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담임목사의 학위 논문이나 설교 표절이 알려진 교회들이 많다. 표절 사실이 드러나도 목사들은 대수롭게 여기지 않거나, 비난 여론을 못 이겨 뒤늦게 사과하는 식이었다. 미국 기독교 매체인 Religious News Service(<RNS>)가 보도한 "Is pulpit plagiarism on the rise?…"(기사 바로 가기) 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최근 유명 목사들의 표절이 문제가 되었다. 해당 목사들은 한국 목사들 못지않게 둔감한 반응을 보였다.

시애틀에 위치한 마스힐교회(Marshill Church)를 세운 마크 드리스콜(Mark Driscoll) 목사는 젊은이들을 향한 도전적인 설교, 사회 이슈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 등으로 유명해졌다. 그 덕분에 마스힐교회는 1만 5000명의 교인이 15곳에서 예배를 드리는 대형 교회로 성장했다.

▲ 다른 목사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 성에 대한 공개적인 설교, 새로 펴낸 책의 마케팅 비용으로 21만 달러를 쓰는 등 끊임없이 화재의 중심에 있던 마크 드리스콜 목사. 그는 지난해, 표절 문제가 불거지자 홈페이지의 외진 곳에 사과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표절은 부인하는 듯 한 인상을 남겼다. (Marshill 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하지만 그는 작년에 출판한 책에서 다른 신학자의 책을 14페이지나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나 명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논란이 있고, 한참 후에야 발표한 성명서에서 그는 신중하지 못했던 점(미리 표절을 확인하지 못해)에 대해 사과를 하면서도 저술을 돕는 연구 팀의 실수가 더 크다는 취지의 글을 남겨 비난을 받았다.

1996년, 미국 오클라호마에 세워진 라이프교회(Lifechurch.tv)는 미국의 가장 큰 교회 중 하나다. 현재 미국 5개 주 19곳에서 예배를 드리며 모든 예배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한다. 이 교회의 설립자이자 현재 담임인 크레이그 그로쉘(Craig Groeschel) 목사도 최근 설교와 책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 전 세계적으로 1억 번 이상 다운로드 된 성경 어플 Youversion. 이 어플을 만든 미국 라이프교회는 IT와 교회를 접목시키는 목회로 단기간에 크게 성장했다. 이 교회 설립자이자 담임인 크레이그 그로쉘 목사는 한 코미디 작가가 발표한 작품을 허락 없이 설교에 사용하여 문제가 되었다. (Youtube 시드니 Lifechurch 설교 화면 갈무리)

<RNS>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대니 머피(Danny Murphy)라는 코미디 작가는 자신이 2000년에 발표한 작품을 그로쉘 목사가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그로쉘 목사는 논란이 된 부분은 자신이 원작자보다 먼저 설교에 사용한 내용이라며 표절을 계속 부인했다. 하지만 그로쉘 목사의 설교를 단행본으로 펴낸 출판사는 표절 시비가 일어난 부분의 출처를 밝히고 각주를 달아 그의 주장과 대조를 이뤘다.

드리스콜 목사와 그로쉘 목사는 표절 논란에도 여전히 활발하게 목회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드리스콜 목사는 교회에서 새로운 시리즈의 설교를 하고 있고, 그가 새로 쓴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그로쉘 목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의 설교는 여전히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되고 있고, 논란 후에도 세 권의 책을 더 펴냈다.

위의 기사에 따르면, 조지트루엣신학교(George W.Truett Theological Seminary)의 론 쿡(Ron Cook) 교수는 미국 교회 회중들은 표절한 목사에 대해, 과거보다는 좀 더 유연한 반응을 보인다고 봤다. 그는 "원작자를 밝히지 않는 행위는 10년 전만 해도 목사로서 오명을 입는 행위였다. 하지만 최근 몇몇 경우에는, 오히려 회중들이 표절한 목사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듀크대학교 신학대학원(Duke University Divinity School)에서 설교학을 가르치는 리처드 라이셔(Richard Lischer) 교수는 위 기사에서 인용을 출처 없이 하는 데 익숙한 설교자들의 인식을 지적했다. "설교자들은 언제나 다른 설교자들의 말을 인용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설교할 때에 각주 다는 것 자체를 번거롭게 생각한다.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목사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를 말하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는 '나의 것이 곧 너의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모든 목사들이 표절 후 버젓이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존 맥긴(John E.McGinn) 매사추세츠 주 성공회 사제는 Sermons.com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제공한 설교들을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그는 담당하던 교구 목회에서 물러나 현재 은퇴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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