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협의회(WCC)가 추구하는 가장 큰 목표는 '교회 일치'다. 11월 5일 2000여 명의 WCC 참석자는 다양한 종교와 교단, 인종, 민족, 문화 속에서 교회가 어떻게 하나가 될지 머리를 맞댔다. 부산 벡스코 오리토리움에서 열린 '일치' 회의에서는 다른 종교와 왜 협력해야 하는지도 고민했다.

▲ WCC 일치 회의를 진행한 메리 태너 박사는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소서"라고 한 예수의 겟세마네 동산 기도문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아버지의 뜻은 모든 제자와 교회가 일치를 이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WCC 유럽 지역 회장 매리 태너 박사(Mary Tanner·영국)가 붉은색 중국 전통 의상을 입고 연단에 섰다. 그는 2000여 년 전 겟세마네 동산에서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소서'라고 한 예수의 기도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아버지의 뜻은 모든 제자와 교회가 일치를 이루고, 세상이 하나님을 믿도록 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태너 박사는 WCC가 추구하는 교회 일치는 단순히 분열된 교파를 한데 묶거나 획일화하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성경에 기초한 공동의 믿음을 토대로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증거하는 것이 WCC가 추구하는 일치라고 했다. 그러나 다양한 환경 속에서 일치를 이루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참석자들은 말했다. 뒤를 이은 연설자들은 일치를 추구하는 세계교회가 직면한 도전을 소개했다.

니폰 루마니아 정교회 주교(Niphon Saikali)는 교회 일치의 가장 큰 적은 기독교 내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근본주의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일치 운동을 대적하고 있다고 했다. 수백 년간 지켜 온 믿음이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지만, 일치를 염원하는 하나님 뜻을 따라 형제자매들을 이단으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분열의 긴장과 어려움 속에서도 회복된 하나의 교회를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본성과 사회구조가 교회를 분열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세계침례교연맹 총무 네빌 칼람 목사(Neville Callam·미국)는 고집스럽게 자신의 특징만을 강조하고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유감을 표했다. 자기중심성과 타자에 대한 인색함은 인종차별을 초래하며, 결국 교회까지 불의에 동참하도록 만든다고 비판했다. 남아프리카 연합 회중교회에서 목사 안수 과정을 밟고 있는 앨리스 파비안 씨(Alice Fabian)는 남아공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로 인해 분열되었던 교회와 사회의 역사를 소개했다. 그는 남아공 교회가 인종차별 정책에 동조했으며 결국 분열했다고 말했다.

캐나다 성공회 마크 맥도널드 주교(Mark Macdonald·미국)는 알래스카에서 10년, 북미 토착 주민 지역에서 7년간 사역했다. 그는 토착 주민들의 땅을 빼앗고 문화를 말살하는 과정에 교회가 동조하거나 침묵했던 사실을 고백했다. 맥도널드 주교는 이러한 교회의 잘못을 종교의 우상화라고 표현했다. 그는 교회가 지켜야 할 가치인 생명과 평화, 정의를 상실하고 세속화되어 간다고 우려했다.

이날 회의에는 인도네시아 이슬람교 대표로 WCC 총회에 방문한 딘 시얌수딘 박사(Din Syamsuddin)가 종교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그는 이슬람교와 기독교 간에 고조되고 있는 갈등을 염려했다. 우리가 공통의 적으로 삼아야 할 것은 다른 종교가 아니라, 가난과 차별, 폭력이라고 말했다.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다른 점을 강조해서 반목하기보다는 공통점을 강조해서 평화와 협력을 이루자고 제안했다.

국제로잔운동 총재 오영석 목사(Michael Oh·미국)도 회의에 참석해 세계 복음화를 위해 연합과 일치를 강조했다. 그는 하나님의 창조 세계에 대한 폭력과 억압에 항거하기 위해 연대하는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 일치 회의 축하 연설을 한 인도네시아 이슬람교 대표 딘 시얌수딘 박사(사진 위쪽)와 국제로잔운동 총재 오영석 목사. 딘 시얌수딘 박사는 우리의 적은 다른 종교가 아니라, 가난과 차별·폭력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주요 연설이 막을 내리자, 참석자들은 '그리스도 안에서의 일치'를 바라는 기도문을 작성해 바구니에 담아 모았다. 이를 예수의 피와 살로 여기며 성찬에 동참하자고 했다. 회의를 중계하는 대형 화면에 한글로 적힌 한 기도문이 비쳤다. "주여! 서로 다른 신앙의 모습들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임을 기억하게 하소서"라고 적혀 있었다.

성찬이 진행되는 동안 태너 박사와 니폰 주교, 맥도널드 주교는 공동으로 "세계교회협의회는 성경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이며 구주로 고백하며, 성부·성자·성령의 영광을 위하여 공동의 소명을 함께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교회들의 교제"라고 명시한 WCC 헌장 제1조를 읽어 내려갔다. "사랑의 나눔 있는 곳에 하나님께서 계시도다"라는 떼제공동체의 합창이 함께 울려 퍼졌다.

▲ 니폰 주교, 메리 태너 박사, 맥도널드 주교는 연설 후, "성경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이며 구주로 고백하며, 성부·성자·성령의 영광을 위하여 공동의 소명을 함께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교회들의 교제"라고 명시한 WCC 헌장 제1조를 읽어 내려갔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 참석자들은 그리스도 안에서의 일치를 바라며, 각자 적어낸 기도문으로 성찬식을 했다. 성찬식이 이뤄지는 동안 떼제공동체의 "사랑의 나눔 있는 곳에 하나님께서 계시도다"라는 합창이 울려 퍼졌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 일치 회의 참석자들이 세계 교회의 일치를 소망하며 기도문을 적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 참가자들의 기도문은 일치 회의에서 진행한 성찬식에서 예수의 피와 살을 의미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 한 한국인 참석자의 기도문이 눈의 띄었다. 기도문에는 "주여! 서로 다른 신앙의 모습들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임을 기억하게 하소서"라고 적혀 있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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