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에 처음 만났다니, 23년이 지났습니다. 영국 유학 중에 만난 목사는 동네 형처럼 편안하고 소탈해 보였습니다. 신의 존재를 알지도 못하고, 종교가 답인지도 모르겠지만 그 목사에 대한 인상은 그랬습니다. 광화문에서 단식 24일째(9월 19일 기준)인 방인성 목사를 23년 전 만났다는 한 교수의 이야기입니다.

교수는 방 목사에 대한 첫 기억으로 그의 소탈함을 떠올렸고, 두 번째로 남한테 콩팥을 떼어 준 일을 기억했습니다. 방 목사는 10년 전 한 교인에게 신장 이식을 했습니다. 다시 10년 후, 방 목사를 만난 건 광화문입니다. 소탈한 모습은 예와 같은데, 시일이 지날수록 안색은 눈에 띄게 좋지 않습니다. 환갑 잔치를 물과 소금으로 한 방 목사에게, 단식이 최선의 해결책이 아닐지 모른다며 20일에서 멈춰 달라고 부탁해 봤지만, 설득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콩팥을 내어줄 때처럼 방 목사는 바보처럼 또 자기 목숨을 내놓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하라 말하고 있습니다.

▲ 방인성 목사(61·함께여는교회)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동조 단식에 나선 지 24일째다. 20여 년 전 영국에서 방 목사를 만났다는 한 비그리스도인이 그에 대한 기억을 털어놓았다. 그가 기억하는 방 목사는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함께하는 자였다. 사진은 방 목사가 건강 검진을 받는 모습이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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