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용인에 있는 웨신대는 최근 내부적으로 소란스럽다. 학교 고위 관계자의 성희롱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피해를 호소한 교수는 지난 4월 학내에 성희롱 문제를 알렸지만, 학교는 이를 무마하는 태도를 보였다. 결국 여교수는 인권위와 교육부 등 외부 국가기관에 고발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교 관계자는 성희롱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웨신대·박형용 총장)에서 최근 학교 고위 관계자의 성희롱 의혹이 불거졌다. 기독교학과 여교수에게 성적인 농담과 함께 교수직을 사임하라고 압박했다는 내용이다. 피해 여교수는 학내 윤리위원회에 성희롱 문제를 제보했지만, 학교가 제대로 조처하지 않아 교육부와 국가인권위원회 등 국가기관에 고발했다.

학교에 성희롱 문제가 처음 제보된 것은 지난 4월이다. 학내 윤리위원회 위원장인 이 아무개 교수에게 기독교학과 A 교수가 자신의 문제를 직접 알렸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교 고위 관계자 B 씨는 오랫동안 대학 강단에서 신학을 가르친 유명한 학자다. 성경 주석서부터 신앙 서적까지 20여 권이 넘는 책을 저술했다. 하지만 피해를 호소하는 A 교수는 B 씨가 여러 차례 자신과 남편의 부부 관계를 언급하며 수치심을 줬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캐나다에서 목회하고 있는 남편과 떨어져 있는 상황을 두고, '성관계는 어떻게 하느냐', '남편은 성관계 없이도 잘 견디느냐' 따위의 말을 노골적으로 던졌다고 했다. 다른 교수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도 대놓고 남편과의 성관계를 언급했다. 단순히 성희롱에 그치지 않고 "여기서 교수 하지 말고 캐나다로 돌아가라"고 말하며, 교수직을 그만두라는 압박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여러 해 동안 웨신대 기독교학과에서 학생들을 지도해 온 A 교수는, B 씨로 인해 생긴 수치심과 모욕감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작년 말부터 신체적으로도 극도로 쇠약해져 병원을 찾았고, 우울증 진단을 받아 항우울증약과 진정제를 투약하고 있다. 최근에는 강남심리치료센터에서 전문 상담의에게 성희롱 피해 관련 상담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학교는 성희롱 사건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지난 5월 8일 학교 사무처는 윤리위원회의 성희롱에 대한 고발 보고의 건은 유효하지 않다는 내용의 메일을 교수들에게 보냈다. 윤리위원장인 이 교수가 징계 대상자가 되어 직책이 정지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5월 13일에는 피해 당사자인 A 교수에게 메일을 보내 성희롱 문제를 문건으로 작성해 학교법인에 다시 접수하라고 통보했다. 대신 '무고에 따른 법적 책임이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A 교수는 국가기관인 교육부와 국가인권위원회, 감사원, 노동청에 이 문제를 호소했다. 학교가 문제를 공정하게 조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리위원장인 이 교수의 직무를 정지해 조사를 무마하고, 피해 당사자에게 직접 문서를 작성해 오라는 고압적인 처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성희롱과 사임 압박 의혹에 대해 당사자인 B 씨는 사실을 부인했다. 5월 28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남편과 떨어져 사니 힘들겠다"고 말했을 뿐, 성적으로 수치심을 느낄 만한 말은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식당에서도 성희롱했다고 하는데, 당시 같이 있었던 교수 중에서 그런 얘기를 들었다는 사람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B 씨의 말은 일부 사실과 달랐다. 식당에서 이들과 동석해 식사했던 ㅇ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A 교수의 말이 사실이라고 했다. B 씨가 식사 도중 A 교수의 성생활을 이야기했고, A 교수는 얼굴이 굳어지고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고 했다.

학교 측은 A 교수의 문제가 공식적으로 접수되지 않아 몰랐다고 했다. 오히려 사건의 배후로 이 교수를 지목했다. 홍 아무개 사무국장은 이 교수가 최근 특정 학생의 성적을 조작한 것이 들통 나 징계 대상자로 올랐는데, 징계 대상이 된 것에 불만을 품고 A 교수를 이용해 학교를 헐뜯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수 간 급여 차별 문제 제기…학교 측, "채용 기준에 따른 차이일 뿐"

웨신대에는 성희롱 의혹 이외에도 학내 교수 간 급여 차별 문제가 엮여 있다. 학교는 전임 교수를 '풀타임 교수'와 '연구교수'로 구분해 일반 기업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처럼 급여와 권리에 차이를 두고 있다. 풀타임 교수는 연구교수에 비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3배의 급여를 받고 있다.

일례로 성희롱 피해를 제보한 A 교수는 연구교수로 연봉이 2000만 원이 안 됐다. 반면 풀타임 교수인 윤리위원장 이 교수의 연봉은 6000만 원이 넘었다. 두 교수 모두 한 학기에 3과목(9시간)을 가르치고 있다.

연구교수는 총장과 하는 교수 회의에도 참석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연구교수들은 총장과 대면할 기회가 거의 없고, 권익 주장의 통로가 가로막혀 있다. A 교수는 교수들 사이에서도 끼리끼리 문화가 조성되어 있다며, 성희롱 문제를 알면서도 자신을 도와주는 교수는 없었다고 했다. A 교수는 5월 19일 성희롱 문제와 함께 급여와 권리 차별 문제를 교육부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풀타임 교수와 연구교수 제도는 경제적인 형편상 어쩔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에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학생 수 대비 일정 비율 이상의 교수를 뽑아야 하는데, 학교 재정이 부족해 비정규직과 같은 연구교수 제도를 두게 됐다는 것이다.

홍 사무국장은 풀타임 교수와 연구교수가 교육부에는 전임 교수로 등록되어 있지만, 채용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급여나 교원 권리에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대신 연구교수는 다른 학교 강사를 겸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급여와 권리를 차별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했다.

학교 고위 관계자의 성희롱과 사임 압박, 교원 권리 차별 문제가 제기된 상황에서, A 교수의 민원을 받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조사관을 배정했다. 조사관은 5월 29일 웨신대에서 B 씨를 만나 2시간가량 성희롱 문제를 조사했다. A 교수와 B 씨, 학교 측은 일차적으로 인권위의 결론이 나오기까지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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