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4일, 고 옥한흠 목사의 아들 옥성호 씨가 소설 <서초교회 잔혹사>(박하)를 펴냈다.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김건축 목사는 욕망에 사로잡힌 목사로 나온다. 나이지리아 한인 교회에서 시무하다 서초교회 2대 담임목사로 부임한 그는 '글로벌 미션' 기치를 내걸고 대외 사업을 확장한다. 그러다가 영어 책 대필 의혹과 '잉글리시 타운' 토지 매입 문제로 논란에 휩싸인다. 교회 내부에서는 교역자 살생부와 영어 립싱크 기도 문제 등으로 내홍을 겪기도 한다. 김 목사와 서초교회는 지난해 박사 학위 논문 표절과 초호화 예배당 건축으로 홍역을 치른 오정현 목사와 사랑의교회를 지칭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

▲소설 속 욕망에 사로잡힌 김건축 목사와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가 너무 닮았다. 명예훼손 죄가 적용될 수 있을까? 저자는 100% 소설이자 진실이라고 하는데 고발한다면 어느 쪽이 더 불리할까?

MBC 보도에 따르면 사랑의교회 측은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주연종 부목사는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저자 옥성호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허구의 내용을 풍자한 것으로 특정 교회를 지칭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책은 허구의 소설이지만, 100% 진실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책 출간이 법정 싸움으로 전개될 수 있을까.

<뉴스앤조이>는 변호사들에게 견해를 물었다. A 변호사는 소설 즉 문학작품이라고 해도 명예훼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교회 정화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이라면 면책 사유가 된다고 했다. B 변호사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소설 내용이 어느 정도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고, 공익성이 있으면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책의 성격을 짚어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C 변호사는 특정 개인이나 단체에 굴욕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면 명예훼손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변호사들의 견해는 큰 틀에서는 차이는 없었다. D 변호사는 저자가 소설이라고 언급했는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느냐면서 판례를 찾아보는 게 빠르다고 조언했다.

판례를 보면 법원이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09년 7월, 소설 <배후>를 쓴 소설가 서 아무개 씨에게 무죄 확정판결을 내렸다. 책은 안기부(현 국가정보원)가 1987년 노태우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 KAL858기 폭파 사건을 북한이 자행한 것으로 조작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 안기부 직원들은 서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서 씨는 불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책이 진상 규명을 호소하려는 목적이 크고, 비방을 목적으로 쓴 게 아니라면서 원심을 확정했다. 1·2심 재판부는 의혹을 바탕으로 집필됐지만 공익을 위한 것으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정귀선 씨는 본인이 나서서 고백한 조용기 목사와 내연 관계를 다룬 <빠리의 나비부인>이 이제는 소설에 불과하다고 한다. 법조인들은 사실 여부가 정 씨의 고소 유효성을 보장한다고 했다.

명예훼손 여부를 가늠하는 데에는 사실관계도 중요하다. 현재 진행 중인 <빠리의 나비부인> 저자 정귀선 씨의 소송도 마찬가지다. 정 씨는 조 목사와의 불륜 의혹을 제기한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들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1월 검찰에 고소했다. 정 씨는 조 목사와의 내연 관계를 부인하면서 사실 확인 없이 기자회견이 열렸다고 주장했다. 장로들은 정 씨가 쓴 책과 녹음 파일 등을 증거자료로 제시하면서 무고죄로 정 씨를 맞고소했다.

변호사들은 명예훼손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불륜 사실 여부가 중요하다고 했다. E 변호사는 정 씨가 책 <빠리의 나비부인> 을 쓴 게 분명하고, 책을 본 누구라도 조용기 목사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면서 장로들의 주장을 허위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정 씨는 소장에서 장로들이 자신을 비방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F 변호사는 기자회견 당시 정 씨의 이름과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했다면서 비방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G 변호사는 정 씨의 주장이 허위로 밝혀지면 오히려 무고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불륜에 관한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명예훼손에 저촉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고소가 진행 중인 만큼 섣부른 판단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H 변호사는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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