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진도, 실종자 가족·유가족(세월호 가족)과 기독교인은 절망에서 희망을 노래했다. 10월 2~3일 양일간, 그들은 함께 울고, 웃었다. 10월 2일 진도군교회연합회는 진도 C+ 뮤직 페스티벌(진도씨뮤직페스티벌)에 그들을 초청하여 위로와 격려의 시간을 가졌다. 세월호 가족도 진도군민을 위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부르며, 감사 인사를 했다. 3일, 팽목항에서도 '기다림의 버스'를 타고 온 기독교인들이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며, 실종자 수색 촉구와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 진도군민과 세월호 가족

▲ 진도씨뮤직페스티벌 전정림 조직위원장이 행사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이 함께해서 감사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 진도군교회연합회가 주최한 진도씨뮤직페스티벌이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열렸다. 진도군교회연합회는 세월호 유가족을 초청하여, 진도군민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기억과 희망,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라는 주제로 진행된 행사는 유가족와 진도군민이 함께 울고 웃으며, 서로를 격려한 시간이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진도군교회연합회는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제7회 진도씨뮤직페스티벌을 열었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가시지 않아, 매년 10월에 있던 페스티벌을 올해는 개최하지 말자는 일부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주최 측은 세월호 가족과 진도군민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페스티벌을 준비했다. 실종자 수색이 장기전으로 들어가면서, 진도군민과 세월호 가족의 소통을 위해서였다. 주제는 '기억과 희망,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였다.

10월 2일 저녁 7시 진도향토문화회관, 세월호 가족 30여 명과 진도 주민 7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무대 주변에는 세월호 참사 '기억과 희망 사진전'이 전시되었다. 페스티벌이 시작하자, 세월호 참사 추모 영상이 방영됐다. 참사로 고인이 된 희생자들의 얼굴이 한 명 한 명 나왔다. 순간,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참석한 유가족은 물론이고, 진도군민이 함께 울었다.

▲ 세월호 가족도 공연 순서에 참여했다. 기독인 부부는 "세상에서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너희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하시니라"라는 가사가 담긴 찬양 '담대하라'를 불렀다. 유가족과 진도군민의 눈시울이 함께 뜨거워졌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공연을 맡은 담당자들은 세월호 가족을 고려하여, 추모와 격려의 마음이 담긴 노래를 선정하여 불렀다. 세월호 가족도 순서에 참여했다. 기독인 부부의 찬양, 시 낭송, 하나님께 드리는 편지 낭독, 전체 합창 등이 있었다. 기독인 부부는 무대에 올랐다. 남편은 한 번도 아내와 곡을 맞추어 불러 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참사 이후, 그들이 사람들 앞에서 처음 부르는 찬양이었다. '담대하라'라는 제목의 곡이었다. "세상에서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세상을 이기었노라 하시리라"의 가사를 간절한 마음으로 불렀다.

'페스티벌'이었지만, 신이 나고 경쾌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진도 기독교인과 세월호 가족이 함께 애통하는 시간이었다. 주제대로, 우는 자들과 함께 울었다. 2시간이 넘게 진행되었다. 참석한 유가족 일부는 너무 울다 지쳐서, 먼저 자리를 뜨기도 했다.

공연 마지막, 세월호참사희생자·실종자·생존자가족대책위 전명선 위원장은 진도군민에게 감사 성명을 발표했다. 참사로 인해, 함께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겪고 있는 진도군민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그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끝까지 함께해 줄 것을 부탁했고, 진도군민은 힘찬 박수로 화답했다.

그 후, 세월호 가족이 모두 강단에 나왔다. 진도군민을 향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불렀다. 진도군민도 가족을 향해 두 손을 활짝 뻗으며 서로를 격려했다. 끝으로, 희망을 담은 풍선을 하늘로 날리기도 했다.

진도용인교회를 출석하는 한 집사는 세월호 가족을 실제로 보니,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 했다. 광주에서 자원봉사를 온 대학생 두 명도 있었다. 그들은 세월호 가족이 함께하여, 마음을 나눌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충무교회 한 기독교인은 이 시간을 통해 세월호 가족과 진도의 아픔이 치유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 공연 마지막에는 세월호 유가족, 실종자 가족 모두가 강단에 나왔다. 진도군민을 향해 '당신을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불렀다. 진도군민도 가족을 향해 두 손을 활짝 뻗으며 서로를 격려했다. 유가족은 진도군민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하고 끝까지 함께해 줄 것을 부탁했다.ⓒ뉴스앤조이 이사라
▲ 세월호 가족과 진도군민을 희망의 마음을 담아 색색의 풍선을 하늘로 날렸다. 모두 한마음이 되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팽목항, 함께 희망을 품은 1000여 명의 시민과 희생자 가족들

다음 날, 10월 3일에도 세월호 가족은 희망을 품었다. 그들을 격려하기 위해 전국에서 온 시민 1000여 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가 운영하는 '기다림의 버스'를 타고 서울에서 관광버스 20대가 왔다. 기독교인 17명도 종교인 버스를 타고 왔다.

저녁 7시 30분, 시민들은 '기다림과 진실의 행진'으로 팽목항에서 진도VTS까지 함께 행진을 했다. 늦은 밤 9시, 팽목항에는 세찬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1000여 명의 시민과 50여 명의 세월호 가족이 팽목항을 지켰다. 철저한 실종자 수색 촉구를 바라는 '기다림의 문화제'가 시작했다.

고 최성호 군 아버지 최경덕 씨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4월과 비슷한 날씨라고 했다. 참사 다음 날인 4월 17일도 유가족은 오늘처럼 담요를 두르고 추위에 떨었다고 했다. 그들이 팽목항 부근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가족을 기다렸던 날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오늘은 유가족과 함께하는 1000여 명의 시민이 함께했다는 것이었다.

▲ 고 최성호 군 아버지 최경덕 씨는 이날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4월과 비슷한 날씨라고 했다. 참사 다음날인 4월 17일도 유가족은 오늘처럼 담요를 두르고 추위에 떨었다. 차이가 있다면, 오늘은 유가족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다림의 버스'를 타고 전국에서 온 1000여 명의 시민이 유가족과 함께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 고 김동혁 군의 어머니 김성실 씨가 1000여 명의 시민들 앞에서 발언을 했다. 김성실 씨는 모여 준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앞으로도 유가족과 국민이 원하는 특별법을 만들 수 있도록 함께해 달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 팽목항 '기다림의 문화제' 마지막 순서로 평화의나무합창단이 '잊지 않을게', '천개의 바람'으로 합창을 했다. 세월호 가족은 '천개의 바람'을 한 번 더 불러 달라고 했다. 세월호 가족은 함께 노래를 부르다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소리 내어 울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강허달림, 정민아, 이지상 등의 가수들의 공연과 문인들의 시 낭송이 있었다. 세월호 가족은 노래를 들으면서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세월호참사희생자·실종자·생존자가족대책위원회 대외협력분과 부위원장 고 김동혁 군 어머니 김성실 씨도 발언을 했다. 모여 준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앞으로도 유가족과 국민이 원하는 특별법을 만들 수 있도록 함께해 달라고 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 자원봉사 도중 과로로 쓰러져 사경을 헤매 온 고 문명수 목사님의 부음 소식(관련 기사 : 세월호 유가족, '살신성인 자원봉사' 문명수 목사 조문)과 10월 2일 진도씨뮤직페스티벌을 열어 준 진도군교회연합회에 감사 인사를 했다.

"오늘 아침… 정오쯤 돼서, 제가 어떤 소식을 들었습니다. 4·16 참사가 터진 후 저희 옆에서 봉사하던 목사님이 돌아가신 소식입니다. 그런데 저는 엄마이다 보니깐, 그걸 희망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께서 이렇게 많이 와 주셨고, 그분은 저희 아이들을 만나러 가 주셨습니다. 오늘 밤이 지나면, 이 바다가 실종자들을 가족의 품으로 내주지 않을까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어제는 저희 유가족이 내려와 생존자 가족과 함께 진도씨뮤직페스티벌에 참석했습니다. 그동안 저희가 공식적으로 진도군민께 감사 인사할 자리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진도군교회연합회 목사님들이 그 자리를 마련하셔서, 저희들이 아이를 잃고 처음으로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노래를 불렀습니다."

문화제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자주 보이던, 최헌국 목사(촛불교회)도 있었다. 최 목사는 날씨도 추워지고 구조 작업도 안 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어서 위로하려고 찾았다고 했다. 정부가 마지막 실종자까지 구조해 줄 것을 촉구하며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강진에서 교인 20여 명과 함께 온 홍요한 목사(신전중앙교회)도 있었다. 홍 목사는 세월호 참사는 역사의 갈림길이라고 했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가 없는 절박함이 있다"며 반드시 진실 규명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신앙인이라서가 아니라, 양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공감하고 아픔을 위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목회자뿐만 아니라, 일반 성도들도 눈에 띄었다. 김균열 집사(향린교회)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라고 했다. 김 집사는 그동안 광화문 현장이 긴박하다 보니, 실종자를 잊고 살았다고 했다. 실종자들이 더 외롭게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휴일을 맞아 '기다림의 버스'를 타고 팽목항을 찾았다. 그는 최근 생존자 학생들의 소식도 들었다고 했다. 생존하여 기쁘긴 하나, 심리 상태가 악화되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이 제정되어, 그들의 마음이 치유되길 바란다고 했다.

기다림의 문화제는 4일 자정, 실종자를 부르며 마무리되었다. 세월호가 침몰한 곳을 향하여, 1000여 명의 시민과 세월호 가족이 목청껏 실종자 10명의 이름을 외쳤다.

"돌아와요. 조은화, 허다윤, 황지현, 남현철, 박영인, 양승진, 고창석, 권재근, 권혁규, 이영숙!"

▲ 환한 조명이 세월호가 침몰한 곳을 비춘다. 10월 4일 자정, 세월호 가족과 1000여 명의 시민들은 바다를 바라보며, 실종자 10명의 이름을 불렀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분노와 통곡, 숨소리마저 하나님 인도하시길"

다음은 10월 2일 진도씨뮤직페스티벌에서 고 김동혁 어머니 김성실 씨가 낭독한 '하늘에 보내는 희망의 편지' 전문. 

하늘에 보내는 희망의 편지

지금 이곳 진도에서는 사랑의 하모니, 기억의 하모니, 희망의 음악이 울리고 있습니다.

음악을 잃고 살았던 지난 6개월을 우리 세월호 참사 가족들은 자식을 떠나보낸 무력함에 통곡하고 비통에 빠졌으며 더 이상의 미래가 없음에 절망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곳 내 아이가 어두운 배 안에서 숨을 거두던 이곳 진도에서 희망을 보려 합니다, 많은 생명이 함께하고, 손을 잡으며 떠나간 304명의 생명을 위해 기도하고 찬양합니다.

목 놓아 울어도 돌아오지 못할 내 애틋한 새끼들… 여러분의 동행과 간절한 외침으로 위로받고 있습니다.

진실과 정의를 외치고 순수한 부모의 마음으로 부르짖는 우리의 호소를 듣고 계시나요?
시간이 조금씩 흘러가 200일이 지나고 1년이 지나는 만큼, 강물이 바다로 모여들듯 아이들과 희생자들의 꿈이 이루어지리라 믿고 싶습니다.

기울어진 세상에, 어두운 세상에, 억울한 세상에 늘 함께하시는 하나님께서는 지금 이 시각 304명 천사와 이곳에 계심을 믿습니다. 화가 가라앉고 분노가 화해로 바뀌는 그 순간으로, 하나님이 능력으로 조율하고 다스리심을 믿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눈을 뜨면 희망을 약속하는 시간이 되어 있길 바랍니다. 아픈 가슴 쓸어내리며 아이를 가슴에 묻고, 이제는 하나님의 우측에서 천사가 되어 엄마를 지켜 준다는 희망으로 살고 싶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아이가 맺어 준 이 귀한 인연에 신실한 사랑으로 보답하며 은혜로운 삶으로 살기를 원합니다.

느닷없이 울컥거리며, 통곡으로 지낼지라도 분명 하나님은 저희 엄마, 아빠의 숨소리마저 희망으로 인도하시기를 바랍니다.

2014. 10. 2

동혁이 엄마 김성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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