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재정 건강성 증진을 목표로 결성된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이 6월 18일 오후 열매나눔재단 나눔홀에서 '재정 공개 실현과 과제'를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습니다. 황병구 본부장(한빛누리), 최호윤 회계사(삼화회계법인),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 문희곤 목사(높은뜻푸른교회)가 발제와 패널로 참여했습니다. 최호윤 회계사의 발제 전문을 싣습니다. - 편집자 주

1. 들어가는 글

주식회사에 출자한 주주들이 이사들에게 경영을 위임한 이후 위탁자의 입장에서 수탁자인 임원들이 경영 결과로서 작성한 결산서를 보며 경영을 잘 하였는지 평가하고 계속 경영을 위탁할지 여부를 판단한다. 만약 회사 내부 사정으로 임원들이 주주들에게 결산 서류를 제시하지 않는 경우 직접적인 이해 관계자인 주주로서의 알 권리를 보호하는 입장에서 상법은 주주의 회계장부 및 서류 열람권을 법1)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는 위탁자로서 수탁자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평가하기 위하여 가지는 본질적인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하여 교회 재정 공개 여부가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는가 하면, 재정 공개로 발생하는 진행의 어려움을 막고자 규정상으로는 가능하나 실질적으로는 재정 공개 요구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으로 정관을 개정하는 움직임이 하나님의 교회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이 교회, 저 교회에서 고민하고, 담임 목회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관 규정을 개정하여 재정을 공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무용담을 나누는 현실 앞에서 교회가 감당해야 하는 재정 관리와 이의 결과인 재정 공개 의미와 속성에 대해 짚어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2. 교회 재정 관리의 역학 관계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주식회사에서는 '소유자로서의 출자자'와 '관리자로서의 경영자'의 정체성이 구분되기에 재정 관리의 주체와 보고의 주체, 보고의 대상, 보고의 범위 등이 명확해진다.

교회의 재정 관리는 누가 누구에게 관리를 위임하는가? 영리기업의 경우 출자자가 관리를 위탁하고, 비영리법인은 출연자들이 목적 사업에 사용할 것을 조건으로 관리를 위탁하고 있으나 교회는 헌금·연보를 출연한 교인들의 위탁을 받기 이전에 하나님으로부터 관리 책임을 받는 독특한 이중적 구조다. 이중적 구조이지만 수탁자는 '교회'로 동일하므로 교회 재정 관리 수탁자로서의 '교회'의 개념에 대해 정리되어야 한다.

교회는 하나님나라 백성의 공동체적 개념이다. 이는 단순한 개체로서의 개인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모이는 과정'과 '모이는 단체'로서의 의미를 포함하며,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상호 봉사를 통하여 결합된 포괄적인 공동체 구성원2)을 의미한다.

위탁자는 일차적으로 하나님이고, 이차적으로는 교회의 구성원인 교인들이다. 교회 재정 관리의 구조는 개체로서의 교인들이 개체들의 집합체로서의 교회에 재정 관리를 위탁하는 구조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재정 보고·재정 공개는 이차적 위탁자인 교회 구성원들에게, 그리고 일차적 위탁자인 하나님 말씀 앞에서 청지기로서의 관리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3. 교회 재정 관리의 공공성

아담의 타락 이후 구약시대 세상의 공동체는 '신앙 공동체'와 '일반 공동체'로 구분되며, 신앙공동체인 이스라엘은 택함을 받은 선민으로서 일반 공동체인 이방 족속에 대한 영적 부담감을 가져야만 했었다. 이후 신약시대에 들어와서 부름 받은 '교회 공동체'는 일반 공동체인 일반 세상·사회에 대한 영적 부담감을 가져야만 한다.

신앙 공동체가 하나님과의 사랑, 하나님나라 백성들간의 사랑이 구현되는 공동체적 모습을 보임으로 일반 공동체 구성원들이 신앙 공동체로 나아오도록 한다는 점에서, (신앙 공동체인 교회는) 성육신의 공동체적 연장이며, 완성될 하나님나라의 예비적 구원3)이기 때문에 교회 재정의 공공성이 의미를 가진다.

재정 보고는 교회의 사역 결과를 숫자라는 언어로 표현하는 수단이다. 교회 재정이 공동체 이상 구현이라는 맥락에서 신앙 공동체뿐만 아니라 일반 공동체의 필요를 위해서도 사용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재정 관리 결과 또한 일반 공동체에 공개됨으로 일반 공동체가 신앙 공동체의 모습을 보며 신앙 공동체로 나아오도록 한다는 점에서 재정 공개가 가지는 구속사적 의미는 중요하다.

4. 투명성

투명성은 재정 공개로 확보되는 속성이다. 투명하다는 것은 유리창 너머로 보는 것같이 내역들을 파악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이해 관계자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정보를, 제약 없이 접근할 수 있을 때 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 투명하다는 것이 바르게 잘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투명하면 드러난 과정들을 보며 오류를 개선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바른 재정 관리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으로서 의의가 있다. 또한, 관리자 입장에서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것은 '내가 수행한 결과는 나의 소유가 아니며,나의 오류와 실수를 지적하면 겸허히 개선하겠다'는 청지기 관점의 관리자적 고백과 '본인도 언제든지 넘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조심하는 겸손의 표현이다.

5. 재정 공개의 질(質)과 양(量)

재정 공개는 공개되는 정보를 보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개되는 정보가 가지는 질적 속성에 대한 이해 가능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재정을 집계하는 과정을 '회계'라고 표현하며, '회계(會計)'는 특정한 모임(group, 會)으로 집계(計)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는 회계 기간 동안 발생한 일련의 재정적 사건의 공통적 속성(계정과목)으로 집계하여 재정적 사건의 총괄적 의미를 파악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따라서, 단순히 거래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재정 공개 정보를 이해하는 차원에서 부족하며, 발생한 일련의 재정적 사건들이 가지는 총괄적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공개되어야 하며, 정보 이용자들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결산서의 숫자적 표현으로 부족한 속성적 정보들을 추가적으로 첨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6. 재정 공개의 걸림돌

첫째, 효율성과 신속성의 장애물. 재정을 공개하면 충분히 알지 못하는 교인들과 성숙하지 못한 일부 교인들이 계속 이의를 제기함으로 교회가 해야 하는 사역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 대해 우리는 '누가 사역을 진행하고, 누가 교회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제기해야 한다.

교회의 의미가 공동체적 구성원의 집합체라는 관점에서 구성원들이 같은 마음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교회가 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내 힘있는 개인 또는 일부 집단이 하는 것이며, 소수가 교회의 이름으로 다수 교인들의 청지기적 사명을 강탈하는 것이다. 신속성과 효율성이 교회 차원에서의 고민이 아니라 소수 집행진 차원에서의 고민이라면 이는 교회의 재정 관리가 아닌 것이다.

하나님나라는 이루어진 결과 이전에 수행되는 공동체적 진행 과정에 의미가 있다. 서로 의견이 다르고, 이해의 깊이가 부족하더라도 좀 더 강한 사람이 좀 더 약한 지체들이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설득하고, 기다리는 과정 자체가 바로 사랑으로 더불어 같이 가는 공동체로서 가져야 하는 교회의 모습이다.

둘째, 약한 지체들의 부담감. 재정적으로 어려운 교회의 경우 어려운 재정 상태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면 믿음이 약한 교인들이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교회를 떠날까 하는 염려로 재정을 공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여전히 동일한 관점에서 몇 가지 질문을 제기한다.

믿음 강한 자가 믿음 약한 지체를 염려하고 배려하는 것은 의미 있을 수 있으나, 배려 이전에 믿음 약한 자가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결단하고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정하는 믿음의 선택을 일방적으로 박탈하는 것 아닌가? 그것이 아니라면 교회가 제자로서 입교하는 구성원을 너무나 쉽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가?

교회 공동체 구성원들을 제자로서 교회의 청지기적 주체감을 회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구경꾼, 관객, 이적과 기사를 찾아다니던 무리로 전락시키는 것이 아닌가?

재물을 가지면 심적 여유가 있고 재물이 없으면 심적 부담이 크다는 것은 하나님과 맘몬 중 누구로부터 평안을 얻는 것인가?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 또한 구성원들이 같이 풀어 갈 사안으로 인식될 때 교회의 공동체성은 회복된다.

셋째, 지역 교회 중심적 사고(思考). 지역 교회 구성원 이외의 자들을 모두 외부인으로 보고 재정 정보를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있으나, 교회가 폐쇄적 사교(社交)집단이라면 논리적으로 타당한 얘기이다.

지역 교회는 특정 지역의 구속 사역으로 부르심을 받았지만 지역 교회 구성원만의 별도 독립적인 개체가 아니라 특정한 지역에 있는 하나님의 교회이다4). 즉 하나님의 교회가 지역적 필요에 의해 여러 곳에 산재하지만 각각 별개 공동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방 족속을 향하여 택함을 받았지만 선민사상에 갇혀 넘어진 상황이, 세상을 향하여 부르심을 받은 교회가 성민(聖民)사상에 갇혀 일반 사회를 품는 것이 아니라 폐쇄적으로 되었기에 세상으로부터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현실 앞에서 교회는 구약시대 이스라엘을 보며 회개해야 한다.

넷째, 미덕으로 보는 덮어 주는 관행. 재정적인 문제가 있을 때 드러내기보다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씀을 앞세워 덮고 조용히 넘어가는 것을 사랑의 미덕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죄를 다루는 우리의 태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이다.

문제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정확히 검토하고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린 이후 잘못에 대한 회개와 개선이 있을 때 공동체가 포용하면서 수용하는 것이 바른 사랑이며,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덮기만 하면 본인이 하나님 앞에서 회개해야 할 죄의 문제를 하나님을 대신해서 인간들이 면죄부를 부여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교회 재정 관리는 교인들에 대한 수탁자적 책임뿐만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수탁 잭임을 동시에 가지는 이중적 구조이므로 어느 누구도 하나님 앞에서 가지는 수탁자적 책임을 면제시킬 권한을 가진 사람은 없다.

다섯째, 투명한 정보 공개의 단점. 교회 재정 사용에서 구제비 지출, 장학금 지급 등 특정한 경우 개인의 자존감(Privacy)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투명한 정보 공개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기 어려운 사안의 경우 ⅰ) 비용 지출에 대한 원칙(또는 규정)을 사전에 정하고, ⅱ) 규정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하여 지급하되 ⅲ) 특정인 단독의 결정이 아니라 위원회와 같은 공동의사결정기구에서 결정하고 ⅳ) 공동의사결정기구 내에서는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으로 보완하여야 한다.

7. 나가는 글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주식회사는 재무 정보가 많이 노출될수록 경쟁 기업에 불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3%의 지분만 가져도 회사의 회계장부와 자료를 열람할 권리를 보장하며 공개한다. 자본이 지배하는 회사에서도 소수를 이해관계 당사자로서 인정하고 소수가 참여할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자본주의적 주식회사보다 더 공동체성이 강해야 하는 교회에서 교인 2/3의 찬성이 있어야만 재정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하거나 신설하는 교회에 과연 공동체적 관점이 있는가? 이러한 교회의 관점을 보며 일반 사회 공동체가 어떤 생각을 할 것인지 의문이다. 재정공개를 제한하면서 지키는 가치가 하나님나라 백성 공동체를 교회로 부르신 하나님의 계획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우리 자신들을 솔직히 내어놓아야 한다.

*각주
1) 상법 제466조 제1항 : 발행주식의 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회계의 장부와 서류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
2) 한스 큉, <교회란 무엇인가>, 분도출판사, 2012, pp. 64~65
3) 송인규, <성경은 공동체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가?>, IVP, 2002, p. 69
4) 한스 큉, 전게서, p. 67

최호윤 회계사 / 삼화회계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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