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의 설교 표절 문제가 교회 분쟁으로 이어졌다. 설교 표절 시비로 내홍을 겪은 ㅇ교회·ㅅ교회·ㄷ교회 교인들이 담임목사 지지 측과 반대 측으로 갈라졌다. 양측은 똑같은 설교를 듣고도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쪽은 하나님의 말씀이라며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한쪽은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도둑질이라고 한다. 표절 설교에 대해 교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하나님의 말씀, 믿음으로 받아들여" vs. "한두 번도 아니고, 도둑질과 같아"

청년 시절부터 ㅇ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해 온 ㄱ 장로는 말씀을 통한 교인들의 변화가 설교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했다. 목사의 설교를 통해 교인들이 변화되고 은혜받는다면 표절 설교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고 했다. 이와 같은 생각이 ㅇ교회가 설교에 대해 갖고 있는 전통적인 관점이라며 다른 교회에서는 설교 표절이 문제될 수 있지만, ㅇ교회는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같은 교회 ㅇ 장로는 논문 표절과 설교 표절을 비교했다. 논문 표절은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도덕적인 문제가 있지만, 설교 표절은 아니라고 했다. 교인들이 은혜를 받게 하려는, 공익을 위한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담임목사를 옹호하는 교인들은 설교를 표절했다는 표현이 옳지 않다고 했다. 표절이라는 단어는 학술 논문에나 쓰는 말이라는 것이다. ㄷ교회 ㅇ 장로는 ㄷ교회 담임목사뿐 아니라 세상의 많은 목사가 다른 목사의 설교나 책에서 좋은 말씀을 추려 내 설교한다며, 트집 잡기 시작하면 모든 목사의 설교가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인용문의 출처를 밝힐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목사들이 일일이 출처를 밝혀 가며 설교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라고 답했다.

▲ ㅇ교회는 2012년 말 담임목사 ㅈ의 설교 표절 시비가 불거졌다. 교인 일부가 노회에 담임목사 위임 해제 청원을 냈지만, 노회 측은 설교 표절 문제는 교단 헌법상 위임 해제 사유가 아니라며 3개월 감봉 처분을 결정했다. 상습적으로 표절 설교를 해 온 ㅅ교회 ㅇ 목사는 4월 13일 교회의 모든 일에 손을 떼고 근신하겠다며 기도원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일부 교인은 ㅇ 목사의 사임을 주장하고 있어 교회 내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하지만 일부 교인들은 진실하고 바르게 살라고 설교하는 목사가 남의 설교를 도둑질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표절 설교가 한두 번에 그치지 않고 상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도 큰 충격을 받고 있었다. 목회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예배 인도와 설교라며, 몇 년 동안 남의 설교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은 목회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것이라고 했다.

교회 청년들은 설교 표절 문제에 특히 민감했다. ㅇ교회 청년회장을 지낸 한 교인은 이번 문제로 청년들이 교회를 많이 떠났다고 전했다. 그는 "표절은 청년들에게 예민한 문제다. 대학교 과제를 낼 때도 인용 표시 없이 남의 것을 가져다 쓰면 낙제를 받는 시대인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는 목사가 강단에서 남의 설교를 베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청년들 사이에 많은 논의가 있었고, 80% 이상의 청년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나님의 종이라고 말해 온 목회자가 남의 설교를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베껴 썼다는 것에 교인들은 실망했다. ㄷ교회 ㄱ 집사는 평소 담임목사를 마음속으로 존경해 왔지만, 표절이 들통 난 뒤로도 사과가 아닌 변명으로 일관했다는 것에 더 큰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목회자를 존경하라는 교육을 받고 자랐고, 그렇게 신앙생활해 왔다. 하지만 거짓과 기만으로 일관하는 목회자를 더 이상 목회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교인들이 담임목사의 사임을 주장하는 이유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ㅅ교회 ㅊ 집사는 "잘못이 들통 난 뒤로도 또다시 표절 설교를 한 목회자를 어떻게 믿고 따를 수 있느냐"고 했다. 예배 시간에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아닌, 설교가 표절인지 아닌지 의심부터 하는 자신을 볼 때 괴롭다고 말했다. ㄷ교회에서 20년 가까이 신앙생활해 온 ㅇ 집사도 설교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스스로 하나님의 말씀이라, 하나님의 종이라고 선포하는 목사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표절 목사 징계 '이만하면 됐다'…계속된 문제 제기는 교회 분란 의도

일부 장로들은 담임목사의 사임을 원하는 몇몇 교인들이 의도적으로 표절 시비를 일으켰다고 생각했다. ㅅ교회 ㅂ 장로는 담임목사가 설교 표절을 교인들에게 사과하고, 자숙의 의미로 기도원에서 근신 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당회 차원에서 징계가 이루어진 사안에 대해 일부 교인들이 계속 문제 제기하는 것은 담임목사의 사임을 주장하기 위한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ㅇ교회 ㅈ 목사는 6년간 다른 사람의 설교를 자신의 설교인 양 주보에 실었다. ㅈ 목사를 옹호하고 있는 ㄹ 장로는 주보에 실린 내용은 전도용에 불과하며, 전체 설교 내용을 들어 보면 표절이 아님을 누구나 알 수 있다고 했다.

ㄹ 장로는 흠 찾기에 급급한 교인들의 비뚤어진 시각 때문에 담임목사의 표절 시비가 일어났다고 했다. 그는 일부 교인들의 요구에 따라 ㅈ 목사에 대한 노회 차원의 조사가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징계 수위가 낮다는 이유로 또 다른 문제들을 들먹이며 목사의 사임을 주장하고 있는 교인들이 있다고 했다. 이는 교회 내 갈등만 가중시킬 뿐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ㅇ교회·ㅅ교회·ㄷ교회 장로들은 시시비비를 구별한다며 교회를 시끄럽게 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윤리·도덕도 중요하지만, 하나님의 주권이 살아 있어야 건강한 교회라고 말한다. 한 장로는 "일부 교인들이 교회 안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한다. 이는 사회의 좋지 않은 모습이 교회 안으로 들어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교회 내 잘못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는 좋지만, 교회는 세상과 구별된다며 누구를 정죄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기도하며 하나님의 주권에 의탁해야 한다고 했다.

설교 표절이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하는 교인들은 대부분 해당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오래 한 이들이거나 고령자들이었다. '목사는 성직'이라는 인식이 강해 목회자들에 대한 충성도가 높았다. 설교 표절의 윤리적 문제점을 인정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설교가 하나님의 말씀이라며 인본주의적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불순 세력으로 낙인 찍혀 교회 떠나는 교인들

▲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교인들은 교회 안팎에서 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표절 사실이 밝혀진 뒤로도 담임목사는 사과가 아닌 변명으로 일관해 피켓을 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회 원로들은 시위는 세상적인 방법이라며, 이는 교회의 거룩한 질서를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목사의 설교 표절 문제를 제기한 소수의 교인들은 교회 내 비판 세력으로 몰리고 있었다. ㄷ교회를 떠난 ㄱ 집사는 평소 가깝게 지내던 교인들까지도 자신을 멀리하고 불순 세력으로 취급했다고 전했다. 예배를 해도 은혜가 되지 않고, 교인들과의 관계까지 틀어지니 교회에 나갈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담임목사의 사임을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인 ㅇ 집사 역시 교회를 떠났다. 그는 자신이 제기한 문제로 교회가 갈등을 겪었고, 사랑하는 교인들이 떠나갔으니 자신의 행동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교회에 남아 있을 면목이 없다고 했다.

ㅇ 집사는 "목사도 사람이다.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커진 뒤로도 변명이나 외면으로 일관한 목사의 자세가 더 문제다"고 했다. 당회원들 역시 교인들의 의견을 목사에게 정직하게 전달하지 않고 목사의 귀와 눈을 가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많은 교인들이 설교 표절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지만, 연장자들은 교회가 시끄러워지는 게 싫어 쉬쉬하고, 젊은이들은 괜한 일에 휘말리지 않으려 잠자코 있다고 했다. 자신은 비록 교회를 떠나지만, 남아 있는 교인들을 위해서라도 설교 표절이 재발되지 않도록 당회 차원에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설교 표절은 저작권자 등의 고소가 있다면 출처 명시 위반죄로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처해진다. 설교나 강해도 '교육'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인용문이나 자료의 출처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의 자료를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무단 도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된다. (참고 자료 : <교회, 가이사의 법정에 서다> 강문대,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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