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동남부 찰스턴 시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에 기독교인 9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교회에 모여 성경 공부하던 흑인들이었다. 용의자는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20대 청년이었다. (<뉴욕타임스> 기사 갈무리)

6월 17일 밤, 교회에 모여 성경 공부를 하던 기독교인들이 난데없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동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South Carolina) 주 찰스턴(Charleston) 시에서 일어난 일이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찰스턴 시 이매뉴얼아프리칸감리교회(Emanuel AME Church·이매뉴얼교회)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고로 총 9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사건이 일어난 이매뉴얼교회는 미국 흑인 노예 해방 운동사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던 교회다. 해방된 노예들이 1816년 설립했다. 이후 화재·지진 등으로 무너진 후 재건되는 역사를 반복하다가, 1891년 지금의 모습으로 완공됐다. 1950년대 후반부터 흑인 인권 운동의 중심 역할을 하기도 했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1962년 이 교회에서 설교하기도 했다. 

총기 난사로 죽은 사람들은 하루 일과를 끝낸 수요일 밤에 모여 성경 공부를 하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87세, 70세의 사촌 자매가 나란히 성경을 배우러 왔었고, 20대의 대학생도 있었다. 모임을 인도하던 클레멘타 핑크니(Clementa Pinckeny) 담임목사도 희생됐다. 그는 범인이 제일 먼저 겨냥한 사람이기도 했다. MSNBC는 성경 공부가 시작되기 전에 교회에 도착한 용의자가 담임목사의 위치를 미리 파악했다는 생존자의 증언을 보도했다.

이들을 쏜 용의자 딜런 루프(Dylann Roof)는 도주 중 경찰에 붙잡혔다. 미국 경찰은 그가 백인 우월주의에 빠져 있었다고 했다. 그의 SNS 계정에서 인종 우월주의를 찬양하는 글과 사진이 발견됐다. 뿐만 아니라 그는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한 청년이었다. 올해만 마약 사용과 무단 침입 등으로 2차례 기소된 적이 있고, 고등학교 두 곳을 다녔으나 졸업한 기록은 없었다. 

미국 사법 당국은 이번 사건을 '증오 범죄'로 분류했다. 루프가 피해자들을 향해 총을 발사하기 전, 흑인을 향한 혐오감을 나타냈다는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이 작년부터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인종 혐오 범죄의 연장선으로 봤다. 2014년만 해도 백인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죽은 흑인이 여러 명이었다. 

20세기에 끝난 줄로만 알았던 흑인 교회에 대한 공격이 21세기에 재발하자, 많은 기독교인들이 연대와 지지를 표하고 나섰다. 미국장로교(PCUSA)는 "모든 종류의 증오를 불식시키는 일이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인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덴버(Denver), 댈러스(Dallas), 탬파(Tampa) 등 미국 전역에서 희생자를 기리는 기도회가 열렸다. 

누가 봐도 흑인 혐오 때문에 일어난 이 사건을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보수 성향을 보이는 한 미국 언론은 이 사건을 가리켜 '기독교에 대한 공격'이라고 보도했다. 폭스 뉴스는 흑인 목사인 E. W. 잭슨(Jackson)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그는 "이 사건은 기독교에 대한 공격이다. 최근 미국에서 기독교에 대한 적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그가 교회를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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