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재정 건강성 증진을 목표로 결성된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이 6월 18일 오후 열매나눔재단 나눔홀에서 '재정 공개 실현과 과제'를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습니다. 황병구 본부장(한빛누리), 최호윤 회계사(삼화회계법인),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 문희곤 목사(높은뜻푸른교회)가 발제와 패널로 참여했습니다. 김종희 대표(뉴스앤조이)가 진행했습니다. - 편집자 주
▲ 6월 18일 교회재정건강성운동에서 '재정 공개 실현과 과제'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황병구 본부장(한빛누리), 최호윤 회계사(삼화회계법인)의 발제 후 김종희 대표(뉴스앤조이)의 사회로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 문희곤 목사(높은뜻푸른교회)가 패널로 자리해 이야기를 나눴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김종희 대표(이하 김종희) : 높은뜻푸른교회는 복식부기를 도입했고 외부 회계감사를 받고 있다. 온누리교회는 한국의 대표적인 대형 교회 중 하나다. 대형 교회가 많은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데, 온누리교회는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려고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최종 목표는 아니다. 재정의 투명함이 재정 운용의 건강함으로 가는 첫걸음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온누리교회와 높은뜻푸른교회가 어떤 방식으로 교회 재정을 공개하는지 궁금하다. 먼저, 교회 재정에 대한 원칙, 가치관, 철학부터 얘기해 달라.

문희곤 목사(이하 문희곤) : 가장 큰 원칙은 교인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교회가 되는 것이다. 정직함과 투명함은 높은뜻숭의교회에서 분립했을 때부터 이어 온 전통이다. 투명·신뢰·정직이 원칙이다.

이재훈 목사(이하 이재훈) : 원론적인 얘기지만, 헌금의 원래 목적대로 사용하는 것이 제일 큰 원칙이다. 누구에게 질문을 받아도 대답할 수 있게끔, 성경적이면서도 공감할 수 있도록 재정을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담임목사를 비롯해서 소수의 리더십에 의해서 재정이 좌지우지되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어떤 열매가 있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다. 투명하게 했지만 사역의 열매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면 무엇을 위한 투명인가? 하나님나라를 위해 올바로 쓰였는가? 이 부분에 대한 지속적인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

김종희 : 원칙이나 방침을 목회 현장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가?

▲ 온누리교회 이재훈 목사는 회계 감사를 비롯해 재정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실제 얘기를 들려 주었다. 이 목사는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하면 한국교회 이미지가 상승하고, 사회적 신뢰도가 높을 것이라 예상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이재훈 목사 : 온누리교회의 재정 운영 방식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하면, 장로들로 구성된 예산위원회가 가동된다. 인원은 15명에서 20명 내외다. 예산위원회는 매년 각 부문별 사역을 평가한다. 각 사역팀과 위원회가 1대 1 면담을 통해 사역 내용의 타당성을 검토해서 예산을 편성한다.

1년에 2번 감사를 시행하고 있다. 특별한 경우에는 외부 감사를 받는다. 평상시에는 교회 내 회계사들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상시 가동된다. 1년에 전반기·후반기 2번 감사가 이루어지는데, 그 결과는 당회에 보고하고, 다음 해 예산 편성에 반영된다. 예산 집행, 재정 감사, 사후 처리의 구조로 이루어진다. 예산위원회가 사역에 대한 평가까지 맡다 보니 업무량이 많았다. 올해부터는 사역위원회를 신설, 사역에 대한 평가는 사역위원회가 맡는다.

예산위원회에서는 회계적 근거에 따라 예산을 배치·집행·감사한다. 재정 수립부터 감사까지 모든 과정을 장로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맡는다. 담임목사는 예산을 수립할 때 중점 사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정도로 끝난다. 예산위원들이 담임목사의 의견을 참고하는 정도이고, 구체적인 예산 편성 과정에 관여하지는 않는다. 예산위원회나 감사위원회 구성원을 담임목사가 단독으로 지명하지 않는다. 복수의 그룹에서 추천되고 선발된다. 한 사람의 의견에 따라 좌우될 수 없는,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복수 리더십 구조이므로 투명하고 균형 있게 편성하고 집행할 수 있다.

김종희 : 한국교회에는 특정 인물이 재정 팀장이나 위원장 등을 10년, 20년 동안 독식하면서 재정을 쥐락펴락하는 경우가 있다.

이재훈 : 온누리교회는 임기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재정위원장이 모든 걸 관할할 수 없는 구조다.

김종희 : 높은뜻푸른교회 같은 경우는 어떻게 운영되나?

문희곤 : 예산을 짜는 과정은 비슷하다. 공동의회에서 받아들여지고 그대로 집행하는 게 중요하다. 높은뜻연합선교회 소속 교회들은 장로들이 재정 결의권만 갖고 있고 사용권은 제직회가 가지고 있다.

다른 측면에서 얘기하고 싶다. 최호윤 회계사의 제안으로 회계 방식을 복식부기로 바꿨다. 회계 실무자 입장에서는 힘든 일이다. 하지만 복식부기를 하면 재정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대차 대조가 일치해야 하니까 교회 재정이 투명해진다. 개별 단위 부서장들도 회계 프로그램을 통해 언제든지 교회 재정과 부서 재정을 볼 수 있다. 복식부기가 좀 피곤하긴 해도, 프로그램이 잘 나와 있어서 프로그램에 익숙해지면 훨씬 효과적으로 재정을 관리할 수 있다.

재정 사용 내역을 성도들이 알아야 한다. 헌금은 매주 주보에 다 실린다. 전통적인 교회들은 교회 돈이 따로 있고, 후원금이 따로 있다. 재정 장부에는 교회 돈만 기록한다. 높은뜻푸른교회는 후원금을 먼저 쓰고 교회 돈은 나중에 쓴다. 쓰고 남으면 교회 돈을 재정에 반납한다. 어떤 교회는 교회 돈을 먼저 쓰고 후원금이 남으면 회식하는 데 쓴다.

외부 감사와 자체 감사를 다 해 봤다. 대부분 외부 감사로 하고 있다. 교인들에게 감사 결과를 모두 설명한다.

김종희 : 외부 감사를 하면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가?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교회는 외부 회계감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작은 교회들은 비용 부담이 클 것이다.

문희곤 : 최호윤 회계사에게 교회 사정 잘 얘기하면 싸게 해 준다. (웃음) 작은 교회도 매주 10만 원씩만 모으면 감사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김종희 : 최호윤 회계사가 투명한 교회 재정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말해 줬다. 목회자의 입장에서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을 것이다. 목회자의 입장에서 재정을 공개하라는 안팎의 요구가 커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재훈 : 최호윤 회계사의 의견에 100% 공감한다. 그 방향대로 한국교회가 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하면 한국교회 이미지가 상승하고 사회적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다. 개교회주의의 취약점을 이런 운동을 통해서 보완할 수 있다.

자체적으로 교회 재정이 내부 지향적으로는 얼마나 쓰였고, 외부 지향적으로는 얼마나 쓰였는지 항목별로 따져 본다. 교회 규모가 크니까 자체 유지 비용이 많이 든다. 분기별로 재정 흐름을 분석해서 외부 지출을 늘려 나가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대부분 교인은 순종적이고 착하다. 일부 교회의 교인들이 재정 문제로 화가 많이 나 있다. 목회자는, 3%가 아니라 한 분의 교인이라도 재정 공개를 요구하면 공개해야 한다는 자세와 각오로 재정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김종희 : 최호윤 회계사가 높은뜻푸른교회 감사를 맡으면서 느낀 소감을 얘기해 주면 좋겠다.

▲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을 함께하고 있는 최호윤 회계사는, 일반 기업에서 재정을 감사하는 틀에서 교회 회계를 보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선교 비용 등 쓰임을 명확하게 밝힐 수 없는 경우가 있는 만큼 교회에 맞는 회계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최호윤 회계사(이하 최호윤) : 높은뜻푸른교회를 만나서 2년 동안 씨름했다. 이제 겨우 복식부기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처음 나온 감사 의견은 한정(부적합)이었다. 교회를 분립하면서 가지고 나왔던 음향 장비와 부품들이 재산으로 관리가 안 되고 있었다. 문희곤 목사가 교인들에게 관리가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서 사과했다. 높은뜻푸른교회는 재정 공개를 진행하면서 교인들과 목회자가 같이 만들어 갔다. 나는 옆에서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단순히 공개하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교회 내부에서 재정 공개에 대한 토양이 만들어져야 한다. 강단에서 교회 재정에 대한 메시지가 많이 선포돼야 한다.

김종희 : 황병구 본부장이 발표한 것에 따르면, 여전히 많은 교회가 재정을 공개하는 것에 소극적이다. 온누리교회는 교인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경우가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이 교회 교인들은 투명한 재정 공개에 대해 준비가 어느 정도 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목회자들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34개 교회에 대해서 분석한 것과 이 두 교회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황병구 본부장(이하 황병구) : 높은뜻푸른교회와 온누리교회는 좋은 여건에서 사회적 요구들을 소화하고 있는 듯하다. 높은뜻푸른교회는 높은뜻교회 시절부터 건강한 교회 전통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다. 온누리교회는 회계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다. 그런 덕분에 이런 교회 교인들은 재정 공개에 크게 당황하지 않는다.

조사 결과를 보면, 역사가 오래된 교회들이 결산서를 제공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나름대로 유추해 본다면, 요즘 유행하고 있는 적폐라고 할까? 과거 선배 세대들이 가지고 있었던 오류들을 지금 세대가 감추고 있다. 자산 형성 과정, 운영 관행들을 내보이기 힘든 것 같다.

손봉호 교수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게 취해진 부당한 핍박에 대해서는 인내하고 감내해야 하지만, 약자에게 행해지는 강자의 횡포에 대해서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대신 저항해 줘야 한다.' 이를 바꿔 생각하면, 내가 쓴 헌금에 대해서는 파고들려고 애쓰지 않고, 과부의 두 렙돈과 같은 권사님들의 소중한 헌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민감하게 관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종희 : 두 교회는 토양과 여건이 좋아서 재정 공개에 대한 큰 부담감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조사 결과에도 나왔듯이 많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같은 목회자들로서 변호할 부분이 있거나 조언할 부분이 있다면.

▲ 문희곤 목사는 목회자들이 회계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높은뜻푸른교회는 예전부터 정해 온 원칙이 있어서 그나마 편했다며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회계 틀을 잘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문희곤 : 목회자들은 회계를 잘 모른다. 배워 본 적이 없다. 대차대조표 보는 법도 잘 모른다. 내가 선교 단체에 있을 때 대차대조법를 배우는 데 5년이 걸렸다. 일단 목회자들이 배워야 한다. 신학교 교육 과정에 회계학 원론 같은 수업을 넣었으면 좋겠다. 목회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얘기는, 재정을 공개하면 보이지 않는 신뢰를 얻게 된다. 얼마를 지불해서라도 얻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목회자들이 조금 어렵더라도 배워야 한다. 직원도 막 뽑지 말고 복식부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교인들은 목회자가 회계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높은뜻푸른교회에 오면서 월급을 처음 받아 보고, 세금도 처음 내 봤다. 그런 경험을 해 보니 상당히 복잡했다. 우리 교회 같은 경우는 예전부터 정해진 원칙이 있어서 그나마 편했다. 교회들이 원칙을 정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으면 좋겠다.

이재훈 : 한 명의 교인이라도 재정 장부 공개를 요구하면 그렇게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아까 말했는데, 그 말을 하고 나서 '교인이 와서 보여 달라고 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계속 했다. (웃음) 솔직히 그런 부담이 있다. 감춰야 할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도 미처 알지 못하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고, 의도하지 않은 실수가 큰 분쟁으로 확산될 수도 있어서, 목회자로서 부담감이 있다.

교회 재정을 공개하면 의도하지 않았던 회계법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교회 안에 회계 전문가가 있는 교회도 있지만 없는 교회도 많다. 회계 항목, 운영 방식 등 사회법을 엄격하게 따르면 교회 재정이 불법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두려움이 있다. 또 리더십에 대한 제한, 사생활 보호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있어서 조심스럽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교인들의 신뢰를 얻고 건강한 교회를 만드는 길인 것 같다.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정보 접근 권한은 차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인 누구나 볼 수 있는 차원과 리더들이 접근할 수 있는 등급에 차등을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부나 기업의 예산에도 공개와 비공개의 기준이 따로 있다. 그런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호윤 : 이재훈 목사가 말한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 대부분의 회계사들이 기업을 감사하는 틀에서 교회 재정을 감사한다. 그러면 곤란하다. 교회 회계에 대해서는 또 다른 연구와 검토 과정이 필요하다.

황병구 : 재정 공개도 어떤 메시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례로 건물을 산다고 치자. 재정 장부에는 건물의 매입과 등기만 존재한다. 건물의 용도, 건물의 스토리 등이 재정 공개에 동반될 수 있다면, 재정 결산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이야기를 교인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더 자세히 밝힐 수 있는, 어떤 의미에 있어서는, 더 소상히 밝히고 싶은 그런 게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종희 : 교회개혁실천연대에서 10년 전부터 민주적인 정관을 만들자는 운동을 벌였고, 그중에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정관 개정 운동이 본래 취지와는 반대로 목회자의 독단적인 리더십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재정을 공개하지 않고 폐쇄적으로 만들어 오히려 교회 공동체성을 훼손시키는 흐름이 있다.

교회가 긴장이나 갈등 상태에 있을 때 재정 공개 이야기가 나오면 확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데에는, 상대방의 비리를 캐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자는 의도가 크다. 황 본부장이 얘기한 수준까지 가려면 갈 길이 멀고, 교회 재정에 대해 전문적 식견을 가진 회계사들이 많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이재훈 목사가 고민을 얘기했듯이, 속속들이 다 밝혀야 하나. 목회적인 차원에서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텐데, 그런 부분은 어떻게 처리하는가.

이재훈 : 역시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리더들을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교적 차원에서 영수증을 청구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예를 들어, 선교지를 방문할 때 선교사 자녀들에게 용돈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때 영수증을 받을 수는 없지 않는가. 차후에 선교사 자녀를 위한 격려비를 지급했다고 사용 내역은 작성해 보고한다. 그런 불가피한 경우도 있으니, 목회자와 교인들 사이에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미국에서 목회할 때 당회원들조차도 돈의 액수를 생각하는 느낌이 달랐다. 100불을 지출하면 어떤 교인은 많다고 생각하고, 어떤 교인은 적다고 생각했다. 그런 경우는 기준이 다를 수 있다. 대사회적인 운동을 펼칠 때 어떤 교인은 금액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고, 어떤 교인은 작다고 생각한다. 공동체의 합의에 따라서 당회 예산 전결권, 제직회 전결권, 공동회 전결권을 나눴다.

온누리교회 역시 그렇게 적용해서 지키고 있다. 리더 그룹 단위에서 투명하게 합의된 내용은, 조금 이해가 안 되더라도 공동체 구성원들이 존중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산 단위별로 공동체가 가치를 정하고 이에 합의한다면, 그것을 존중해 주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런 것이 뒷받침됐을 때 재정 공개가 가능하다.

김종희 : 온누리교회는 얼마까지는 당회 결의, 얼마까지는 제직회 결의, 이런 식으로 금액으로 나누나?

이재훈 : 그렇다. 담임목사가 당회의 사전 결의 없이 쓸 수 있는 금액도 정해져 있다. 물론 당회 안에 몇 명과 의논하고, 사용 내역은 알 수 있다. 그렇게 하니 일일이 의논해야 하는 부담이 없어졌다.

김종희 : 이번 선거에 출마한 어떤 교육감 후보는 50만 원 이상은 신고해야 하니까, 같은 날짜 같은 장소에서 49만 원짜리 영수증을 따로 몇 개 만드는 꼼수도 부리면서 개인 용도로 쓰는 경우도 있더라.

이재훈 : 그것은 상식의 문제다. 구성원들이 모두 부패하지 않는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황병구 : 기준이 금액이 될 수도 있지만, 성격이 기준이 될 수도 있다. 예전에 수련회 도중 사고가 나서 급하게 의료비를 지출해야 했다. 이런 경우에는 신속하게 집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절차를 생략하거나 사후 보고가 가능하도록 원칙을 정하는 것이 좋다.

김종희 : 무작정 투명, 무작정 민주적이 아니고, 교회의 특수성이나 형편을 감안해 재정을 공개해야 한다.

이재훈 : 교회별로 중요한 항목별 가치 기준이 다를 것 같다. 어느 교회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사안이 또 다른 교회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목회자가 사용하는 비용에 대해서 어떤 부분은 괜찮고, 어떤 부분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때 상호 충돌이 생긴다. 교회별로 이 정도는 알아서 처리해도 무방하다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최호윤 : 막내가 초등학생이다. 초등학생의 공통점은 조용히 있다가 무슨 일이 벌어지면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규칙을 정한다는 것이다. 하긴 어른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서로 약속하고 원칙을 정해야 한다. 대부분 그런 부분에 대한 동의 없이 일이 벌어지고, 자기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갈등이 발생한다.

김종희 : 사랑의교회 같은 경우 한쪽에서는 재정 공개를 요구하고, 한쪽에서는 이를 막으려 하는 움직임이 있다. 평소에 이런 요구가 있었으면 괜찮았을 것이다. 분규가 일어난 상태에서 재정 공개를 요구했기 때문에 부작용이 생긴다. 재정·정관 문제는 평안할 때 해야지 문제가 생기고 난 뒤에 하려고 하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최호윤 : 한 가지 제안하고 싶다. 대부분의 교회가 공동의회에서 재정 결산을 통과시킨다. 그 자리에서 예산안을 보여 주고 바로 결정한다. 대부분의 교인은 100만 원 단위 넘어가면 잘 읽지 못한다. 그런 상태에서 결산서 내용을 자세히 알 수 없다. 1, 2주일 전에 결산서와 예산서를 미리 나눠 주고 교인들이 숙고한 뒤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인 것 같다.

김종희 : 온누리교회는 파워포인트로 결산 보고를 공개한다고 했다. 자료집으로 만들어서 교인들이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게 할 수는 없나?

이재훈 : 내부적으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옳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외부를 생각하면 공개하는 것의 장점 못지않게 폐단도 크다. 큰 교회가 더 시달릴 수 있다. 또 주변에 작은 교회들이 많은데, 재정 규모가 위화감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밖에 공개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애로 사항이 있다. 이런 점을 양해해 주면 좋겠다.

문희곤 : 재정 공개하면 편지 엄청 온다. (웃음)

김종희 : 재정 공개 문제는 개교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신학교, 노회, 총회, 연합 기관, 선교 단체, 각종 단체 등등, 얽혀 있는 것이 너무 많다. 이런 문제들을 같이 풀어 나가야 교회에 대한 재정 투명 요구가 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재훈 : 미국에는 투명성을 인증해 주는 기구들이 있다. 일종의 인증 제도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에서 이런 운동을 이끌어 주었으면 좋겠다. 재정 투명성 기준에 따라 본인이 동의해서 가입하고, 가입했거나 가입하려는 교회는 객관적인 기준에 맞춰야 하고, '이 교회들은 여기에 가입한 교회다, 인증받은 교회다', 이렇게 인정을 받으면 참여하는 교회들이 많아질 것이다.

김종희 :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이 그런 방향으로 가려고 하지 않나?

최호윤 : 꿈이다. 꿈이라는 게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 아니라 가야 할 방향으로의 꿈이다.

▲ 재정 공개는 교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첫걸음이다. 좌담회에 참석한 이들은 열의 있게 경청했다. 좌담 이후에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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