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영훈 대표회장)가 7월 9일 실행위원회에서, 다락방전도총회 류광수 목사는 이단이 아니며 류 목사에 대한 이단 논의를 재론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지난 2월 류 목사와 평강제일교회 고 박윤식 원로목사의 이단성을 재심하겠다고 공표한 뒤 5개월 만이다.

한기총은 2013년 직전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 체제에서, 류광수 목사와 고 박윤식 목사를 이단에서 해제해 교단들의 뭇매를 맞았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은 대부분 이 두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가장 규모가 큰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을 비롯한 교단들이 잇따라 한기총을 탈퇴하는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

한기총의 이단 해제는 교계 연합 기관들이 하나가 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2012년 한기총과 결별한 교단들이 만든 한국교회연합(한교연·양병희 대표회장)도, 교단의 결의를 무시한 한기총의 이단 해제를 비판했다. 그동안 기독교 보수 세력의 결집을 위해 한기총과 한교연을 다시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지만, 이단 문제가 걸려 논의는 진척되지 않았다.

홍재철 목사의 뒤를 이어 대표회장이 된 이영훈 목사는 올해 2월, 문제가 된 두 목사의 이단성을 재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이단검증특별위원회(이단검증위·오관석 위원장)를 설치했다. 류광수 목사와 고 박윤식 목사를 옹호하는 한기총 회원들은 이에 반발했지만, 이영훈 목사와 새로운 집행부는 두 목사에 대한 재심을 밀어붙였다.

이영훈 목사는 지난 5월, 한기총을 탈퇴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등 8개 교단 인사들을 위촉해 또 다른 이단검증특별위원회(위촉이단검증위·구춘서 위원장)를 구성하기도 했다. 공정하게 심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멀리는 한교연과의 통합을 겨냥한 것이다. 마침 지난 5월과 6월, 각각 '봉은사역 역명 철폐'와 '퀴어 축제 반대' 운동을 함께하며, 한기총과 한교연 사이에 모처럼 해빙무드가 형성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기총이 7월 9일 실행위원회에서 류광수 목사가 이단이 아니라는 이단검증위의 보고서를 채택한 것이다. 이단검증위는 "(류 목사는) 기독론이나 구원론 등의 신학 근본 사상에 대해서는 특별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고, 교회론에 있어서 약간의 이견이 있었으나 이단성을 논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보고했다.

이단검증위는 이영훈 목사가 구성한 위촉이단검증위의 결론을 전적으로 수용했다고 하면서 이런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위촉이단검증위의 보고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위원들은 재심한다 해도 소속 교단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따라서 모든 위원들은 홍재철 전 대표회장 재임 시 이뤄진 모든 이단 해제 결정을 무효로 하는 것이 한기총을 원상회복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한기총의 분열 원인이 되었고, (한교연과) 통합의 가장 큰 장애가 되어 있는 이단 해제 결의를 원인 무효화하고, 또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기서 이단검증위와 위촉이단검증위의 말이 엇갈린다. 이단검증위 위원장 오관석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정해진 기한 내에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우리(이단검증위) 결의에 따르기로 얘기가 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위촉이단검증위 중 일부가 기한 내에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촉이단검증위 위원장 구춘서 교수(예장통합·한일장신대)는 "기한 이야기는 들어 보지도 못했다. 위촉이단검증위 위원들이 공식 보고서에 서명하는 과정 중에 우리 결의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 이단검증위에 전달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구 교수는 예장통합 교단지에, "한기총이 스스로 개혁하고 한국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가져올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썼다.

한교연도 단박에 한기총의 결의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교연은 한기총 실행위 다음 날인 7월 10일 긴급 성명서를 발표해, "연합 기관이 교단의 신학적 입장에 배치되는 결정을 내릴 경우, 연합 기관이 오히려 일치와 연합의 정신을 훼손하고 분열의 단초를 제공하는 셈이 될 것이다. (중략) 이단 문제만큼은 절대로 좌시할 수 없으며, 각 교단이 신학적인 연구 심의를 거쳐 규정한 이단을 비호하고 감사는 그 어떤 기관과도 결코 함께할 수 없음을 강력히 천명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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