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재물은 (사)기독경영연구원(기경원)의 칼럼입니다. 기경원은 성경의 원리를 따라 경영함으로 기업 현장에 하나님나라가 임할 것을 희망하며 설립한 단체입니다. 창립 20주년을 앞두고 매월 둘째·넷째 수요일에 <뉴스앤조이>에 칼럼을 올리기로 협약을 맺었습니다. 한 달에 두 번, 경영이나 리더십에 관련한 글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이 시대 조직의 리더들이 공통적으로 어려워하는 것이 소통의 문제다. 많은 리더들이 자신은 소통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구성원들의 반응이 기대에 못 미치는 데 대한 불만을 토로하곤 한다. 이런 분들의 특징은 대화의 자리를 많이 가지려고 하나 막상 대화의 때가 되면 본인이 말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피터 드러커에 의하면 소통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가 아니라 '이해관계의 조정'이라고 했다.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되면 장시간 대화를 나누어도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각계 각층간 이해관계의 충돌, 더 나아가 극한적 대립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소통을 위한 이해관계 조정에는 인내심과 함께 협상(negotiation)의 기술이 필요하다. 올바른 협상이 이루어지려면 기술적 방법론과 함께 상대방의 입장에서 문제를 이해하려는 경청의 자세가 필요하다. 경청은 진정성의 표현이며 신뢰 관계의 출발점이다. 올바른 경청을 위해서는 '열린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많은 CEO가 상대방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 존재한다. 특히 자수성가형 기업인들이 소통의 실패를 겪는 경우가 많은데 그 주된 원인이 무류의식(無謬意識, sense of infallibility)때문이라고 한다.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 체득한 자기만의 성공 방식(success formula)에 대한 강한 신념 때문에 자신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과 다르면 강한 거부감을 갖는 경향이 있다. 

성격유형에 관한 측정으로 잘 알려진 MBTI 검사에서 CEO들은 TJ(thinking/judgmental) 특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런 유형은 자기 중심의 사고 체계(mental framework)가 확고하기 때문에 자기의 사고 체계에 반하는 타인의 이야기를 참고 들어 줄 인내심이 부족하다. 자기가 존경하거나 어려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조금 더 진지하게 들을지 몰라도 자기와 사고방식이 다른 부하 직원들의 의견은 쉽게 무시하는 성향이 있다. 따라서 TJ형 리더들은 남보다 더 많은 경청의 훈련이 필요하다. 

소통을 위해서 이해관계 조정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원칙을 무시한 협상을 하게 되면 조직의 규율이 무너지게 된다. 원칙 없는 리더십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당면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면서 그 부담을 조직에 전가하는 행위다. 공동체 발전을 위한 기본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관심을 단기 이해관계만이 아닌 장기 발전, 즉 비전의 실현에 두도록 해야 한다.   

수많은 리더들이 비전을 앞세우면서도 소통은 잘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구성원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소통을 이루려면 조직이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미래상과 핵심 가치에 대해 리더와 구성원 간에 진지하게 생각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공감대를 확대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내가 속한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과 사람에 대한 진지함이 진정한 소통의 출발점이다.   

우리는 성경을 통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인간과 소통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보게 된다. 소돔성을 멸하시기 전에 아브라함의 주제넘은 협상 제안에 응하신 것은 아브라함의 진지함과 책임감을 인정하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서 소통의 정점은 자기를 비워 종의 형태로 오셔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인간과 소통하기 위하여 가장 낮은 모습으로 오신 그분의 겸손함을 본받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한다면 이 시대가 겪고 있는 소통의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정화 /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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