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은 주말인 오늘도 세월호 유가족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광장 한쪽에 자리한 개신교 단식장에는 방인성·김홍술 목사가 25일, 27일째 유가족을 대신해 단식을 하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유가족의 아픔에 동감하며 단식하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가족의 천막이 있는 곳에서 도로를 건너면 '세월호 특별법 웬말이냐 (전 국민이 특별법 반대한다, 종북 세력들 북한으로 가라!)'고 적힌 문구와 십자가가 그려진 현수막을 들고 찬송가를 부르며 시위 중인 5명이 있다. 그들은 주변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찍는 사람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광화문광장 건너편에서 열흘 넘게 십자가를 내세우고 세월호법 반대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총 5명으로 유가족들이 종북 세력에게 휘둘리는 것을 반대하려고 나왔다고 했다. 이들은 단식 중인 두 목사가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앞으로 유가족들이 광화문을 떠날 때까지 계속해서 광화문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그중 한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맨발에 흰 옷을 입고 커다란 나무 십자가 목걸이를 건 그는 자신을 두요한 선교사라고 소개했다. 자신의 이름은 광야에서 예언의 메시지를 외치던 세례 요한과 사랑의 사도 요한, 두 명을 다 본받고 싶어서 '두'요한으로 정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개인 시위를 하며 천막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다른 종교 단체와 유가족에게 욕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설을 듣고 심지어는 그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목회를 하고 있는 교회에는 20~30명이 모이는데 이름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종북 좌파들이 몰려와서 해코지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예장합동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인도·네팔·파키스탄 등지를 돌며 선교 활동을 했지만 지금은 한국에 있다고 했다.

"대통령도 결국 하나님이 세우신 것, 권위 인정해야"

▲ 두요한 선교사(사진 오른쪽 흰색 한복)는 동역자들과 시위를 시작한 지 열흘 조금 넘었다. 매일 두세 시간씩 자리를 지킨다. 자신도 유가족을 위해 기도한다면서 모두 예수 믿고 평강을 얻으며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도한다고 했다. 그는 유가족이 순수하지 않다, 그들 중에 종북 세력이 있다, 단식 중인 목사들도 다 마귀의 세력이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두요한 선교사는 동역자들과 시위를 시작한 지 열흘 조금 넘었다. 매일 두세 시간씩 자리를 지킨다. 그는 더 이상 종북 세력을 등에 업은 유가족이 정부를 좌지우지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이 자리에 나왔다고 했다. "유가족은 순수 유가족이 아니다. 공산당을 지지하는 통합진보당과 정권을 잡으려는 새정치민주연합 측 사람들이 저들의 배후"라고 말했다. 유가족의 이야기를 야당이 대변하는 것 자체가 유가족에도 종북 세력이 있는 증거라고 했다.

그는 두 명의 목사가 장기간 단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동조 단식에 대해 "대한민국은 친부모가 죽어도 3일만 울고 그만하는 전통이 있다. 유가족과 함께 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 그만 울어야지 언제까지 울려고 하나. 대한민국 전체를 초상집으로 만들고 있다. 대통령도 결국 하나님이 세운 사람이다. 그 권위를 인정해 줘야지, 사고마다 그렇게 울고 단식하면 나라가 어떻게 되고 어디로 가겠느냐"고 했다.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미 경찰과 검찰이 수사해서 세월호 침몰과 관련된 사람 150여 명을 구속·기소했으면 사건은 끝난 것인데 왜 아직까지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특히 왜 유가족이 행정부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유가족이 사고 당시 대통령 행방을 묻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야당과 유가족이 국민의 의사와 완전히 반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자신이 시위를 하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 10명 중 8명이 잘한다며 엄지를 세워 보인다고 했다.

"나도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니까 유가족을 위해서 기도한다. 유가족 모두가 예수를 믿고 그 안에서 평강을 얻을 수 있도록 기도한다. 또 원래 속한 자리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3일상 아닌가. 이제는 다 털고 새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여기 광화문이 세계적인 관광지인데 왜 이렇게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냐."

한참을 얘기하던 두요한 선교사는 건너편을 바라보며 계속했다.

"저 건너편은 마귀가 다 점령을 해 버렸다. 저 안에 있다는 기독교 목사들도 다 마귀 세력이다. 나는 저들이 철거할 때까지 계속 이 일을 할 것이다. 교회도 다 종북 빨갱이가 점령했다. 교회는 근본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평신도들로 북적이는 개신교 동조 단식장

25일째 단식 중인 방인성 목사가 시무하는 함께여는교회 청년 4명이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그들은 주말이라 일일 단식에 참여하기 쉬웠다고 했다. 이들 외에도 단식장을 방문하는 평신도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두요한 선교사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유가족들을 지지하고 단식 중인 두 목사에게 힘이 되고 싶어서 일일 단식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함께여는교회 청년 4명(이소정·윤석환·방주일·한인애)도 일일 단식에 참여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오늘 처음 단식한다며 평일에는 참여하기 힘들어 주말을 택했다고 입을 모았다.

목사들의 행동에 용기를 내어 단식장을 방문한 사람도 있었다.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는 한 남성은 목사 중에 이런 분들이 계시다는 사실이 감사해서 직접 뵈러 왔다고 했다. 목사가 사랑을 말하기는 쉽지만 직접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평소에도 찾아와서 말씀을 나누고 싶었는데 단식 중이라 힘드실까 봐 선뜻 용기를 낼 수 없었다고 했다. 앞으로 그는 거주하는 곳 인근에서 피켓 시위를 할 예정이다.

저녁이 되자 촛불 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광화문광장을 찾은 개신교인들이 방인성·김홍술 목사에게 인사하고 지나갔다. 촛불 문화제에선 유가족인 영석 어머니가 발언을 했는데 두요한 선교사의 말과 비교되어 들려 왔다.

이날 저녁에 열린 촛불 문화제에서 영석 어머니가 발언했다. 최근 일어난 대책위에서의 불미스러운 일을 언급하며 "우리도 사람입니다. 우리라고 울고만 있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우리도 웃을 때도 있습니다. 실수할 때도 있고요. 너그럽게 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우리는 일상을 잃어버렸습니다. 여러분에게 당연한 일상을 우리는 이제 꿈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우리도 집에 돌아가고 싶습니다. 우리도 우리의 자리로 돌아가서 일하고 싶습니다. 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여보, 오늘도 수고했어요'라고 얘기하고, 학교 마치고 돌아온 아들에게 '오늘도 열공했어? 힘들었지?'라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고 싶습니다. 특별법이 제정되어 우리가 집에 돌아갈 수 있게 해 주세요." 

20일에도 약 1000여 명의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을 찾아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 제정을 외쳤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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