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박은옥·장필순·조동익·전인권·김광석·한동준. 이 이름들이 익숙한 사람은 '이무하'라는 이름도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낮은 음색과 잔잔한 포크 기타 소리로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노래했던 그가 데뷔 30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연다.

그는 음악 생활 30년 동안 앨범을 4개밖에 내지 않았다. 1995년 발표한 1집 '고향'은 대중가요였다. 2집 '다시 동산으로', 3집 '휘장을 열고'는 CCM 음반이다. 2013년 4집을 발표하기까지 10년의 공백기가 있었다.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낸 4집에서 이무하는 다시 대중가요를 불렀다.

▲ 가수 이무하의 목소리에서는 낮고 굵은 음색에서 뿜어 나오는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상도동 연습실에서 콘서트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이무하를 만나 그의 신앙 이야기를 들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해가 쨍쨍 내리쬐던 6월 12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부흥한국' 연습실에서 이무하를 만났다. 그는 7월 초 콘서트를 앞두고 함께 서는 뮤지션과 합주를 연습하고 있었다. 트럼본·클라리넷·기타가 아름다운 화음을 내며 울려 퍼졌다.

이무하와 대화를 나누면서 한국교회와 복음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아래는 가수 이무하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 원래 포크송 가수로 음악을 시작했지만 중간에 CCM 앨범도 두 장 발표했는데요. 대중가요와 CCM을 넘나든 이유가 있나요.

교회가 한국 사회에서 자꾸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모습을 보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신앙인으로서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 생각에 복음은 교회 안에서 향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세상에 전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들었을 때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로 노래하는 것도 필요했습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복음을 표현하는 것이 낯선 작업은 아니었어요. 저도 30살이 넘어서까지 예수를 알지 못하고 살았거든요. 

- CCM 가수라고 해서 모태신앙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조금 의외네요. 어떻게 기독교인이 되셨나요.

대구에서 음악을 전공했는데 흔히 말하는 '사회 부적응자'로 살았어요. 너무 술에 찌들어 사니까 독실한 불자였던 어머니가 저를 출가시켰으면 했어요. 저도 받아들이고 경남 합천 해인사에 들어가려고 날짜까지 정했죠. 그리고 서울에 있는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갔습니다. 거기서 내 인생의 모든 고민과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답을 가진 친구를 만났는데요. 그가 기독교인이었어요. 그 친구를 통해 예수님을 알게 된 거죠.

▲ 이무하는 한국교회가 너무 오랫동안 맘몬 체제에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에,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귀담아듣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교회 내에서만 복음을 말하는 것보다 세상에서 세상의 언어로 복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뒤늦게 예수님을 만나셨네요. 교회를 다니면서, '이런 건 노래에 담고 싶다'는 부분이 있었나요.

저는 교회가 꼭 게토(ghetto) 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어요. '교회가 왜 사회와 유리되어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두 영역을 다 경험한 사람으로서, 양쪽을 넘나들면서 소통하고 싶었어요. 사회 안에서 교회가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시대의 선지자·예언자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교회의 책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요즘 교회는 그런 쪽으로는 잠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래로 교회의 잠자는 부분을 깨우고 싶었어요.

- 사회 속에서 교회의 역할에 특별히 더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도움을 주신 분이라든가 그런 거요.

사회 공의, 하나님의 공의 문제는 강원도 태백 예수원에서 대천덕 신부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사회정의 또는 소외 계층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또한 그분을 통해 배웠죠. J. M. 캐롤이 쓴 <피 흘린 발자취>(말씀보존학회)라는 책도 제 신앙에 많은 변화를 주었습니다. 가톨릭과 루터파에게 핍박받던 재세례파의 이야기인데요.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복음의 본질을 고수하려는 재세례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교회 역사를 다시 배웠습니다. 예수님을 알면 알수록 의문이 생기는데, 궁금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 더 많이 배우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정작 교회 안에서 사회정의는 거의 들을 수 없는 게 아쉬웠어요.

- 교회가 주로 관심 갖는 이야기는 어떤 것들이던가요.

교회는 교회 내의 문제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큰 건물을 짓고 더 많은 교인을 끌어오는 일에만 힘을 쏟는 것처럼 보였어요. 교회 밖의 일,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는 별로 관심 없는 교회가 많더라고요. 교회에서 자주 쓰는 단어 중에 '세상 것, 세상 노래'라는 말이 있죠. 세상과 교회를 분리하는 전형적인 이원론입니다. 교회가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해요.

   
▲ 그는 '노래는 맘몬을 무너뜨릴 무기'라고 말한다. 영상은 '집으로'를 노래하는 이무하. (동영상 출처 CBS C스토리 유튜브)

-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라면 어떤 부분을 말하는 건지,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예수님은 성서에서 분명하게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 애통하는 자가 복이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지금 한국 기독교는 어떤가요. 맘몬이 지배하는 교회가 되어 버렸어요. 교회조차 맘몬의 지배를 받고 있는 이 상황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우리가 정말 제대로 가고 있는가.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 과연 올바른 길인가.'

그런데 이런 생각을 못 하는 이유는, 맘몬 체제 안에 있는 게 너무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초기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공인을 받은 때부터 수천 년을 그렇게 지내 왔기 때문에 이상한 점을 못 느끼는 거죠.

과거에는 복음 가수 중에서도 사회의 부조리를 노래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지금은 교회 안에 '대항문화'가 설 자리가 없습니다. 무방비 상태로 자본에 모든 것을 다 내줬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교회에서 들은 메시지는 어떤가요. '기독교인이 출세하고 성공하는 것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다. 가난하게 사는 것은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것이다. 돈을 잘 버는 것은 하나님으로부터 많은 축복을 받은 것이다. 기독교인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는 고지를 정복해야 한다' 등의 설교가 사실은 맘몬과 결탁한 복음이에요.

- 그런 고민들을 녹여낸 것이 CCM을 담은 2·3집인 것 같네요. 그런데 4집은 다시 대중가요 앨범인데요.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CCM 가수로서 교회에 초청 집회를 많이 다녔어요. 노래를 부른 후에 제가 생각하는 복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았는데요. 청년과 교인은 좋아하는데 정작 목회자들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어요. 그 뒤로 교회 초청도 줄어들고 해서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으로 이어지더라고요. '하나님이 세상으로 나가라고 등을 떠미시는 것이 아닐까.'

- 그래도 CCM 가수였는데, 일반 노래를 부르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는 않았어요. 하나님이 나에게 음악과 노래라는 도구를 주신 것은, 세상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어요. 대중음악 가수로 음악을 시작했고 음악적 토양도 거기에서 다졌지만, 교회 안에서 신앙을 세우고 영적으로 준비하는 시간을 보낸 거예요. 모세가 단련 후에 광야로 부르심을 받은 것처럼, 나도 세상으로, 애굽으로 돌아가서 다시 복음을 노래하고 싶었어요.

   
▲ 이무하는 7월 2일~3일 양일간 대학로 엘림홀(동숭교회)에서 콘서트를 연다. 데뷔 30년 만에 여는 첫 단독 콘서트다. 이무하의 낮고 깊은 음색을 듣고 싶은 사람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위 노래는 4집 앨범의 타이틀곡인 '그리움'. (동영상 출처 penicilliumstudio 유튜브)

잔잔한 표정으로 '노래는 맘몬을 무너뜨릴 무기'라고 이야기하는 이무하. 그가 부르는 노래가 기대된다. 그동안 CD로만 만날 수 있었던 이무하의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무하는 7월 2일(목)~3일(금) 양일간 서울 대학로 엘림홀(동숭교회)에서 '茂夏之景(무하지경)'이라는 제목으로 콘서트를 연다.

'문화행동바람'의 김재욱 목사가 기획한 이번 콘서트는 '희망을 꿈꿀 수 없는 때, 믿음을 노래하다'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인터파크, 갓피플을 통해 콘서트 티켓을 예매(전석 4만 4,000원)할 수 있다. <뉴스앤조이>를 후원하는 길동무는 다른 경로로 예매가 가능하다. 할인된 가격인 2만 5,000원으로 예매할 수 있다. 문화행동바람 기획피디 박미리 씨(010-6628-9194)에게 연락하면 자세한 내용을 안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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