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법원으로부터 독자적인 이단 판정 권한을 인정받았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전국 신학대 교수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한기총은 다락방 류광수 목사의 이단 해제를 반대하는 성명을 낸 교수 등 179명을 지난해 8월 고소했다. 10억 원을 배상하고 한기총의 이단 조사·판정·재심·해제 등 권한에 반대 의사 표시를 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방해하지 말라고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8월 14일, 한기총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관련 기사 : 한기총 이단 해제 비판한 교수들 무죄)

재판부는 교수들의 반대 성명이 한기총의 업무를 방해한다고 보지 않았다. 신학자들의 성명 발표는 언론 출판 활동에 해당하고, 종교 자유의 영역에 있는 만큼 일반 언론 출판 활동보다 고도의 보장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성명의 목적이 한기총을 기망하기 위한 게 아니며, 신앙 교리 논쟁에서 상대방을 비판하고 내용을 대외에 알리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한기총의 이단 해제 권한은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한기총은 이 점을 파고들었다. 패소는 인정하면서도 법원으로부터 이단 판정 권한을 인정받았다는, 판결 주문과 관계없는 주장을 펼쳤다. 소송을 주도한 홍재철 전 대표회장은 8월 28일 기자회견에서 "패소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이 업무 방해만 인정했을 뿐, 이단 해제 권한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 대표회장은 앞으로도 한기총은 이단 판정 권한을 적법하게 행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앞서 한기총은 류광수 목사를 이단에서 해제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평강제일교회 박윤식 원로목사를 이단에서 해제했다.

신학대 교수들은 한기총이 판결문에 나와 있는 일부 내용을 가지고, 법원 판결의 취지를 왜곡한다고 주장했다. 교수들은 8월 28일 보도 자료를 통해, 한기총이 사실을 축소·은폐하는 이단들을 따라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특히 교수들은 한기총이 이단 해제 권한 확인 청구를 해 놓고, 소송이 각하될 것을 염려해 스스로 취하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패소를 감지한 한기총이 스스로 이단 해제 권한 확인 청구를 소송 도중 취하한 점을 비춰 볼 때, 1심 법원이 한기총에게 이단 해제 권한을 확인해 주었다고 주장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양측의 공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기총은 8월 28일, 박용규·정동섭·탁지일 등 신학자 14명을 상대로 항소했다. 손해 배상액은 1억 원으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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