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강의석 사태가 발생할 것인가. 한 기독교 사학에서 23년 동안 국어 교사로 근무한 현직 교사가 학생들에게 특정 종교를 강요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 학교 당국과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숭실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허형범 교사는 12월 19일 서울 장충동에 있는 만해NGO교육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숭실중학교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총회장 이광선 목사) 산하 학교다. 허 교사는 이날 "교사로서 양심의 자유를 지키고 사랑스런 제자들에게 특정 종교를 강요하지 않기 위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고 했다.

허 교사는 숭실중학교가 학생들에게 특정 종교를 강요했다고 주장하며 몇 가지를 예로 들었다. △아침 조회 경건회 및 종례 시 찬양 및 기도를 하도록 하는 행위 △학생들을 제자 훈련 과정(알파코스)에 참여하게 하는 행위 △일요일 종교 기관을 강제로 탐방케 하는 행위 △학생 예배 및 부흥회 개최 시 강제로 학생들을 참여케 하는 행위 △예배 시 학생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는 헌금을 내도록 하는 행위 △담임이 학생들에게 교회 출석을 권하는 행위 등이다.

허 교사는 특히 알파코스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교회에서 할 일을 교육 기관인 학교에서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알파코스를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지만, 그 내용이 매우 비교육적이라고 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입신기도를 하게 하고, 환상을 보게 하는 것은 선교단체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 이날 허 씨가 공개한 학급경영요람. 학생들의 종교 현황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표가 작성되어 있다. 매년 학기 초와 1학기 말, 2학기 말에 작성한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허 교사는 "학생들에게 더 이상 특정 종교를 강요할 수 없다"며 "앞으로 이에 대한 해결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 직전 서울시 교육청을 방문해 위의 문제와 관련 답변을 요구하는 질의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학교가 학생들에게 특정 종교를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교장에게 공식적으로 개선 요청을 했으나, 오히려 강한 질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아 부득이하게 공개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학교종교자유를위한시민연합과 종교자유정책연구원도 이날 공동 논평을 내고, "숭실중학교에서 행해져온 일련의 종교 행위들은 종교 학교의 설립 취지를 명백히 넘어선 것이다"며 "교사들에게까지 학생에 대한 선교를 강요한 학교 쪽의 행위는 교사의 종교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까지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우리는 종교 재단의 선교의 자유를 존중한다"면서도 "이 자유는 학생과 교사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될 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 교육청을 향해서도 "종교 교육 장학 지도 지침에 의거해 교육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한 숭실중학교의 행위를 남김없이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