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30일 밤 8시, 광화문광장에서 <뉴스앤조이>와 촛불교회가 주관한 촛불 예배가 열렸다.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 15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4월 30일 저녁 8시, 어둠이 짙게 깔린 서울 광화문광장에 촛불이 하나둘 켜졌다. <뉴스앤조이>와 촛불교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세월호 참사 1주기 촛불 예배가 열렸다. <세월호, 희망을 묻다>(<뉴스앤조이> 편집국·강호숙·김형국·박득훈·백소영·오세택·차정식 공저, 뉴스앤조이)를 유가족에게 헌정하고자 마련한 예배다. 

이날 예배에는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 150여 명이 찾아왔다. 곽 아무개 씨(49)는 유족들의 아픔과 상처가 하나님 안에서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에 촛불 예배를 찾았다고 했다. 곽 씨는 유가족들이 혼자가 아니며, 믿는 자들이 함께한다는 사실을 알아주길 바랐다. 김순영 씨는 초등학생 자녀와 남편과 함께 예배에 참석했다. 김 씨는 유가족 얘기를 직접 들은 적이 없었는데, 듣게 되어 좋다고 했다. 아이에게도 그간 세월호 이야기를 많이 해 주었는데, 직접 현장을 보여 주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데려왔다고 했다. 

유가족에게 필요한 건 말이 아닌 함께 싸워 주는 것

▲ 김경호 목사가 사회를, 박종운 변호사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의 문제점 요지 전달을, 강호숙 총신대 교수는 기도를, 김형국 나들목교회 목사는 설교를,  김종희 <뉴스앤조이> 대표는 헌정사를 맡았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 김형국 나들목교회 목사는 시편 7편의 다윗처럼 하나님을 의지하여 세상의 악과 끝까지 싸우자고 외쳤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예배는 <세월호, 희망을 묻다> 필진들이 순서를 맡아 진행했다. 총신대 강호숙 교수가 기도, 나들목교회 김형국 목사가 설교, 두레교회 오세택 목사가 파송사, <뉴스앤조이> 김종희 대표가 헌정사를 맡았다. 단원고 2학년 6반 고 이영만 군의 어머니 이미경 씨가 답사를 했다. 들꽃향린교회 김경호 목사가 인도했다. 

설교를 전한 김형국 목사는 악이 번성하는 세상에서도 하나님을 믿으며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님이 먼 미래의 심판만 주관하지 않으신다고 했다. 지금 이 시대의 악한 자들의 소행을 가만히 보고 계시지 않는다고 했다. 창을 들고 서 계신 정의의 하나님께 기대어 함께 싸워 나가자고 했다. 

설교 후, 유가족에게 책을 헌정하는 순서가 있었다. 김종희 대표가 <세월호, 희망을 묻다>를 이미경 씨에게 전달했다. 김 대표는 비록 아주 작은 책이지만 유가족들의 마음과 역사의 증언을 담으려 노력했다면서, 훗날 진실을 밝히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관련 기사: '정답'보다 '공감 깊은 소통'을 희망하며) 

▲ 고 이영만 군의 어머니 이미경 씨는 교회 사람들로부터 상처받고 교회를 떠난 유가족들이 많다고 했다. 예수님이라면 아무 말 없이 유가족들 곁에 함께 있어 주셨을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답사를 전한 이 씨는 책을 통해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달해 준 노력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이 교회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고 교회를 떠났다며, 한국교회에 몇 가지 당부의 말을 전했다.

"며칠 전 교회 사모님께 전화가 왔어요. 영만이가 하늘에서 보면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겠느냐고 하시더라고요. 이것도 사탄의 움직임이고 사탄이 배후 세력으로 조종을 해서 이렇게 하고 있는 거라면서 저보고 그만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원래는 그런 말씀 들어도 그러려니 넘기는데, 그날은 제가 언쟁을 많이 했어요.

부탁드리고 싶은 건요. 그만하라고 하거나 이겨 내라는 말을 하시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1년 동안 저희는 악을 쓰며 아이들 왜 죽었는지 밝혀 달라는, 부모로서 당연한 요구를 하고 있거든요. 정말 눈곱만큼도 변화가 없는 세상을 보면서도 그냥 견디는 거죠. 

슬픔을 이겨 낸다는 건 충분히 애도하고, 처벌할 사람을 처벌하고, 용서할 사람을 용서하는 등 모든 과정이 지나야 가능한데요.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잘 참고 이겨 내라고 하시는 말이 상처가 되더라고요. 이겨 내라고 그냥 말씀하시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어서 이미경 씨는 대형 교회들이 세월호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씨는 안산에만 규모가 큰 교회가 세 곳 있다고 했다. 그런데 목사들이 교인들을 의식하는지, 세월호 문제에 관해 언급조차 하기 어려워한다고 했다. 큰 교회들이 나서서 교인들에게 세월호 문제를 알리고 진상 규명에 힘을 보태면 얼마나 금방 해결이 될까 말했다. 마지막으로 참석자들에게 앞으로도 연대와 기도,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예배를 마친 후, 사람들은 이미경 씨에게 삼삼오오 찾아갔다. 같이 사진도 찍고 먹을거리를 건네며 위로의 마음을 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들과 포옹을 나눌 때면, 이미경 씨는 눈을 꼭 감고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유가족과 참석자들 모두 깊은 연대감을 느낀 시간이었다.

행사 순서 전면에는 없었지만, 유가족에게 두 종의 책을 더 헌정했다. 김영봉 목사(와싱톤한인교회)가 쓴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프다>(IVP)와 박영식 교수(서울신학대학교 교양학부)가 써낸 <그날, 하나님은 어디 계셨는가>(새물결플러스)다. 새물결플러스 출판사와 IVP에서 각각 200부, 300부씩을 기증해 주었다.

▲ 촛불 예배에는 자녀들을 데려온 부모들도 있었다. 예배에 참석한 한 어머니는 자녀에게 현장을 직접 보여 주는 것이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함께 왔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위해 기도를 하고 촛불을 흔들며 찬양을 부르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 이번 촛불 예배는 <세월호, 희망을 묻다>(<뉴스앤조이> 편집국·강호숙·김형국·박득훈·백소영·오세택·차정식 공저, 뉴스앤조이)를 유가족에게 헌정하고자 마련했다. 김종희 대표는 유가족을 대표하여 자리해 준 이미경 씨에게 책을 전달하며, 비록 아주 작은 책이지만 유가족들의 마음과 역사의 증언을 담으려 노력했다면서 훗날 진실을 밝히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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