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재물은 (사)기독경영연구원(기경원)의 칼럼입니다. 기경원은 성경의 원리를 따라 경영함으로 기업 현장에 하나님나라가 임할 것을 희망하며 설립한 단체입니다. 창립 20주년을 앞두고 매월 둘째·넷째 수요일에 <뉴스앤조이>에 칼럼을 올리기로 협약을 맺었습니다. 한 달에 두 번, 경영이나 리더십에 관련한 글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인간이 인간인 까닭은 처음 시작부터 시공간이 제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시간을 아끼려고 늦은 밤까지 뒤척이며 새벽같이 일어난다고 해도 이생의 삶을 1초도 연장할 수 없으며, 온 세상을 휘젓고 다닌다 해도 한 평이면 한 몸 누이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우리네 사람들의 생각은 참으로 근시안적이고 행동의 반경은 좁기만 하다. 기업을 경영해도 수년을 내다보지 못하고, 영역도 고객 몇 십 명과 우리 동네를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이런 현상은 사업하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가도, 이내 이 정도에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수시로 고개를 쳐든다. 사명과 설렘으로 가득하였으나, 자신의 한계와 현실의 냉혹함에 쉽게 주저앉는다. 그렇지만 인간의 죄성과 한계를 평생 어깨에 메고 살아가더라도 진실로 믿는 자들은 어딘가 달라도 달라야 하지 않을까? 당연히 달라야 한다. 최소한 세 가지 점에서 그렇다.

첫째, 비록 시공간의 제약을 지니고 태어났지만 그렇다고 실망할 것도 아니다. 어떤 이들은 이 땅에 사는 것이 전부라 하지만, 그래서 하고 싶은 것 실컷 하다가 죽으면 그만이라고 하지만, 진실한 자들은 이 땅에서의 삶은 순간이자 동시에 영원에 잇대어 있음을 믿는다. 이들에게 오늘은 마지막이 아니라 다가올 날들의 첫날이다. 내 식구 잘 먹고 잘 살자고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장차 올 그 나라를 가슴에 품기 때문에 일터로 나가는 것이다. 뭔가 다르다. 그래서 함부로 살 수가 없다. 그래서 함부로 포기할 수가 없다. 그래서 매일같이 두려움과 떨림으로 사는 것이다. 

내가 세운 기업, 내가 몸담았던 교회, 내가 키운 사람들, 내 생각, 내 행동과 말 한마디, 어느 것 하나, 하나도 빠짐없이 하늘나라에 그대로 반영된다면 어찌 몸짓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우리의 시간과 공간은 일시적이고 제한되어 있지만 실은 영원에 이어 있기 때문에 영원하다.

둘째, 아무리 내가 잘났어도(혹은 못났어도) 전쟁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심을 믿기 때문에 크리스천은 세상 사람과 다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 진리를 잊고 산다. 그래서 혼자 계획하고 혼자 준비하고 혼자 전쟁터에 나간다. 사업도 내가 일으키고, 아이템도 내가 찾고, 돈도 내가 마련하고, 사람도 내가 뽑으며, 거래처도 내가 알아서 접대한다. 

이 말은 내가 일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그의 신실한 백성을 통해서 그 나라를 이루어 갈 것이므로, 열심히 일하는 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하나님의 능력을 믿는다면, 지금도 살아계셔서 모든 일의 주관자 되심을 믿는다면,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아야 한다. 그것도 빨리 내려놓아야 한다. 나 혼자 한다는(혹은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청지기도 문제이지만, 모든 것을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다고 믿는 교만한 청지기가 사실은 더 큰 문제다. 

너무 피곤한가? 너무 지쳐 있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짜증이 나는가? 세상이 너무 맘에 들지 않아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은가? 사실 그때가 가장 위험한 때이다. 이기지도 못할 전쟁을 혼자서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전쟁도 아닌데 자기 전쟁인 양 싸우고 있는 것이다. 아주 쉬운 길을 두고 매우 어려운 길을 택한 것이다. 크리스천은 지금 어떤 전쟁이 진행되고 있으며 어떻게 하면 그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지를 아는 사람이다.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전쟁을 이기는 유일한 길이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하셨다고 고백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세 번째, 크리스천은 소망이 있고 그래서 기다릴 수 있다. 세상 사람들도 희망이 있을 것이지만 잠시이며, 기다림이 있어도 순간이다. 우리의 소망은 분명하고 영원하다. 아, 그러나 이것 역시 말처럼 쉽지 않음을 인정한다. 무한 경쟁이라는 전쟁의 최전방에서 매일매일 살아가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그것도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기적 중 기적이다. 

그런데 성경은 이렇게 사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매일같이 기적을 체험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믿으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항상 내 옆에 계시며 항상 내 편이심을 믿으면 된다는 것이다. 결국 믿음이다. 소망도 사랑도 다 믿음이다. 

희미하지만 아직 소망이 있는가? 그렇다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붙들자. 더 이상 기다리기가 힘든가?  그렇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끝까지 기다려 보자. 하나님의 때까지 기다려 보자. 일이 좀 더디더라도, 사장이 맘에 들지 않더라도, 직원이 일을 잘못하더라도 좀 더 기다려보자. 하나님께서 그토록 오래 참으시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참고 기다리자. 

외국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Dead End'라는 푯말을 가끔 마주친다. '막다른 골목.' 열심히 달려왔지만 더 나아갈 수 없는 벽, 돌아가려니 이미 너무 멀리 온 길,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는 막막한 상황. 그러나 정말 다행인 것은 믿는 자에게 막다른 골목은 없다는 것이다. 바로 그곳에서부터 세상이 알지 못하는 신비한 나라가 열리기 때문이다. 

누가 우리에게 다 끝났다고 하던가. 누가 이쯤에서 포기하라고 하던가. 누가 우리를 형편없다고 하던가. 그런 거짓된 소리는 더 이상 듣지 말자. 우리의 노래는 끝이 없다. 우리의 기적은 오늘도 계속된다. Never Ending Story, 우리들이 영원히 이어 갈 사랑 이야기다. 

황호찬 / 세종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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