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개신교단이 동성 결혼을 금지한 주 헌법이 위헌이라며 주 정부를 대상으로 소를 제기해 승소했다. 지난 4월, 연합그리스도교회(United Church of Christ·UCC)는 교단 총회와 소속 목사 9명, 동성 커플 네 쌍의 공동 명의로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 주 헌법이 미국 헌법과 상충되는 내용을 담고 있으니 관련 법을 폐기해 달라는 소송을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제기했다. UCC는 동성 결혼을 금지한 주 헌법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결혼 평등권을 해친다고 봤다.

연합그리스도교회(United Church of Christ)는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교단이다. 이들은 동성애자를 교인과 성직자로 인정한 첫 교단이기도 하다. UCC는 지난 4월, 노스캐롤라이나 주 헌법이 동성 결혼을 금지한 것이 위헌이라는 이유로 연방항소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이들은 주 헌법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결혼 평등권을 해친다고 했다. (연합그리스도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사안을 담당한 콕번 주니어(Cogburn Jr.) 판사는 10월 10일 "이것은 정치나 도덕과 관련한 일이 아니다. 단순히 법적인 사안이다. 다른 주에서 성사된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고, 주 내에서 동성 결혼을 금지하며, 동성 결혼을 주례한 사람들도 처벌한다고 명시한 노스캐롤라이나 주 헌법은 미국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헌법은, 법적인 결혼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만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동성 커플은 법적인 부부로 인정될 수 없고, 주 헌법을 어기고 동성 간의 결혼을 주례한 성직자는 범죄 혐의가 적용되어 왔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는 지난 2012년 주민 투표를 실시해 54%의 찬성으로 주 헌법을 통과시켰다.

UCC는 개신교 교단 중 처음으로 동성애자를 성직자로 받아들이고, 교단의 일원으로 인정한 곳이다. 이들이 문제 삼은 것은 평등한 결혼권만이 아니다. UCC 소속 목사들은 동성 결혼을 주례할 수 없게 한 노스캐롤라이나 주 헌법이 미국 수정헌법 1조 중 '의회는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금지하는 어떤 법도 만들 수 없다'를 위반했다고 해석했다.

조 호프먼(Joe Hoffman)도 이번 소송에 참여한 목사 중 한 명이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주 헌법이 교인들의 주례를 설 수 없게 만든다고 했다. (연합그리스도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이번 소송은 UCC 교단 본부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UCC 소속 목사들이 힘을 합쳐 진행해 왔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 시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UCC 소속 낸시 앨리슨(Nancy Allison)은 "UCC와 공동 고소인들에게 뜻깊은 날이다. 우리는 공동 고소인들과 함께 평등한 결혼권을 보장받기 위해 싸워 왔다. 연방항소법원이 주 헌법을 파기하고 동성 결혼을 인정할 것을 명령한 것은 노스캐롤라이나 주민들에게 큰 승리"라고 말했다.

UCC 베넷 게스(Bennett Guess) 국장은 "앞으로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동성 결혼을 축복하는 성직자들을 방해하거나 위협을 가하는 모든 행동이 불법"이라며 기뻐했다.

이번 노스캐롤라이나에서의 판결은 며칠 전 발표된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하다. 주 헌법이나 주 법으로 동성 결혼을 금지한 오클라호마·유타·와이오밍·캔자스 등 11개 주 정부는 모두 연방지방법원과 연방항소법원에서 패소한 상태였다. 이에 인디애나를 비롯한 5개 주는 연방대법원에 자신들의 패배를 다시 심의해 달라고 상고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6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앞으로 동성 결혼 금지에 관한 하급법원들의 상고를 심리하지 않을 것이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동성 결혼을 금지했으나 패소한 상태였던 11개 주에서 동성 결혼이 즉각 합법화되었다. 이 결정은 앞으로 플로리다‧아이다호 등 연방지방법원에서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다른 주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