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6일 청춘희년운동본부가 학자금 대출 빚에 시달리는 청년의 실상을 풍자하고 있다. 청춘희년은 학자금 대출 이자를 낼 수 없는 청년들을 위해 출범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A는 얼마 전 대학원을 졸업한 신학생이다. 재정 형편이 좋지 않았던 A는 매번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을 충당했다. 연 이율 4%가 뭔지, 원리금 상환이 뭔지도 몰랐지만, A는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생각에 부담 없이 대출을 받았다. 몇 년 새 A는 2,000만 원의 빚을 지게 되었다. 졸업하고 교회에서 전도사 사역을 했지만 수입은 70만 원밖에 안 되었다. 당장 급한 집세와 생활비를 내다 보니 매월 나가는 7만 원의 학자금 대출 이자는 연체되기 시작했다. A는 지금 6개월째 이자를 못 내고 있다.

A는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 청년의 단상이다. 한국장학재단이 공개한 학자금 대출 현황을 보면, 2014년 4월 기준으로 대학생 148만 명이 대출한 학자금은 총 12조 3,000억 원이다. 이자를 못 내 신용 등급이 하락한 청년도 많다. 한국장학재단은 2013년 기준, 학자금 대출 이자 연체자가 총 11만 7,406명이라고 발표했다.

청춘희년운동본부(청춘희년)는 학자금 대출 이자를 연체해 빚에 눌린 청년들을 돕기 위해 '청춘희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부채의 일부를 탕감해 주고, 이들이 자립해 부채 탕감 운동의 주체로 성장할 때까지 물심양면 돕는 기획이다. 청춘희년은 4월 6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4월 11일 서울 거리를 행진하며 청춘희년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렸다. (관련 기사: 청춘희년운동본부 출범, 빚 못 갚는 청춘들 돕는다)

▲ 부채를 탕감받은 청년들이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한영섭 센터장(가운데 청남방)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청춘희년은 10명의 지원 대상자에게 각 200만 원씩 총 2,000만 원을 지원했다. (사진 제공 청춘희년운동본부)

평균 1,268만 원의 부채…34.9%의 고금리 대출 탕감

청춘희년은 올해 4월 말 1차 부채 탕감을 실행했다. 탕감에 필요한 예산 2,000만 원은 영화 '쿼바디스' 김재환 감독의 기부금으로 마련할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작년 희년함께가 주도했던 부채 탕감 운동에 관심을 보였고 '쿼바디스' 수익금 3,000만 원을 이 운동에 기부했다.

언론 매체, 인터넷, SNS를 활용해 4월 12일부터 25일까지 신청자를 모집했다. 모집 기준은 △학자금 대출 6개월 이상 '연체자'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 채무자' △35세 미만의 '미취업자'였다. 동점자가 발생할 경우 미취업자를 우선했다. 총 45명이 신청했고, 내부 회의를 거쳐 최종 10명을 선정했다. 지원 대상자 10명의 평균 연령은 27.2세, 1인당 평균 부채액은 1,268만 원, 평균 연체 기간은 7.5개월이다.

청춘희년은 5월 4일부터 15일까지 지원 대상자 10명의 재정 상황을 파악했다. 이들의 재정 상황은 각기 달랐다. 학자금 대출 이자를 연체한 것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이자를 갚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부업체에서 높은 이율로 돈을 빌린 사람도 있었다. 청춘희년은 10명에게 각 200만 원씩을 지원했고 개인 사정에 알맞게 부채를 탕감했다.

사례를 보자. 현재 무급 인턴 생활을 하고 있는 B는 360만 원(연이율 7%)과 900만 원(연이율 2.9%)의 학자금 대출이 있었다. 모두 9개월째 연체 중이었다. 청춘희년은 B에게 200만 원을 지원했고 연이율 7%의 대출 원금을 일부 갚았다. 한국장학재단은 높은 이율의 대출을 낮은 이율의 대출로 바꿔 주는 전환 대출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B는 이자를 연체했기 때문에 신용도에 문제가 생겨 전환 대출을 신청할 수 없었다. 이번에 원금 일부를 갚은 B는 신용도를 회복했고, 연이율 7%의 대출을 2.9%의 대출로 전환할 수 있었다.

C는 80만 원의 월급을 받는 학원 강사다. 신용카드를 쓰다 급한 돈이 필요해 현금 서비스를 받았고, 이를 갚기 위해 TV 광고에 자주 나오는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렸다. 그녀는 400만 원의 학자금 대출 이외에 대부업체에 200만 원, 3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모두 연이율 34.9%의 고금리였고, 이자 연체로 갚아야 할 돈은 원금보다 20~30만 원 정도 증액되었다. 청춘희년은 고금리 부채 해결이 우선이라고 판단했고, 대부업체에 지고 있던 부채 원리금 200만 원을 갚았다.

▲ 1차 프로젝트의 지원 대상자들이 한영섭 센터장에게 재정 관리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청춘희년운동본부)

가계부 작성으로 소비 패턴 분석, 지원자의 자립 도와

청춘희년은 2,000만 원의 예산으로 한두 사람의 부채 전체를 탕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청춘희년은 지원 대상자 10명에게 각 200만 원씩 분할 지원했다. 프로젝트의 실무를 맡고 있는 희년함께 김덕영 사무처장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단순히 부채를 해결하는 것만이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돈 없는 사람들이 부채를 지고, 그 부채 때문에 더 많은 빚을 떠안게 되는 악순환 해결이 중요합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청년들을 교육해야 합니다. 한 번에 모든 빚을 탕감해 주면 지원 대상자는 재정 훈련을 받을 기회를 잃어버립니다. 본인이 이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위해서라도 모든 빚을 탕감해 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청춘희년은 이번에 지원받은 대상자들이 스스로 재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금융 교육을 실행했다. 교육은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한영섭 센터장이 맡았다.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는 청년들의 건강한 재정 관리를 위해 2012년에 출범한 토닥토닥협동조합의 부설 기관이다. 한 센터장은 '돈과 삶의 조화로운 재무 관리 실천'을 주제로 강의했다. 대상자들은 구체적인 재정 설계 방법을 배웠고, 가계부를 작성하면서 자신의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수정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완성은 지원 대상자들의 성장이다. 이는 대상자들이 건실한 재정 관리를 하면서 청춘희년 운동을 이끄는 사람으로 자라는 걸 의미한다. 청춘희년은 추후에 있을 2차 프로젝트에서도 이들이 멘토 역할을 감당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 빚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청춘희년은 후속 프로그램으로 '자조 모임'을 만들었다. 자조(自助)는 자기의 발전을 위하여 스스로 애쓴다는 뜻이다. 모임에서는 대상자들의 친목을 도모하고 재정 자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서로를 독려한다. 청춘희년은 대상자들에게 매일 가계부를 작성하라는 숙제를 냈다. 이 숙제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자조 모임에서 체크한다. 또한 부채 탕감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서로 격려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자조 모임은 6월부터 8월까지 한 달에 한 번씩 모인다.

제2차 청춘희년 프로젝트는 8월에 시작한다. 모집 기준은 앞에서 말한 기준과 동일하며, 10명의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고 2,000만 원의 예산으로 청년들의 부채를 탕감한다. 이를 위해 청춘희년은 길동무가 되어 줄 교회와 기업을 찾고 있다. 원하는 곳은 이번 운동에 대한 구체적인 프레젠테이션을 받을 수 있다. 청춘희년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싶은 교회·기업·개인은 아래 기재한 연락처로 문의하면 된다. 프로젝트에 관한 자세한 내역은 청춘희년운동본부 홈페이지(www.youthjubilee.net)를 참조하면 알 수 있다.

연락처: 02-736-4907 (청춘희년운동본부)
후원 계좌: 우리은행 1005-602-539056 (예금주: 희년함께) 
참여 단체: 희년함께, 청년연대은행 토닥, 청어람M, 기독청년아카데미,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교회개혁실천연대, <복음과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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