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교단마다 총회를 마쳤다. 매번 금권 선거로 병들어 가는 교단의 문제가 도를 넘어서며 결과도 요란했다. 종교의 타락 앞에서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성서로 돌아가자" 외치지만, 그 외침은 메아리도 없이 사라지며 변화는 더 멀어져만 간다.

부패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사람의 법이 교권을 쥐고 있으니 교단은 썩어 가고, 교회는 병들어 가기 마련이다. 분명 성서에는 모든 직분은 "제비를 뽑으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성서의 말씀대로 따르면 사람의 조직이 약해지기에 그 직책을 놓고 거래가 시작된다. 조직과 권력은 침묵한다. 총회장, 감독, 장로 선거에 이르기까지 비리가 일어났다. 결국 고소와 고발이 난발하며 빛과 소금의 역할은 전설이 되었다.

드디어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 총회가 30일 부산 벡스코에서 시작했다. 긴 시간 찬반으로 나뉘었던 보수·진보 교단 간 갈등의 골이 깊은 가운데 만여 명의 성직자와 성도들이 모였다. '정의와 평화'가 화두로 던져졌고, 정홍원 국무총리의 환영사와 더불어 세계 유명 인사들이 모인 행사는 시작되었다.

김삼환 목사를 대표로 한국교회에 이름 좀 알려진 목회자들이 준비위원을 맡았다. 행여 이들의 이름값으로 사례비가 오고 가지는 않겠지만, 우려하는 마음도 생긴다. 행사와 더불어 퍼포먼스(performance)가 벌어지는 곳에서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그 비용은 바로 성도들의 피 같은 헌금 아닌가. 거액의 행사비가 이곳저곳에서 드는, 그야말로 '한반도 축제'라 할 정도이니 말이다. 바라건대 제발 이 축제의 자리에서 사리사욕은 '축 사망!'시켜버리기 바란다.

이번 WCC 총회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분단된 곳에서 열리기에 통일 비전까지 나오는 마당이니 정신 차려야 하지 않겠는가. 또한 교회 일치는 물론, 환경문제와 사회 전반의 갈등 문제까지 다루고 있으니, 더욱 정직해야 할 것이다. 준비위원들은 세계 사람들의 눈과 귀가 이곳을 향해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WCC 총회를 찬성하는 편에서는 '개신교 올림픽 잔치'가 될 것이라 말한다. 올림픽처럼 지구촌 잔치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올림픽은 승자와 패자가 있다. 그리고 개최국의 경제 성장과 더불어 이익을 남긴다. 그렇지만 WCC 총회는 개신교 성장과 어느 종교 단체에 이익을 남기는 대회가 아니다. 또한 사람의 이름을 높여 주고 대표자들 스펙을 쌓아 주는 대회도 아니다. "더 찢어지고 더 작아지라"는 성령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대회가 되어야 한다.

이 거대한 행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WCC 총회 개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다. WCC 총회를 두고 개신교는 점점 찬과 반으로 갈라서고 있는 현실 아닌가.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교파 간의 갈등과 불신은 더 커 가고 있으니, 집안 단속도 심각하다.

대표적으로 한기총(한국 기독교 총체적 보수 집단)에서는 WCC를 '적그리스도'라 칭하며 그 내용물을 가지고 부산 동네를 누비고 다닌다. 또한 'WCC 반대 이유' 책자를 부산 시민들에게 알리며 나름대로 반대를 합당화하고 있다. 심지어 극보수 측에서는 "WCC는 한국교회가 분열된 분기점이었으며 점차 로마가톨릭과 일치를 이룰 것이며, 공산주의자들이 WCC에 침투해 있으므로 결국 공산주의가 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찬반 대립 관계를 깊이 들여다 보면, 이 또한 교권 싸움이며 밥그릇 싸움이다. 기독교 근본주의와 개혁주의 사이에서 교인들도 덩달아 편을 갈라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니 갈등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온갖 유언비어(流言蜚語)가 난무하는 가운데 서로가 누워서 침을 뱉고 있는 실정이니, 결국 적이 누군지도 모른 체 서로를 향해 사탄이라며 칼을 휘두르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 거대한 행사에서 대표자와 준비위원들의 사욕이 먼저 '축 사망!' 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WCC를 또 다른 시각으로 보았다. Water Closet Culb. 원래 'W.C'의 뜻은 '물이 있는 작은 수세식 방'을 말한다. 화장실은 '더러운 것을 씻고 버리는 곳'이다. WCC 총회가 열리는 그곳이 바로 화장실 클럽(WCC)이 되기를 바란다. 대표자, 개최자, 참석자 모두가 자신들 속에 있는 배설물(탐욕, 야망)들을 다 씻어 내고 내려놓는 기회가 된다면, 진정한 '개신교 올림픽 잔치'가 될 것이다. WCC 총회 한국준비위원회 대표자인 김삼환 목사는 이 대회를 통해 자신의 야망을 먼저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지금 WCC를 앞장서서 반대하고 있는 '한기총' 대표자들이 걸어온 길을 따라가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한기총이 행한 일들이 무엇인가. 각종 세습, 교단의 조직화, 교권주의에 물든 얼룩이 얼마나 찌들었는가. 이들 모두가 진정 예수 정신으로 돌아가는 그날이 바로 탐욕이 죽는 '축 사망!'의 날이 될 텐데, 그리 쉽게 그 높은 권세들을 내려놓겠는가.

김삼환 목사는 이번 WCC 총회의 목적인 '정의와 평화'를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실현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기독교 정신인 사랑과 관용으로 대표자부터 화장실 클럽(WCC)에서 정하게 씻고 버려야 할 것들이 많을 것이다. '정의와 평화'는 교회가 크고, 교인 숫자가 많아서 실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표자가 먼저 예수 정신으로 돌아가 자신의 사리사욕을 내려놓을 때 '축 사망'과 함께 'WCC'의 '정의와 평화'는 지구촌 모두를 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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