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를 알선하는 조건으로 헌금을 요구하는 곳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돈을 받는 것도 문제지만, 목사들은 왜 돈을 내면서까지 임지를 소개해 달라고 했을까요. 이들은 역설적이게도 임지를 연결해 주는 곳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뉴스앤조이>는 △돈 받고 임지를 알선하는 곳 △임지 연결 사역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목회자들 △각 교단이 갖고 있는 대안 등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 편집자 주

▲ 목회OO연구소는 임지 연결, 후임자 청빙, 임지 교환 등을 대행한다. (목회OO연구소 홈페이지 갈무리)

3월 말, 한 통의 제보 전화를 받았다. 제보자는 돈을 받고 목회지를 소개해 주는 곳이 있다며, 취재를 요청했다. 목회할 곳을 찾던 제보자는 한 기독교 포털 사이트에서 임지를 구해 준다는 글을 보고, 글을 올린 사람을 만나 상담했다. 그런데 100만 원을 내야 소개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거절하고 나왔다고 한다.

제보자가 상담한 곳은 '목회OO연구소'라는 곳이다. 목회OO연구소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사이트에는 연구소가 사역지를 찾는 목회자들에게 교회를 소개하고, 은퇴하는 목사에게는 후임자를 추천한다고 나와 있었다. 임지를 교환하길 원하는 목사에게도 교환할 곳을 알아봐 준다고 했다.

목회OO연구소는 2,4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회원들은 각각 등급이 다르다. 연구소에 선교 헌금 3만 원을 입금한 사람에게는 정회원, 정기 후원자에게는 로얄 회원 자격을 부여한다. VIP 회원도 따로 있는데, 연구소 직원이거나 연구소에 특별 헌금을 낸 사람이다.

겉에서 볼 때에는 등급에 따라 주어지는 혜택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 같지 않다. 정회원 이상이면 사이트에 있는 대다수 글을 볼 수 있다. 연구소가 교회에게 의뢰받은 목회지 현황, 임지 교환을 원하는 교회 명단도 모두 볼 수 있다. 하지만 명단에는 교회가 있는 지역, 한 해 예산, 출석 교인 수(성인 기준), 사례비 등만 나와 있고, 교회 이름과 같은 자세한 정보는 없다. 더 알기 위해서는 목회OO연구소를 찾아가야 한다.

연구소를 찾은 제보자는, 교회를 소개받으려면 활동 헌금으로 100만 원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약정서도 작성하게 했다고 한다. 약정서에는 "임지 연결이 성사되면 즉시 자발적이며 기쁜 마음으로 후원 헌금을 드리겠습니다", "드린 헌금에 대해서는 결코 반환을 요구하지 않겠습니다"는 내용이 있었다. 임지 연결이 성사되지 않아도 활동 헌금 100만 원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말이다.

제보자의 말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목회OO연구소를 찾아가서 박 아무개 소장을 만났다. 박 소장은 제보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100만 원은커녕 소개비를 한 푼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연구소를 통해 사역지를 구한 목사들이 스스로 감사 헌금을 내는 것이라고 했다. 약정서가 있다는 것도 부인했다. 

▲ 목회OO연구소는 홈페이지에 후임자를 구하는 교회, 임지 교환을 원하는 곳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선교 헌금 3만 원을 내고 정회원이 되면, 해당 교회의 한 해 예산, 출석 교인 수, 사례비 등을 알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을 알려면 소장을 만나야 한다. (목회OO연구소 홈페이지 갈무리)

VIP 되라고 은근히 요구, 3만 원 낸 정회원은 홀대

소장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목회OO연구소에서 임지를 의뢰했던 사람들을 만났다. 원 아무개 목사는 작년 11월, 기독교 포털 사이트에 있는 글을 보고 박 소장을 만났다. 현재 사역하고 있는 교회를 맡아 줄 후임자와 자신이 새로 사역할 교회를 의뢰하기 위해서다. 박 소장은 당시 100만 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원 목사도 100만 원이면 사역지를 구할 수 있다는 말에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해 바로 돈을 건넸다고 했다.

돈을 내고 임지를 의뢰한 건 원 목사뿐이 아니었다. 이 아무개 목사는 올해 1월 100만 원을 내고 목회OO연구소에 사역지 소개를 요청했다. 이 목사는 교회를 새로 개척하려 했지만, 요즘 개척 교회가 어렵다는 말에 연구소를 찾았다. 이 목사와 함께 만난 김 아무개 목사도 연구소에 100만 원을 냈다고 했다.

선교 헌금 3만 원을 내고 정회원이 된 한 목사는 적은 액수의 돈을 낸 자신들은 홀대받는다고 했다. 그 목사는 작년 7월 정회원이 된 이후부터 임지는 한 번 소개받았다고 했다. 세 차례 박 소장을 만났는데, 그때마다 은근히 VIP 회원 또는 로얄 회원이 되라고 했다고 한다. 이후 박 소장에게 전화로 임지에 대해 물을 때마다 무성의하게 상대했다고 했다.

의뢰자에게 돈을 더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원 목사는 박 소장이 부산에 있는 교회를 소개해 준다며 100만 원을 추가로 요구했다고 했다. 박 소장이 자신이 시무하는 교회의 음향 장비 교체 비용 150만 원을 청구했다고도 했다. 이후에도 박 소장은 빚을 갚아야 한다며 원 목사에게 500만 원을 더 받아 갔다고 한다. 원 목사는 사역지 때문에 돈을 계속 줬다고 했다.

박 소장은 의뢰자인 원 목사와 이 목사에게 연구소 일을 부탁하기도 했다. 박 소장은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이고, 원 목사는 예장합동 소속이다. 박 소장은 원 목사에게 감리회 소속 목사들은 자신이 상대할 테니, 원 목사는 합동 측 목사들을 상담하라고 했다. 이 목사에게는 운전이나 인터넷에 광고 글을 올리는 일을 시켰다. 이들은 임지 때문에 박 소장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의뢰자들이 한 말에 대해 박 소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원 목사가 돈을 준 이유는 자신이 원 목사의 교회에 후임자를 소개했기 때문에 고마운 마음에 헌금한 것이라고 했다. 의뢰자에게 특정 액수를 꼬집어서 요구하지 않았고 약정서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모두 의뢰자들이 알아서 낸 헌금이라고 했다. 원 목사와 이 목사가 연구소 일을 한 것은, 이들이 사역지를 구할 때까지만 잠깐 도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원 목사는 당시 박 소장의 일을 하면서 의뢰자들에게 받은 약정서를 보였다. 목회OO연구소 이름으로 만들어진 약정서에는 의뢰자들이 100만 원을 내겠다는 내용과 임지 연결이 성사되지 않아도 반환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원 목사는 의뢰자들이 실무자를 맡았던 자기에게 준 활동 헌금을 박 소장의 계좌로 이체한 통장 내역도 보이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은 박 소장이라고 했다. 

▲ 목회자 임지와 후임자를 전문으로 소개하는 곳이 늘고 있다. 위 글은 한 기독교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임지 교환을 원하는 교회 명단이다. (OOO넷 홈페이지 갈무리)

시골 교회 목사들은 정보 부족…목회 임지 소개 업체 증가

돈만 내고 결국 사역지는 구하지 못한 의뢰자들은 자신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이들은 역설적이게도 목회자에게 임지를 소개해 주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만큼 요즘은 목회자가 사역지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작은 교회 목사들, 산간 도서 지역에 사는 목사들은 더 심각하다고 한다. 이들은 새로 사역할 곳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고, 자신의 후임자도 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돈을 내면서까지 목회OO연구소를 찾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을 기반으로 임지를 전문으로 소개하는 곳이 하나둘 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목회OO연구소 하나였는데, 이와 거의 같은 성격의 단체가 올해 2군데 생겼다. 이들은 모두 임지 소개, 임지 교환, 후임자 청빙, 교회 합병 등을 전문으로 해 주고 있다.

원 목사는 "박 소장의 일을 도우면서 여러 작은 교회 목사들을 만났다. 형편도 좋지 않고, 어려운 사정에 처한 이들이 많았다. 임지를 소개하는 단체들이 사업이 아니라 사역하는 마음으로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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