염원하며 피켓을 들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세월호 속에 아직도 내 가족이 있습니다", "아직 세월호에 '사람'이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01일이 지났지만, 세월호에 탑승했던 9명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많은 사람이 9명의 미수습자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의 관심도 멀어진다"고 우려한다. 

미수습자 가운데 한 명인 조은화 양의 어머니인 이금희 집사는 지난 8월 25일, 안산시 복음화 대성회 설교차 온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를 만나, 미수습자를 기억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건넸다. (관련 기사 : 이영훈 목사 만난 미수습자 가족, "놀랍고, 고맙다") 이금희 집사는 이영훈 목사에게 시간이 되면 광화문광장도 방문해 달라고도 했다. 이 목사는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광화문광장을 찾은 교계 지도자들은 미수습자들을 찾을 수 있도록 교계도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약속대로 8월 29일 오전 9시경, 이영훈 목사는 한국교회연합 양병희 대표회장, 기독교대한감리회 전용재 감독회장, 예장통합 손달익 전 총회장, 대한성공회 김근상 주교 등 교계 지도자들과 함께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을 만났다. 

이들은 9명의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위로의 인사를 전했다. 미수습자 가족 10여 명은 일렬로 선 채 이들을 맞았다. 이어 교계 지도자들은 광화문광장 한쪽에 설치된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헌화를 마친 뒤 김근상 주교는 아직 만나지 못한 9명을 위해 미수습자 가족들이 500일 넘게 울부짖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만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분향소 옆 천막에는 미수습자 9명의 교복, 신발 등 유품이 전시돼 있다. 교계 지도자들은 유품이 전시된 천막으로 이동해 둘러봤다. 이번에는 미수습자와 가족들을 위해 전용재 감독회장이 기도했다. 전 감독회장은 이들에게 큰 위로를 더해 달라면서 선체가 속히 인양돼 세월호의 모든 진상이 밝혀지길 원한다고 했다. 또한, 한국교회가 돕는다고 말을 많이 했지만, 부족하고 미흡한 모습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 감리회 전용재 감독회장이 허다윤 양의 부모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금희 집사가 대표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집사는 "인간 생명을 제일 존엄하게 여기는 종교계가 나서 준 것에 대해 정말 감사드린다. 선체가 하루빨리 인양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힘을 보태 달라"고 말했다. 양병희 대표회장은 "정부가 나서서 속히 해결해야 함에도 500일이나 지났다. 한국교회에도 책임이 있다. 말로만 할 게 아니라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교계 지도자들의 방문은 30분도 안 돼 끝났지만, 미수습자 가족들은 깊은 감사의 뜻을 내비쳤다. 조은화 양의 아버지 조남성 집사는 "국민 상당수가 미수습자가 있는지 모른다. 그런데 교계에서 관심을 가지고 방문해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미수습자 허다윤 양의 어머니 박은미 집사도 "목사님들이 적극 나서겠다는 말을 듣고 큰 위로를 얻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 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 왼쪽부터 김근상 주교, 전용재 감독회장, 이영훈 목사. ⓒ뉴스앤조이 이용필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이영훈 목사는 기자에게 "선체 인양이 속히 이뤄지도록 정부에 촉구하고, 기독교 전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힘쓸 것이다. 교회 안에서도 홍보하고, 언론과 협조해 여론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영훈 목사가 대표회장으로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들을 위한 성명을 발표했다. 한기총은 △9명의 미수습자가 전부 돌아올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최선을 다하고 △미수습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도록 세월호 선체를 속히 인양하고 △정부가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을 보여 세월호를 둘러싼 국론 분열을 봉합해 사회 통합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분향소 바로 옆 천막에는 미수습자들의 유품이 전시돼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이영훈 목사가 참석자들에게 세월호 팸플릿을 나눠 주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아래는 한기총의 성명 전문.

세월호 미수습자 가정에 대한 우리의 입장

작년 4월, 온 국민에게 큰 슬픔과 아픔을 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도 어느덧 500일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온 국민의 관심과 구조대원들의 헌신적인 수색 작업에 힘입어 많은 실종자들이 수습되었지만 아직도 9명의 안타까운 미수습자들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로마서 12장 15절의 말씀처럼 예수님의 사랑을 가지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자 합니다. 그리고 미수습자들이 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나님께 기도하고자 합니다.

다행히 지난 8월 19일부터 세월호 선체 인양을 위한 조사 작업이 재개되었다는 희망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를 계기로 세월호 미수습자 가정에 대해 한국교회와 사회 전체가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보이기를 소망하면서 세월호 미수습자들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첫째, 아직 시신도 발견하지 못해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9명의 미수습자 가정으로 속히 미수습자들이 전부 돌아올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둘째, 미수습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세월호 선체 인양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인양하여야 합니다. 비용 문제, 경제 논리를 넘어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인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더 중요하고 올바른 가치에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셋째,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을 보임으로써 세월호를 둘러싼 국론 분열을 봉합하고, 우리 사회의 통합을 이끌어 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짊어지고 그들과 고통을 나눌 때 우리는 작은 예수가 되어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며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여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굳건하게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을 비롯하여 희생자 유가족 모든 분들 위에 하나님의 크신 위로와 은혜가 늘 함께하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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