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를 알선하는 조건으로 헌금을 요구하는 곳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돈을 받는 것도 문제지만, 목사들은 왜 돈을 내면서까지 임지를 소개해 달라고 했을까요. 이들은 역설적이게도 임지를 연결해 주는 곳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뉴스앤조이>는 △돈 받고 임지를 알선하는 곳 △임지 연결 사역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목회자들 △각 교단이 갖고 있는 대안 등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 편집자 주

"뭐하는 짓인가." "공유하기도 민망하다." "안타깝다." 목회자에게 돈을 받고 교회나 후임자를 소개해 주는 곳이 있다는 기사가 나가자, 독자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마치 세입자에게 돈을 받고 집을 알선해 주는 복덕방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목회지 알선 복덕방, 돈맛이 쏠쏠)

보통 담임목사 청빙 과정은, 교회가 교계 언론에 담임목사 청빙을 공고, 청빙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청빙위원회는 지원자 혹은 추천자를 받아 서류 검토와 면담을 진행하고, 교회는 맨 나중에 공동의회를 통해 담임목사를 선출한다. 대다수 기독교인들은 담임목사 청빙 과정을 이렇게 알고 있다. 임지나 후임자를 전문으로 소개해 주는 기관이 있다는 것은 잘 모른다.

대개 이러한 기관들의 임지 연결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이뤄진다. 하나는 임지를 구하는 목회자에게 교회를 소개하는 것, 다른 하나는 담임목사 후임을 찾는 교회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4~5명의 목사를 후보로 추천한다. 그러면 교회가 청빙 과정을 거쳐 후임자를 뽑는다. 마지막은 다른 목사와 임지를 맞바꾸길 원하는 목사들을 서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를 소위 '임지 교환' 혹은 '교환 목회'라고 부른다.

▲ 교계 신문을 보면 담임목사 청빙 공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일부 목사들은 공고를 보고도 지원하지 않는다. 경쟁자는 많은데, 자신은 나이가 많고 소위 '스펙'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대신 찾는 곳은 임지 연결 단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개척은 어렵고 임지는 구하기 어려워

인천 변두리에서 교회를 개척해 20년 가까이 목회한 A 목사는 최근 임지 연결 단체를 찾았다. 한때 A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는 출석 교인이 50명 가까이 됐다. 그런데 작년 초 신천지로 의심되는 교인이 들어와 교회를 시끄럽게 하더니, 결국 가족들만 남고 모두 교회를 떠났다. 이후 교회를 수습했는데도 교인이 돌아오지 않자, A 목사는 아예 다른 교회를 알아보기로 결정했다.

"올해 나이가 오십 대 중반입니다. 저는 목회를 계속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하지만, 담임목사 청빙 공고에 지원하면 번번이 떨어집니다. 나이가 많고, 소위 '스펙'이 좋지 않아 젊은 지원자에게 밀리는 거죠. 노회에 아는 목사들이 있지만, 이런 사정을 말하기가 사실상 어렵습니다. 그러던 중, 임지를 연결해 주는 곳이 있다고 해서 이렇게 찾았습니다."

B 목사도 나이 오십에 새로 목회할 곳을 찾고 있다. 그는 대형 교회에서 부목사로 지내다 건강이 안 좋아져 3년 전 교회를 사임했다. 그리고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아내의 일을 간간이 도우며 지냈다. 그러던 중 목사로서 다시 사역에 전념해야겠다는 마음에 임지 연결 단체를 찾았다.

남양주에 사는 C 목사는 17년 동안 부목사로 지내다 작년 말 교회를 사임했다. 나이가 이제 40대에 들어섰고, 이제는 담임으로 목회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는 원래 교회를 개척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작년에 생각을 바꿨다.

"요즘은 목회자 수급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개척이 능사만은 아니더군요. 지난 4년 동안, 전국에 있는 50여 개 교회를 돌았어요. 저보다 먼저 교회를 개척한 선배들에게 조언을 듣기 위해서였죠. 개척 현장도 보고 싶었고요. 그런데 대부분의 선배 목사들이 하는 말이 개척 교회 목회는 생각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었어요. 차라리 지방 중소형 교회에 후임자로 들어가는 게 더 낫다고 그랬죠. 그래서 교계 신문에 나오는 청빙 공고에 지원도 하고 임지 연결 단체도 찾았습니다."

임지를 소개해 주는 ㅎ 단체 원 아무개 목사는 "의뢰자 중에 젊은 목사도 있지만 나이가 있는 분들이 많은 편입니다. 작은 교회 담임으로 목회하다가 교인이 모두 떠나 교회가 없어진 경우도 있고, 개인 사정으로 잠깐 쉬었다가 다시 목회를 하려는 분들도 있습니다. 새로 교회를 개척하는 것도 임지를 구하는 것도 힘들기 때문에, 저희 같은 임지 연결 단체를 찾는 것입니다"고 했다.

전별금 조건 후임자 청빙, 사역 활기 충전 위한 임지 교환

임지 연결 단체는 이들에게 자신들이 관리하는 교회를 소개해 준다. 은퇴하는 담임목사의 후임자를 찾는 교회들이다. 임지 연결 단체는, 위와 같이 임지를 구하는 이들 중에 적합한 사람을 4~5명 선정해 교회에 추천한다.

보통 교회들은 담임목사를 청빙할 때 교계 신문에 청빙 공고를 낸다. 목회자는 많고 임지는 부족한 실정이라, 교인 수가 약 50명 되는 작은 교회도 청빙 공고를 내면 지원서가 100통이 넘게 들어온다고 한다. 그런데 이 교회들이 굳이 임지 연결 단체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ㅎ 단체 원 목사는 전별금 때문이라고 말한다. 교회가 은퇴하는 담임목사에게 전별금을 줄 형편이 안 되기 때문에, 자신과 같은 단체를 통해 교회 대신 전별금을 줄 수 있는 목회자를 찾는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의뢰하는 교회 규모가 대부분 50명 안팎의 작은 교회들이다. 평소에는 재정이 부족하지 않지만, 몇 천만 원 상당의 전별금을 주기에는 어려운 교회들이다. 간혹 교인 수가 500~700명 되는 중·대형 교회가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역시 전별금 때문이다. 교회에 빚이 많아 재정 상황이 안 좋기 때문이다.

"현재 은퇴를 앞둔 목사들 대다수는 교회를 개척한 목사들입니다. 초기에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을 교회에 쏟아부은 경우가 많아, 은퇴하고 나서 지낼 집조차 없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들이 후임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전세금 정도입니다. 보통 수도권이나 광역시 같은 경우에는 1억 원 정도이고 지방은 5,000만 원 정도를 필요로 합니다. 그 이상 요구하는 것은 우리 선에서 막습니다."

임지 연결 단체는 교회가 요구하는 조건에 맞는 의뢰자를 4~5명 선정해 교회에 추천한다. 단체가 확실하게 임지를 결정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 청빙 과정에서 몇 십 명과 경쟁하는 것보다 낫다. 결국 의뢰자들은 몇 천만 원으로 임지 문제를 해결하고, 교회는 은퇴목사의 전별금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임지 연결 단체를 찾는 것이다.

물론, 아무 조건 없이 후임자를 요청하는 교회도 있다. 하지만 거의 없다고 한다. 6년 동안 300개 교회에 후임자를 소개해 온 ㅁ 단체 박 아무개 소장은, 300개 교회 중 아무 조건 없이 후임자를 받은 곳은 7곳뿐이라고 했다.

임지 연결 단체에는 임지를 다른 목회자와 서로 맞바꾸길 원하는 의뢰도 들어온다.

서울에서 교회를 개척한 D 목사는, 10년 동안 목회했는데도 교인이 50명 안팎에서 정체하는 것을 보면서 임지 교환을 생각했다. "한때는 교인 수가 100명을 넘은 적도 있지만 중간에 분쟁이 생겨 절반이 나갔습니다. 목사로서 부끄러운 말이지만, 이후 몇 년 동안 교인이 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교회를 다른 사역자와 맞바꾸면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ㅎ 단체 원 목사는 실제로 사역에 권태를 느꼈던 목사들이 임지를 교환하고 나서 활기를 얻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중직자들과 관계가 틀어져 갈등을 겪는 목사, 산간·도서 지역에서 도시로 나오고 싶어하는 목사에게도 임지를 교환하고 싶다는 문의가 들어온다. 

▲ 임지가 부족한 실정에도 교회가 특별히 임지 연결 단체를 찾는 이유는 전별금 문제를 해결해 줄 후임자를 찾기 위해서다. (ㅎ 단체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교회에 임지 연결이 필요하다고?

임지 연결 단체는 자신들의 일이 한국교회에 꼭 필요한 사역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전통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노회(지방회)를 통해 임지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노회의 추천을 받아 임지를 구하는 경우는 대부분 노회에서 실권을 차지하고 있는 목회자와 가까운 사람 또는 나이가 젊은 목회자에게 해당된다. 그렇지 않은 무임목사들은 노회의 추천을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후임자 청빙이나 임지 교환을 의뢰하는 경우에도, 목사가 자신의 치부를 노회(지방회)에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이를 꺼려 하는 목회자들은 임지 연결 단체를 찾는다.

이들이 한 말을 가지고, 30년 이상의 목회 경험을 가지고 있는 몇몇 노회장들에게 물었다. 노회장들은 일부 인정했다. 노회 안에 실권을 가진 일부 목사들이 친분을 이유로 자격 미달인 사람을 위임목사로 세우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사례를 거의 찾기 어렵다고 했다. 한 노회장은, "요즘에는 교인들의 의식과 수준이 높아졌다. 임시 당회장으로 파견해 청빙 과정을 지켜보면 교회가 알아서 청빙을 진행한다. 노회 임원이라도 교인들의 뜻을 꺾기가 어렵다"고 했다.

임지를 연결해 주는 단체에 대해 보는 시각은 엇갈렸다. 한 노회장은 목회자들이 임지가 없어 어렵다고 하는데, 이들을 돕는 단체가 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다. "목회자 임면에 대한 것은 본래 노회가 하는 일이다. 실제로 무임목사를 추천하기도 하고, 위임목사가 임지를 구할 때 다른 노회와 상의해 교환할 곳을 알아봐 주기도 한다. 그런데 노회가 모든 목회자를 챙겨줄 수 없고, 정보도 한계가 있다. 이런 단체들이 이를 보완해 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도 있다. 예장합동 측 한 노회장은 "노회와 시찰회라는 조직 체계를 무시하는 것은 교계 질서를 어지럽히고 법에 어긋나는 행위다"고 했다. 엄연히 노회가 할 수 있는 일인데, 왜 목사들이 노회를 배제하고 사설 단체를 찾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어떤 목사는 "단체가 순수한 마음으로 임지를 연결해 줄 수 있는지 모르겠다. 부동산처럼 중개료를 챙기기 위해 활동하는 거 아니냐"며 단체를 의심했다. 그는 이러한 단체들이 노회의 검증 절차를 대신할 정도로, 목회자들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