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팎에서 계급화·권력화해 버린 장로들의 모습을 많이 보는 요즘입니다. 장로란 원래가 사회적 지위와 학벌이 높고 돈도 어느 정도 있어야 되는 것일까요? <뉴스앤조이>가 한국교회 장로들의 실태와 선출 방식, 바람직한 모습을 취재했습니다.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장로 △교회 안에서 유세 부리는 장로 △성경적인 장로상과 한국교회 장로 선출의 현실 △대안적인 장로 제도와 바람직한 장로의 모습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 편집자 주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속담이 있다. 밖에서 샌 바가지는 반드시 안에서 샜을 거라는 말로 바꿀 수도 있겠다. <뉴스앤조이>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장로뿐 아니라, 교회 안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장로도 취재했다. 원래 교회 안팎에서 문제가 되는 장로들을 한 기사에 담으려 했는데 기사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두 개로 나눴다.

이번 기사에서는 교회 안에서 유세를 부리고 분란을 야기하는 장로들을 살펴보려 한다. 교인들과 목사들을 우습게 보고, 무슨 계급장이라도 단 것처럼 행동하는 장로들의 추태를 고발한다.

▲ 목사와 교인들을 우습게 보고 교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장로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이 장로인 것을 계급장처럼 생각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교회는 장로 것?…교회 돈으로 사업 수익 노려

장로는 계급인가. 원론적으로 물어보면 당연히 아니라고 할 사람들이 많겠지만 현실은 그렇지만도 않다. 일부 장로는 마치 교인들과 목사들 위에 군림한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뉴스앤조이>가 이런 장로들 이야기를 제보해 달라는 기사를 내보내자 여기저기서 사연을 보내왔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ㅎ교회는 일부 장로들의 반발로 엉망이 된 상태다. 몇몇 집사들이 이들을 예배방해죄로 고소하고, 이 장로들은 제직회를 고소하는 등 교인들 사이에 교회법과 사회 법 고소가 빈번하다.

한 교인은 문제를 일으키는 장로들이 공공연히 "교회는 장로의 것"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장로교회는 장로의 것인데 교인들이 왜 장로의 권위에 도전하느냐", "담임목사는 월급쟁이일 뿐이고 교회의 주인은 장로다"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장로들 중 한 명은 교인들에게 사업을 도와달라는 명목으로 돈을 빌려 놓고, 사업이 망했다며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교인들에게 신발, 보석 등 고가의 물품을 거의 강매하다시피 팔고 있다고 했다.

목사의 자녀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제보자는, 아버지가 경북 경산시에 있는 ㅎ교회에서 교회를 주름잡고 있는 한 장로 때문에 쫓겨났다고 말했다. 그는 잘사는 교인들하고만 어울리고 따로 모이면서 교회 내에 분파를 만들고, 주일에 교회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교인들에게 돈 자랑을 한다. 교인 수가 늘지 않는다고 담임목사를 대놓고 혼낸다. 이 장로의 제멋대로 활개 치는 모습 때문에 교회를 떠난 사람도 많다고 했다.

교회 돈으로 자신의 이익을 탐하는 장로들도 있었다. 경기도 구리시 ㄷ교회는 현재 일부 장로들이 담임목사를 반대하며 갈등을 겪고 있다. 한 교인은, 담임목사 반대 측 장로 중 일부가 교회를 자신들의 사업에 이용하곤 했다고 전했다. 수년간 교회 비품을 시가보다 비싸게 납품해 이익을 본 사람도 있었고, 건축업에 종사하는 한 장로는 교회 공사를 할 때 수천만 원을 부풀린 예산을 내민 적도 있었다고 했다.

마포구 ㅎ교회의 한 장로는, 증권회사에 재직 중일 때 당회의 결의도 없이 교회 돈으로 증권 상품을 가입해 실적을 올렸다고 한다. 뒤늦게 이 사실이 드러나 교인들은 문제를 제기했지만, 오히려 그는 "손해 보지 않고 제자리에 돌려놨으니 된 거 아니냐"며 당당하게 말했다.

데려올 때는 좋다더니…담임목사 쫓아내는 장로들

이런 장로들이 있는 교회는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 담임목사가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장로들이 모의해 목사를 쫓아내는 것이다. 위 교회들이 모두 이런 일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중이다.

최형묵 목사(천안살림교회, 한신대 초빙교수)는 교회 내 권력이 목사에서 장로로 넘어갔다고 분석했다. '목사의 영성에서 장로의 영성으로'라는 글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최근 일부 교단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유력한 교회에서 젊은 목사를 담임목사로 선호하는 것도 일정 측면 그런 맥락에 있다. 젊은 목회자로 하여금 목회의 이상을 새롭게 펼치도록 보장하려는 진취적인 성격보다는 관리와 통제가 보다 용이한 목회자를 두려는 퇴행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할 것이다." - <사회적 영성>(현암사) 259쪽

청빙할 때는 좋다고 젊은 목사를 데려왔다가, 뭔가 맘에 들지 않으면 갖은 수로 담임목사를 못 살게 구는 케이스는 여러 교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목사 임면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장로들은 그 교회의 터줏대감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노회 목사·장로들과도 어느 정도 안면이 있기 때문에, 자기 교회 목사를 쫓아내려고 노회를 이용하기도 한다.

서울시 관악구 ㅂ교회는, 장로들이 일부 교인들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ㅈ 목사를 담임으로 데려왔다. 그러나 1년 반 후, 청빙에 앞장선 장로들이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며 ㅈ 목사를 총회에 고소했다. 청빙 전 내야 할 서류들을 덜 냈다는 이유였다. 총회가 장로들의 손을 들어 ㅈ 목사는 ㅂ교회로 온 지 2년도 되지 않아 쫓겨났다.

전북 군산시에 있는 ㄱ교회도 작년 8월, 시무장로 7명 중 6명이 임시당회를 열어 ㅇ 담임목사 해임을 결의했다. 당회장인 ㅇ 목사와 당회 서기도 참석하지 않은 상태였다. 장로들은 ㅇ 목사가 공동의회를 의도적으로 파행시키고, 청빙 시 이력서를 허위로 기재했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그러나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신임 장로 선출 과정에서 ㅇ 목사가 장로들의 뜻을 따르지 않아서였다.

서울시 동대문구 ㄷ교회도 시무장로 22명 중 5명이 ㅇ 담임목사에게 등을 돌렸다. 5명 중 2명은 한때 수석장로와 재정장로로, 노회 목사들의 압박 속에서도 ㅇ 목사를 청빙했던 교회의 실세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 교회를 압박한 노회 목사들과 손잡고 ㅇ 목사를 정신이상자로 몰고 있다. 나머지 장로들은, 이 장로들이 ㅇ 목사를 맘대로 부리려고 했다가 말을 듣지 않자 트집을 잡고 쫓아내려 하는 것이라고 했다.

교회 이용해 사욕 챙기는 장로들,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교회 밖에서는 사고 치고, 안에서는 교회가 마치 제 것인 양 좌지우지하는 장로들을 보자니 이런 질문이 머릿속을 꽉 채운다. '왜 하필 이런 사람들이 장로일까', '어쩌다가 이런 사람들이 장로가 되었을까', '도대체 장로를 어떻게 뽑길래 이런 사람들이 장로가 되나'.

다음 기사에서는 성경과 각 교단의 헌법에 근거해, 장로란 원래 어떤 직분인지 살펴볼 것이다. 이에 비추어 한국교회가 장로를 어떻게 선출하고 있는지, 이 과정에서 어떤 기형적인 현상이 벌어지는지도 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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